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배가 빵빵하니 아팠다 ㅠ
그래도 따님을 학교까지 모셔다 드리고 물까지 길어왔다.
식욕도 없고 배탈엔 굶는 게 상책이라길래
소화제를 먹고 누워 있으려니 조금은 누그러드는 듯도 했다.
전날, 4층에 사시던 아흔 둘이신 요셉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터라
낮엔 반 형님들 모시고 용호동 성모 병원으로 연도를 가기로 되어 있었다.
배는 계속 아프고
'병원부터 갈까? 배 아파서 나는 못 가겠다고 할까?'
망설이다 참고 가기로 했다.
50년간, 것도 30년째 홀로 되신 시부를 모신 일흔 둘의 데레사 형님댁 문상을 안 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해,보좌 신부님과 수녀님들과 함께 1시간 가량 연도를 드렸다.
얼마 전까지도 성당에 가셔 미사도 드리시던 요셉 할부지께서는
이틀 간 못 드시더니
" 효자, 효부 덕분에 내가 잘 살다간다. 고맙다.~"
하시곤 돌아가셨단다.
정말 '구구팔팔이삼사'가 이런 경우인가?
하마트면 며느님께
"호상이시네요. 축하합니다."
하는 망발을 할 뻔하다가
'망자가 100세를 넘겨도 그 자손들에게 호상이란 없다'는
공익광고가 떠올라 입을 막았다.휴~
문상을 하는 동안도 배는 계속 아프고
이러다가 배가 뻥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단골 의원으로 차를 몰았다.
배를 눌러 보더니
"왼쪽보다 오른쪽이, 누를 때보다 뗄 때가 더 아프죠?"
하며 소견서를 주면서 응급실로 바로 가란다.
그길로 해운대 백병원 응급실로 가니 2시간에 걸쳐
혈압, 체온 재고 심전도, 소변 검사, 피검사, X-ray ..하나도 응급 안 하게 하더니
정확히 알려면 CT를 찍거야한단다 ㅠ
그럴려면 앞의 검사들은 왜 했을까?ㅉㅉ
소화기 전문 명의인 동기 최호수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 명의는 바쁜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만....
할 수 없이 학부형인 이병원 외과 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바로 CT 결과 나오고 없다던 입원실도 나온다 ㅋ
심하진 않지만, 맹장이란 게 내일이라도 터질 수 있으니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게 병원에서 내린 결론이란다.
낮보다 덜 아픈 것 같았지만 어쩌겠나 터질지도 모른다는데 ㅠ
응급실에 들린 아는 의사 왈
"간단하고, 해 놓으면 담에 진찰하기도 편해요. 적어도 맹장은 아닐 테니...."
헐~ 그러면서 온갖 항목이 적힌 동의서와 필요시 수혈할 수도 있고
그 부작용으로 에이즈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동의서까지 받아갔다.끙~
5시간만에 응급실을 벗어나 11층 병실서 자고 다음날 아침 7시
복강경으로 급성충수염 수술을 받았다.
2시간만에 병실로 돌아오니 '금식'이란다. 물도.
이틀을 꼬박 굶고 나니 그림만 봐도 침이 돌았다.
24시간만에 Gas out(어느 간호사의 고급스런(?) 표현)!
병원 죽이 이리 맛있을 수가 ㅋ
수술 때 잘 보이라고 집어넣었다는 가스로 배는 남산만하고
빼려면 운동을 하란다.
링거 줄을 세 개씩 달고 타원으로 된 병원 복도를 몇 바퀴씩 돌았다.
이렇게 큰 병원을 짓고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래도 천개가 넘는다는 병상이 거의 다 차있는 걸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도 참 많다싶었다.
기중 경증 환자인 나는 심심해서 허영만의 만화도 빌려보고,
이것도 수술이라고 문병온 분들과 수다도 떨고
TV를 보고 또 보고 또또 보고하다가
수술 3일만에 퇴원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주는 밥(아니 죽) 먹으니 좋던데 더 있을 걸 그랬나?ㅋㅋ
병원비가 150만원도 넘던데 보험금은 얼매나 나올란가? ㅋ
어디서 들으니 맹장염 오진이 젤로 많다더만 충수돌긴가 뭔가 잘 떼낸긴지?ㅋ
근데 배는 왜 계속 뽈록 복어 배고 배꼽은 땡기는지~~으으
이제 안 아프고 심심하니 별별 생각이 다 나네요.ㅋㅋ
큰 병도 아이고 여행이라도 갔다가 걸렸으면 우짤뻔했냐는 한선배님 위로의 말에
이만하길 감사하기로 헀다 *^^*
첫댓글 요새 맹장 수술은 gas-out 하면 go-out right now! ㅎㅎ
합병증없이 쾌차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자매님~$<$3일 휴가 넘 짧지않나용*^^*
쾌차 기원~~즐달하이소
고생하셨습니다,그쪽 동네 걱정은 평생 뚜~ㄱ,회복 잘 하시기바랍니다.
맹장수술 투병기는 첨보는 획기적인 것인데...잘라낸 만큼 가볍겠습니다 ㅋㅋ.회복 잘하십시요.쾌차!
이왕 쓰시는 김에(?) 이 선생 간병기도 양념쪼로 올려주시지 않고... 저도 가끔 해운대 백병원엘 갑니다. 갈 때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위치 선정을 잘 했는지? 의문이 듭디다. 근데 퇴원 기념으로다 뭐 안 합니까? 시푸드도 있고 맛일번가도 있다든데? ㅋㅋㅋ
gas out.... ㅎㅎㅎ
쌍거풀 수술보다 간단한기(?) 맹장 수술이라 카더만 엥가이 부풀려서, 과도하게(ㅋㅋ), ,,그러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94년도에 햇는데 그래도 겁은 납디다. 지인들이 병문안도 왔던 기억이 나는데, 쌍거풀보단 중대한거 같습디다. 잘 조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셨군요. 전에 목달 오셨을 때 얘기하셨던 그 분이 돌아가셨나보네요. 투병기 잼나게 잘읽었습니다. 선배님! 회복 잘하십시오.
박선배님 정말 다행입니다.울친구보니 응급실에 입원해 있어도 의사가 없어 수술이 늦어 지는 바람에 맹장이 터져서...생 다죽다 살아나더군요..조상님께 감사하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