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가 한국 야구를 인정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의 주장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24일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이 끝나고 인터뷰에서 “한국의 짜임새 있는 야구에 놀랐다. 한국 야구의 강한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승자의 여유’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인터뷰 대상자가 다름 아닌 이치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치로는 결승전 전까지 38타수 8안타 타율 0.211로 부진 늪에 빠졌다. 특히 이치로의 부진 탓에 일본이 한국에 2차례나 패하자 자국 팬들까지 나서 그를 ‘전범’이라고 부르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부사 이치로는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10회초 2타점 결승타를 포함해 6타수 4안타 2타점으로 일본 우승을 이끌며 영웅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일 양국은 모두 5차례나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대한 이치로의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됐다. 특히 이치로는 지난 2006년 제 1회 대회를 앞두고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길 생각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으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집중포화를 받았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치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발언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치로는 한국과의 3번째 대결을 앞두고 "이것은 운명이다. 마치 길거리에서 같은 여자를 계속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운명과 같다. 사실 그렇게 자주 만나면 결혼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당시 이치로의 발언에 대한 국내 팬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한국과 함께 아시아 야구 수준을 높여갈 의식이 있는가란 질문에 “없다, 그런 것 없다”고 말한 뒤 다시 한번 ‘망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