거제 관문
장마전선이 제주 바깥 해상에 밀려나 있는 칠월 둘째 화요일이다. 주중 거제에 머물며 비는 오질 않고 그리 무덥지 않아 퇴근 후 산행이나 산책을 나가고 있다. 일 주 전 가조도 옥녀봉을 올랐다가 진드기가 따라 붙어온 이후 산행은 자제하고 갯가 산책을 나가고 있다. 연사와실 부근 일대는 거의 다 다녀봐 시내버스를 타고 잠시 이동하기로 작정하고 연사삼거리로 나갔다.
고현에서 장목 북단 상유로 가는 31번 버스를 기다렸다. 배차 간격이 뜸해 고현에서 타고 온 승객이 좌석을 다 채웠다. 연초삼거리를 지나 하청에 이르니 승객들이 다수 내려 차내가 헐거워졌다. 차창 밖으로는 호수 같아 보이는 칠천도 바다가 드러났다. 진해만과 진동만의 내해였다. 하청에서 장목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두 곳은 거제에서 북단에 해당하는 면 소재지다.
올봄 거제로 건너와 네댓 달 지나면서 하청과 장목 일대를 여러 차례 지났다. 걸어서 지난 적도 있고 버스를 타고 스친 적도 있다. 내가 머무는 연초면과 이웃해 같은 생활권이다. 거제 동북부는 고현과 옥포 두 조선소로 근로자나 물류 이동이 많은 편이다. 거가대교가 지나는 길목이기도 해 교통량이 혼잡한 지역이기도 했다. 난 거제 서남부보다 북동부 사정에 밝은 편이다.
버스는 장목에서 관포고개를 넘어 갔다. 장목은 달팽이 뿔처럼 뾰족한 지형이 북으로 돌출한 부분에 내가 가려는 상유와 하유가 있다. 지난봄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새벽에 산책이 어려울 듯 해 상유로 가는 첫차 시내버스를 타고 그곳을 다녀와 출근한 날이 있다. 이후 상유와 인접한 구영도 다녀온 적 있다. 구영은 영등성이 있었다는 갯가로 옛 ‘구(舊)’를 붙여 구영이었다.
장목은 거가대교 개통으로 거제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과 김해 창원에서 거제로 건너오고 거제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가덕도에서 침매터널을 거쳐 연륙교가 솟구쳐 거제에 닿은 첫 지점이 장목 하유마을이다. 유호리 갯가에는 포구가 둘인데 북쪽은 상유이고 그보다 동쪽에 하유가 있다. 거제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 거가대교와 접속하는 데가 하유마을이다.
관포고개를 넘은 버스는 거제의 외해 갯가를 돌아갔다. 관포와 간곡을 지나 임호와 농소를 거쳤다. 농소는 학동처럼 몽돌이 깔린 해변으로 여름이면 해수욕장이기도 했다. 근래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 외지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농소마을에서 산언덕을 올라 유호 전망대를 돌아갔다. 거가대교 연륙교 구간이 훤히 드러나고 진해만과 부산 신항이 가까운 하유마을이었다.
나는 종점 상유를 앞둔 하유에서 내렸다. 하유는 포구가 두 개로 한 곳은 어항이었다. 규모가 제법 커 뵈는 어선이 여러 척 묶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어선에서는 얼굴이 검게 탄 두 어부가 기관을 손질하고 있었다. 방파제로 오르니 포구를 감싼 갯바위를 비켜 불모산 송신소와 시루봉이 보였다. 바로 눈앞은 건너는 청와대 여름 별장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다녀갔다는 저도였다.
하유 포구에서 거가대교를 폰 카메라에 담고 포장된 길을 따라 유호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차량 통행이 뜸해 보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시선을 거가대교 교각에 두니 더 깊숙한 내해는 신항이고 그 곁은 가덕도였다. 전망대에 이르러 거가대교를 한 번 더 조망하고 오른쪽으로 탁 트인 대한해협을 바라봤다. 낮은 구름이 끼진 했지만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를 정도였다.
전망대에서 산모롱이를 도니 장목터널을 빠져나온 차들이 농소 교각을 건너갔다. 대봉산 해안 탐방로 기점인 농소마을에서 해변으로 나갔다. 가까운 리조트엔 불이 켜지고 날이 저무는 포구엔 하얀 요트 한 척이 너울거리더니 사라졌다. 임호정류소에서 고현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장목에서 황포와 구영을 지나 상유 하유를 거쳐 온 30버스가 다가와 연사와실로 되돌아왔다. 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