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총 23억 달러 규모의 발전소와 LNG 터미널, 항만을 동시에 구축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단순한 해외 수주를 넘어 에너지 조달·운송·발전을 통합한 사업 모델을 수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사업은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확보됐다. 한국·일본·중동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사업권을 따냈다는 것은 국내 에너지 기업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방증이다. 특히 북미·호주 가스전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한 LNG 밸류체인 구축 역량은 향후 에너지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 석탄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NG는 현실적인 전환 에너지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 전력 부족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무탄소 에너지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물류시설을 결합한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구상은 단순 발전사업을 넘어 지역 경제 모델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이 사업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울산 산업 기반과의 연계 가능성이다. 울산은 정유·석유화학·수소·배터리로 이어지는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다. 국내에서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이 해외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도시가 단순 생산 거점을 넘어 에너지 솔루션 공급자로 진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해외 인프라 사업은 장기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에너지 가격 변동, 정책 변화, 환율과 금융 환경 등 변수는 많다. 기업 차원의 관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외교·통상 지원도 병행돼야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 한 곳의 성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울산이 가진 에너지 산업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커진다. 해외에서 확장되는 에너지 사업이 지역 산업의 기술 고도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도시의 미래는 더 이상 공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곧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번 수주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며,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지역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