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서남대 남광병원이 수련병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남광병원은 대학병원이면서도 전공의 수련 교육을 담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아 결국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수련병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복지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부실’이란 꼬리표를 떼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남광병원을 찾았다. 공사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남광병원의 첫인상은 ‘역시나’였다. 대학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낙후돼 있었다.
폐자재 널려 있는 검진센터
병원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온갖 폐자재가 널려 있는 MRI검진·건강관리센터였다.

▲ 병원 외부 MRI 검진센터 및 주차장 문성호 기자

▲ 병원 외부 매점 및 MRI 검진센터 옆 공간 문성호 기자
센터 입구 주변에 쌓여 있는 책걸상과 책장, 박스들이 이곳이 사용되지 않는 공간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검진센터 주위에는 망가진 철제 책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는 센터 인근 주차장(주차장 표시는 없었지만 남광병원 버스들이 주차돼 있었다)에는 70·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검진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곳곳이 녹슬고 페인트까지 벗겨진 차량 모습에 과연 이동 검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휴게실 및 매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병원 입구 낡은 가건물은 그저 ‘시골 정취’로 느껴질 정도였다.
외래 공간만 ‘화려하게’ 리모델링
아무런 기대 없이 병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막상 들어선 병원 내부는 외부와는 다르게 너무 깔끔해서 놀랐다. 외래 진료실이 있는 1층과 2층은 최근 리모델링을 끝냈는지 벽은 물론 기둥까지 하얀색으로 맞췄으며 화려한 조명에 연못까지 갖추고 있었다. 병원을 방문한 날이 토요일 오후여서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없었다.

▲ 리모델링 공사 마무리한 1층 외래공간과 1층 방사선실 문성호 기자
남광병원이 수련병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느낀 것도 잠시. 외래 진료실이 있는 공간을 벗어나 X-ray 등 의료장비들이 있는 방사선실이 위치한 곳의 상황은 180도 달랐다. 아무나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출입구가 열려 있는 방사선실 안에는 언제 구입한 지 알 수 없는 의료장비가 놓여 있었다. 같은 1층이었지만 리모델링 전후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먼지만 쌓이고 있는 병동
이번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이동했다. 남광병원은 지하 1층부터 9층까지 총 10층에 500병상을 운용하고 있으며 5층부터 9층까지가 병동이다. 9층에 내리니 공사 마무리 단계에 사용되는 니스 냄새가 진동했다. 9층 한켠에 있는 의대 도서관과 강의실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었다.

▲ 7층 병동과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한 5층 병동 문성호 기자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에게 다가가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넌지시 물었다. 그는 “병원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은 아니며 1, 2층 외래 공간과 5층 입원병동, 9층 의대 강의실만 공사를 하고 있다”며 “나머지 입원병동과 3층 중환자실, 인공신장실, 신생아분만실 등을 리모델링한다는 말은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 병원 3층에 위치한 신생아분만실과 중환자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성호 기자
비상계단을 이용해 각 층 병동을 둘러봤다. 인부의 말대로 리모델링을 마친 5층 병동은 1,2층 외래 공간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를 하얀색으로 맞춰 ‘새 병원’ 느낌이 났다. 하지만 나머지 6,7,8층은 어둡고 적막했다. 비어있는 8층 병동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간호사 스테이션 주변 바닥에는 환자 현황 알림판이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음식물 분리수거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는 2005년 1월 공문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병실 문에 붙어 있었다.

▲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8층 병동 및 학생 열람실 문성호 기자
입원 환자가 있는 6,7층도 상황은 비슷했다. 각 층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는 간호사 1명씩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입원해 있는 환자가 많이 눈에 띄지도 않았다. 병동이 있는 5개 층을 모두 둘러보는 동안 만난 환자는 고작 4명에 불과했다. 한때 병상 가동률이 2.8%까지 떨어질 정도로 환자 수가 적다는 복지부 조사 결과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름뿐인 ‘대학병원’
입원 환자 외에 다른 환자들을 더 만나고 싶어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응급실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을 열어 놓기는 했지만 응급실 내부에는 환자는 물론 의사, 간호사조차 한명도 없었다.
중환자실에는 누구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3층으로 옮겼지만 허탕이었다. 중환자실은 아예 잠겨 있었다. 2층에 있는 신생아·분만실도 텅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해서 3층에 있는 의국을 찾았지만 역시 문은 닫혀 있었다.
6,7층 병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이 개점휴업 상태인 듯 의료진은 물론 병원 직원을 찾기도 힘들었다. 병원을 둘러보는 내내 병상만 500병상으로 대학병원 규모이지 그 외 시설이나 환자 수 등은 웬만한 지방 중소병원에도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민들 "정부는 남광병원 방치하고 뭐하나"
상황이 이쯤 되면 병원에 대한 평도 좋지 않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병원을 나와 만난 인근 주민들은 하나 같이 “누가 남광병원에 가느냐”고 혀를 찼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그래도 좀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남광병원 측은 복지부와의 소송에서 수련병원 지정이 취소된다는 소식에 환자가 급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주민들은 남광병원이 수련병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이들은 남광병원의 가장 큰 문제로 낙후된 시설을 꼽았다.
남광병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조금만 더 가면 전남대병원이나 조선대병원이 있는데 누가 남광병원을 가겠느냐“며 "남광병원 시설이 워낙 낙후돼 있어 일부 산재 환자들만 병원을 찾을 뿐 일반 환자들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 옆에 서남대 간호대학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십년간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지체하다 보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누가 봐도 제대로 운영 되지 않는 병원인데 정부는 (병원을) 왜 방치해 두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들이 많이 찾았지만 현재는 병원 존재감이 전혀 없다"면서 "병원 건물이 너무 흉물스럽다보니 무섭기까지 하다. 찾아가는 길도 너무 어려워서 광주시민이라고 해도 남광병원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문’의 주역으로 여러 병원들이 홍보를 위해 공을 들이는 택시기사 마저 남광병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한 택시기사는 남광병원에 갔다가 돌아간다는 말에 "왜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병원을 갔느냐"고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 택시기사는 취재차 남광병원에 들렀다는 말에 "전남대병원은 암, 조선대병원은 치과 등 각각 병원들 모두 특성화된 것들이 있는데 남광병원은 병원 발전을 위해 그 어떤 투자도 하는 것 같지 않다"며 "남광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끔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병원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4점정도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역주민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남광병원은 수련병원 자격을 유지하겠다며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남광병원이 의대 부속병원임을 확인시키기 위해 병원 건물에 커다랗게 써 붙인 ‘서남대병원’이라는 간판이 오히려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기사를 퍼오면서 느낀건데 정말 할말이 없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관심이 필요한거 같아 퍼와봤음.
첫댓글 그럼 저 대학병원엔 환자가없음??ㅎㄷ
마지막쯤 택시기사가 말하는 내용에 조선대 병원의 강점은 치과라는것만 보인다 ㅋㅋㅋ 서남대 병원 광주서 몇번 봤는데 그저 눈물만 ㅠㅠ
환자없어 진짜로 있는 환자도 신기할지경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