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려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에서 ‘삼류족벌사학’으로 전락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사장과 총장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통렬한 자기반성을 요구한다.”(‘고려대 위기 상황에 대한 교수 성명서’ 중에서)
고려대 교수들이 현 이사장과 총장을 상대로 ‘대학발전 방안’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8일 고려대 교수의회(의장 김인묵)가 발표한 ‘법인 문제에 대한 교수의회의 입장’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부터 불거진 △법인보통 재산 운용에서 발생한 엄청난 투자손실 평가 △대학기부금의 편법적 법인 전입 △의료원의 비의료 사업수익의 법인 전입 관행 등과 관련, “법인은 책임 있는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명시적’ 자구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수의회는 또 “김정배 전 이사장의 사퇴 배후에 다른 맥락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법인개혁을 요구했다.
교수들 “의료원 수익사업 의혹, 밝혀라”
지난 5월, 김정배 전 이사장(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 200억원대 파생상품 투자손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자리에 김재호 <동아일보>사장(48세)이 이사회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김재호 이사장은 고려대 설립자 김성수 씨의 증손자이자 김병관 전 이사장의 장남이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과는 오촌 숙질관계다.
이사장과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비판성명은 이른바 ‘김씨 일가’가 대학 내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지 4개월여 만에 터져 나왔다. 교수의회의 비판성명이 나온 일주일 후인 지난 16일, 평교수 140명은 ‘고대의 위기 상황에 대한 교수 성명’에 실명을 담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법인뿐 아니라 김병철 총장에 대한 비판도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교수들은 김병철 총장이 공약했던 학교발전 계획의 실현 상황과 순수 모금액 내역을 공개하고, 공약의 실천 결과를 담은 백서를 발간할 것을 요청했다. 또 최근 대폭 강화한 연구실적 평가기준에 따른 연구환경 개선 방안과 계획도 밝히라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설립자 후손들이 대학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의사결정 구조가 일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두 성명에는 법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온 ‘의료원 수익사업’이 언급돼 있는데, 이 부분은 김정배 전 이사장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에 뛰어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교수들은 주장한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교수는 “의료원 수익사업권을 김씨 일가가 틀어쥐고 있으니 김정배 전 이사장이 무리수를 두게 됐던 것”이라며 “지금껏 의료원 수익사업에 대해 단 한번도 선명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 성역화 돼 있다. 김씨 일가의 대표인 김재호 이사장은 의료원 수익사업과 법인 건실화를 위해 이런 ‘관행’을 어떻게 개선할지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제기하는 ‘의료원 수익사업건’은 김재호 이사장의 부친 故 김병관 이사장이 당시 일가친척과 나눠 가졌던 ‘(주)수창양행’(고려대 의료원 의약품 납품업체)의 소유 지분 이전과 관련있다. 이 지분이 지난해 3월 이사장 가족의 소유로 모두 변경된 점과 수익금을 의료원에 재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교수들은 이와 더불어 최근 설립된 의료원 납품업체 ‘(주)수창’과 ‘스마트엠매니지먼트(주)’의 지배구조와 수익금 처리내역, 안암 및 안산 장례식장의 식당·구로병원 주차장 업체·법인 관리 수탁업체 등의 운영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법인과 대학은 교수들의 성명을 ‘질의’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6041
3류족벌사학 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