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풀꽃
설담원 길섶에는 봄부터 분홍색 예쁜 이질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는 동안은 간간이 눈에 뜨일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나무 잎이 붉은 가을빛을 띠기 시작할 무렵. 억새가 은 빛 춤사위를 바람에 펼칠 무렵이면 흰색 보라색 등이 길을 따라 제법 많이 피어난다.
다른 어떤 꽃에도 뒤지지 않는 예쁜 모양새지만 꽃송이가 유난히 작아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아서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듯하다.
유럽 쪽의 이질풀 꽃은 송이가 크고 자태도 고와서 정원의 눈길 많이 받는 곳에 심어져 많이 사랑 받고 있다고 한다.
일전에 어떤 야생화 전시회에 갔더니 색깔 별로 꽃이 예쁘게 피어난 이질풀을 앙증한 화분에 담아 전시했는데 무척 예뻐 보였다.
전에는 들녘에서 길섶에서 산자락에서 봄. 여름. 가을 절기 따라 저마다의 자태 뽐내어 피어나는 야생화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꽃들이 많고 들꽃도 예전같이 흔하게 볼 수 없어졌다..
산에는 정작 야생화가 사라졌지만 오히려 화분에 키워지는 야생화는 보기 쉬운 세상이다. 야생화 애호가들 무분별한 채취가 그 원인이다. 무분별한 채취는 종의 멸절을 가져와서 생태계 교란을 불러옴을 알아야 한다.
이질풀은 꽃으로는 그다지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약용으로는 오랜 세월을 매우 중요하게 써왔다.
치료되는 병도 아주 많고 치료의 효력도 상당해서 거의 가정 상비약으로 말려서 잘 보관하여 건초기인 겨울을 대비하기도 한다.
이질 설사에 특효약이라서 이질풀이라 하며. 각종 염증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질을 무서워하는 일본인들은 영약으로 여긴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들에서 산에서 가꾸지 않아도 절로 자라서 봄에서 가을까지 예쁜 꽃을 피워 우리의 눈과 코를 위로해 주고 아픈 곳을 치료해 주던 정다운 우리의 야생화가 하나둘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질풀도 언제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갈지 모르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함께 살아온 우리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감은 우리에게도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경고임을 알아야 한다.
생태계의 변화는 환경오염에도 원인이 있고. 무분별한 채취에도 원인이 있다. 비록 풀꽃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생태계 조화에 절대적 사다리임을 깊이 인색하고 한 포기의 풀이라도 정성으로 보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꽃들 그대로 만나며. 그 향기 그대로 나누며. 오늘도 내일도 십년 뒤에도 한결같은 싱그럽고 쾌적한 생활환경이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한 포기 풀이라도 사랑하며 보살펴 보호해야 할 것이다.
오는 봄에도 변함없이 이질풀 앙징한 꽃잎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다른 여러 야생 꽃들도 연이어 자태 뽐내며 드나는 길을 곱게 꾸며주기 바란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가 저마다 제 소중한 가치로 존재하며 제 역할에 힘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밤송이 탐스럽게 가지 끝에 매달리고, 겨울에 소담한 눈 속에 복수초 피어나고, 봄이 논두렁에 아지랑이 곱게 피어오르는 환경이 우리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에 현혹되어 옛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무언가 새것을 자꾸 만들면서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편리한 것만 생각하고 생활용품들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마구 버리고 마구 만들어서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봄이 와도 어여뿐 이질풀꽃이 피어날 수 없는 절망의 봄이 올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