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세도가들의 권세는 임금의 권위를 압박하며,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철종 13년(1862) 조선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더 이상의 굶주림과 핍박을 이기지 못한 백성들이 대대적으로 봉기를 일으키는데, 이름하여 그 유명한 진주민란이다. 그 중 군도에 나오는 지리산 추설의 도적떼는 실제로 존재했다고 하는데 그 출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고, 어찌되었든 억압에 맞서 떨쳐 일어서는 민초들과 왕권이나 권력을 둘러싼 지배층 내부의 암투를 그렸던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백성의 시각에서 그려낸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액션 활극임에는 틀림없다.
잦은 자연재해와 기근, 관리들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 가는데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한편 소, 돼지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가족이 불에 타 죽는 죽어도 잊지 못할 끔찍한 일을 당한 뒤 군도에 합류. 지리산 추설 도치로 거듭난다.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 망할 놈의 세상을 뒤집기 위해, 백성이 주인인 새 세상을 향해 도치를 필두로 한 군도는 백성의 적 조윤과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되는데…….
이 영화의 시작점엔 민머리 하정우가 있다. 10년 전, 대학 연극에서 민머리로 무대에 선 하정우를 눈여겨보았던 윤종빈 감독은 액션 활극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하정우의 민머리를 떠 올렸고, 거기서부터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민머리 백정인 그가 어떻게 의적단에 합류하게 되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의 사연은 곧 백성의 사연이었고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범죄와의 전쟁>까지 꼬박 네 작품을 윤종빈 감독과 함께한 ‘동지’ 하정우는 흔쾌히 활극에 동참을 결정했고, 그가 없었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액션 활극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그리고 그의 반대편에 자리한 ‘백성의 적’ 조윤은 흔히 보는 악당이 아니라 서늘함과 묘한 슬픔이 공존하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 강동원이 맡았다. 본격적인 악역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강동원은 복합적인 매력을 가진 초유의 악역 조윤으로 동참을 결정하며, 세상 어디에도 없던 아름다운 악당 조윤을 탄생시켰다. 카리스마와 장난끼를 겸비한 남성적 매력의 극점에 서 있는 하정우와 서늘하면서도 사연 있어 보이는 눈매, 독보적인 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강동원이 한 스크린에서 공존하고 대결하며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두 배우가 한 프레임에 걸리는 것만으로도 액션 활극의 쾌감을 선사하는 앙상블 캐릭터의 새로운 장이 될 것임을 약속한다.
지난달 23일에 개봉한 '군도'는 개봉 첫날 55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했으나,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9일까지 누적관객수 477만1321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