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지를 않으니
날씨가 도와줄까 안도와줄까.
배가 출항을 할까 안할까
거리가 워낙 장도의 길이라
차가 정체될까 안될까등등
미지의 세계를 여행 할 때는 모든 것이 고심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그냥 시키는대로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따라가는 입장과는 차이가 천배는
되는듯 합니다.
저 역시 갈까말까 생각하다가 예약을 늦게 해서 차례가 안 될 것같아
포기하고 있다가 퇴근길 운전중 모르는 번호가 걸려와 얼떨결에
받았는데 총무님께서 어여쁜 목소리로 진도여행 당첨이 되었다고 알려주셨지요.
무박여행은 청산도. 설악산이어 3번째 여행.
내가 여행간다 하면 랑이는 마음이 허전한지 같이 저녁먹고 처음으로 광나루까지
배웅해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저녁 먹으며 와인셀러에서 좋아하는 레드와인을 꺼내
몇 잔 마시고는 벌러덩 누워버렸다. 내 그럴줄 알고 있었지.ㅎ 와인(臥人)은 누워 있는 여인(女人)이다 라는 비유가 있는데 눕혀서 보관하는 방법을 보고 상상을 했다고 하지요. 와인은 맛이 좋고 여인은 인간적 풍미가 난다는 점을 서로 연결시켜 만든 비유- 참 멋지지 않나요.
4월의 봄밤은 포근하지 않고 설익은 풋사과처럼 어설퍼 늦은 밤엔
바람도 차갑고 몸을 둘 곳도 적당치가 않아 밖에서 떨고 있었는데
그시간 랑이는 잠이 깨었는지 부도수표 날려 미안타면서 잘 다녀오라고 전화를 했다.
이런날은 차도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
이번 여행은 특별히 선진관광 소속 버스로 진행되어- 차에 승차하는 순간부터는
행복의 나라로 출발이다. 먼길 간다고 술떡과 박카스 피로회복제를 미리 준비하는
센스쟁이 산하님들과 음악에 취해 진도로 줄달음치기 시작했다
차는 쌩쌩달렸고 새벽5시. 진도의 팽목항에 사뿐이 정차를 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일순간 바꾸어 놓고
온국민의 가슴속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한맺힌 그바다는 말이 없고 그대로인데
천개의 별이된 사람들만 있을뿐.. 티비로 너무 많이 봐서 전혀 낯설지 않은 항구에는 오랜세월 빛바랜 노오란 리본들이 이른새벽 쓸쓸히 나부끼고 있었다. 그어마무시한 사건도 흐르는 세월속에 점점 무뎌져가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수천개의 리본들울 보니 안까까운 마음 그지 없었다.
예정대로 팽목항에서 7시.
한림페리11호에 승선하여 사랑방 같은 곳에서 빙둘러 앉아 담소도 나누고
먹지 말라는 음식을 먹다가 승조원에게 핀잔을 들어도 아랑곳 하지않고 안과 밖을
들락거리며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3천개의 섬으로 둘러쌓인 베트남의 하룽베이를 꼭 닯은 진도의 앞바다는
하룽베이의 축소판 처럼 병풍을 치듯이 작은 섬들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30분정도 지나고 중간 기착지인 조도의
창유항을 거쳐 1시간20분 만에 목적지 관매도에 닻을 내리고 우리는 하선 하였다.
다도해의국립공원 관매도는 매화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명품섬. 산행을 하다보니
육지의 매화나무와는 달리 키작은 매화나무가 어찌나 깜찍하고 예쁘던지 아마 모르고 지나친분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보리수나무가 지천으로 많고 명사십리 고운모래를 간직한 관매도의 해수욕장은 해송과 파란 바닷물의 조화가 사이판의 해변과 무척이나 흡사하게 닮아서 놀라기도 했지요. 아기자기한 돈대산에 자리한 경치는 또 어찌그리 아름답던지 인생샷을 찍느라 산행 진행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느렸고, 간간히 내리는 비가 진로를 방해해 꽁돌을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하고.
비를 피해 엉거주춤 정자에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대충먹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관매도의 특산물 톳을 넣은 짜장면
한젖가락 맛보고 그냥 가기 아쉬워 노부부집 마루에 걸터앉아 걸쭉한 쑥막걸리에 쑥전도 시식을 했지요. 덕하언니 잘 먹었어요.
그때까지는 좋았는데-다시 돌아가는 배가 올때까지 고역의 시간이었다.
삽시간에기상이 나빠져 구름이 몰려오고 찬바람은 몰아치고 와야 할 시간에 배는
오지 않으니 사지가 떨리고 걱정이 되어 가슴에 잠자고 있던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과 심리적인 불안에 얼마나 무섭던지 그대로 발이 묶일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한참을 괴롭혔는데-
흐릿한 바다 저어 멀리서 개선장군처럼 나타난 새섬누리호 얼마나 기쁘던지~
희비가 교차했더랬지요. 하늘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사히 팽목항에 되돌아왔고
횟집 선택에 고심을 많이 했다는 횟집에서 -보리숭어와 싱싱한 회로
성대한 뒷풀이를 했지요. 우리 총무님 최고(엄지척)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형조대장님이 참았던 속내를 털어 놓았지요..
산하들을 위해 애써주신 그 지고지순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일기예보만 믿었더라면 진도는 물건너 갈뻔했는데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앞에서 밀고 나가고 뒤에서 잘 따라주신 산하회원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파래가 살짝 들어간 김에 찰밥을 싸서 먹으니 어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하루차이지만 왠지 모르게 꿈을 꾼 것 같이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왜일까요????
첫댓글 🙃
지현씨 감동글 너무좋아요앞으로도쭈욱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