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의 동부는 전통적으로 죽산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경부선 위주로 집중적인 개발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죽산은 안성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구한말까지 죽산군이라는 독립된 고장으로 존재했으며,
안성에 합병된 이후에도 17번 국도와 38번 국도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크게 쇠퇴한 지금은 중심지 역할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교통의 요지라는 점만큼은 변하지 않아 죽산에는 수많은 차량과 버스가 드나든다.
그래서 죽산터미널은 경기도에 정식 버스터미널로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유동인구와 노선 수를 자랑하며 매일같이 활기를 띈다.
시설이 노후화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2년 12월 건물을 새로 지을만큼,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으며 끝없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숨겨진 젖줄이다.
죽산터미널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각각 2008년, 2011년, 2013년, 2018년에 걸쳐서 차례대로 방문을 했었다.
2013년에 올 때에도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려고 했었으나,
비가 조금씩 내렸던데다 카메라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철수했다.
만약 2013년에 사진을 찍는 데에 성공했다면 제대 이후 첫 투어가 이곳이 될뻔했다.
이 당시 죽산-광혜원-진천-증평-청천-괴산-연풍을 코스로 짜놓고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첫 출발지부터 카메라가 말썽을 부리면서 미완의 코스로 남게 되었다.
결국 증평부터 괴산까지는 약 한 달 뒤 다른 경로로 방문하면서 숙제를 풀었지만,
죽산과 진천은 미완으로 남은 채 묵혀두다가 5년이 지나서야 다시 오게 되었다.
그래서 죽산터미널이 새로 지어진 후 처음으로 이 사진을 올린다.
1층짜리 낡은 주택 같았던 오래된 건물에서 2층짜리 새 건물로 바뀐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사진을 남기고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전의 기억 때문에 새 건물은 전혀 낯설 지가 않다.
과거에 터미널 건물이 있었던 자리는 주차장으로 바뀐 지 오래며,
오른쪽에 있던 다방 건물은 태양열 건물로 완전히 모습을 바꾸었다.
구터미널 자리엔 이천으로 가는 공영버스 한 대가 조용히 쉬고 있었으며,
주차장 끝에는 카운티 한 대가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마침 경일여객 버스 한대가 터미널로 들어왔다.
건물을 옮기고 새로 만든 승차장 한복판에 떡하니 주차하더니 우루루 사람들이 내린다.
타는 사람은 한 명, 조금 기다렸다가 문을 닫기 직전에 사진을 한방 찍었다.
경일여객 차량이 떠나자마자 또다른 경일여객 차가 들어온다.
하필 둘다 유니버스라 옆면 광고와 스티커가 아니었으면 같은 사진을 찍은 게 아닐까 헷갈릴 뻔했다.
이번엔 서울에서 출발한 차가 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쐬는데,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루루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구조에 대해 소개를 해보자면 죽산터미널 건물은 도로와 반대편에 위치해있어,
택시 정류장을 가로질러 주차장을 통과해야만 버스를 탈 수 있다.
1번홈 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기실이 나오나,
버스 표는 옆의 CU편의점에 들어가면 살 수 있다.
죽산에서 가장 자주 운행하는 노선은 단연코 서울(남부)행이다.
경일여객의 주요 밥줄로 명성이 높으며 약 20분 마다 한 대꼴로 상당히 자주 다니나,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진천까지 가던 노선 중 상당수가
2019년부터 광혜원, 두원대로 단축 운행한다고 한다.
동서울로 가는 노선도 약 30분마다 한 대씩 있으며 이쪽도 경일여객이 단독 운행한다.
천안행의 경우 국도로만 운행하는 완행 노선이며, 하루 17대 중 5대가 온양까지 간다.
수원-안산-인천행 역시 서울행과 마찬가지로 진천에서 출발하며,
경일여객에서 운행하는 노선으로 1시간에 1대씩 있다.
그외에 충주, 원주, 성남, 이천-양평으로 가는 노선이 있으나,
벽에 걸린 시간표가 수정을 안한 지 오래되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충주행은 하루 6회, 성남행은 하루 6회이며 안양-부천-고양행은 부천으로 단축되었다.
시내버스는 완전히 바뀐 부분이 많아 A4용지 시간표를 보는 것이 좋다.
백암(10-1번, 101번)행 버스는 20~2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이천(26-1번)행 버스는 하루 6번 밖에 다니지 않는다.
광혜원으로 가는 17번 버스는 하루 12회(약 1시간 20~30분 간격)로 횟수가 크게 줄었다.
이쪽은 시외버스가 더 자주 다니기 때문에 광혜원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중간에 내릴 사람들은 이전보다 다소 이용이 불편해진 면이 있다.
잠깐 시간표를 살펴보는 도중에도 버스는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경일여객 시외버스뿐만 아니라 370, 380, 37번 버스는 대여섯 번은 족히 본 것 같다.
양방향 모두 버스가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안성, 평택, 일죽, 장호원, 여주 방면 모두 이곳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그중 최장거리 수도권 시내버스로 알려졌던 37번은 특히 감회가 새로웠다.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알려진 배차간격에 비해 자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17번 시내버스가 들어와서 승객이 내리는 모습을 찍어보았다.
분명 예전에는 로얄미디로 다녔던 것 같은데, 언제 차급이 다운그레이드 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산터미널은 새롭게 모습을 바꾸어 수많은 사람들의 환승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주 52시간 단축으로 인한 영향으로 최근에는 노선이 축소되는 등 위기 조짐이 보이지만,
입지가 입지인 만큼 당분간은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다.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큰 변화 없이 숨겨진 젖줄로 남을 것 같은 이곳에,
언젠가는 다음 방문을 꼭 기약하고 싶다.
첫댓글 종횡무진 바쁘십니다!
죽산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으며 역사에서도 종종 등장하지요. 지명도 오래된걸로 압니다.
죽주, 죽산, 일죽, 삼죽, 죽림, 행죽(이천 설성면) 등 주변에 죽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습니다. 예전 죽산군 관할지역이 아니었나 짐작이 갑니다.
그 정도로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기능에 죽산이 있는거죠.
경일여객의 큰 축, 남서울-진천노선도 양지 원삼 백암 죽산을 지나면 버스내부가 훨씬 가벼워져 진천으로 향하지요.
그만큼 죽산=경일여객을 떠오르게 하는 중요한 캐쉬카우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직접 다녀 온듯한 터미널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현재의 안성시 죽산/일죽/삼죽면 + 용인시 백암/원삼면이 과거 죽산군 관할이었습니다.
행죽은 아마 음죽군(현 장호원 일대)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음죽이라는 지명도 결국 죽산이랑 관계가 되어있으니까요.
경일여객이 괜히 본사 면허를 여기다 둔게 아니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이날 어디가나 KD 노선만 보였는데 처음으로 타회사를 마주해서 참 좋았었네요. ^^
1990년도 가을경에 kd에서 처음으로 천안-안성-죽산-이천 노선을 개통하여 탑승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성-죽산 구간에 손님이 꽤 많었던 기억이 나네요.
kd도색도 그 당시에는 보라색이 아닌 시절이었는데 벌써 30년이 다 되가네요.
천안행 노선이 제 생각보다 오래된 노선이었군요.
당시에는 시내버스 환승이라는 게 없었으니 안성 죽산간 승객이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완승해보고 싶네요~
주52시간제때문이란것은 핑계같네요.
남부-진천노선은 경유지가 많은 완행노선이고,
서울- 양지,백암, 죽산까지의 승객과 통학하는 두원공대생들이 거의대부분이죠.
그래서 두원공대나, 광혜원까지로 단축해서 운행하면 효율성이 훨씬 높아지죠.
배차수를 줄이지않고, 노선을 단축해서 진천까지가는 횟수를 줄였고
양지, 백암을 경유하지않는 동서울행의 배차는 그대로 놔두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또 1시간간격으로 증회한 남부- 충북혁신도시행은 모두 진천까지 연장해놔서
죽산경유보다 진천까지 걸리는 시간도 덜 걸릴테니 진천손님을 일부 소화해주면
단축으로인한 큰불편은없이 효율성은 증가시킨 노선조정이 되겠네요.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일단 명목상으로는 주52시간이라고는 했지만 속사정은 또 이러해서 효율적으로 노선을 분배하려던 목적이 있겠네요.
경일여객이 규모는 작아도 꽤 탄탄한 회사라는 느낌을 보면서 많이 받았는데 역시 수요를 끌어모으는 노선들이 있었군요. 촬영하신 차량에 김포 스티킹이 되어있던 걸로 봐서 현재는 KD로 넘어간 김포 노선을 다녔던 차량으로 보입니다. 남서울-진천 노선을 처음 개통했을때 약간 뜬금포 같다는 의견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핵심 노선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입니다. 농담 삼아 말씀을 올리자면 최근에 올려주신 수도권 지역 기행문 중에서 이번 글이 가장 KD 차량이 적게 나온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포 스티킹이 제대로 보여서 민망할 정도네요. ㅎㅎ 서울남부-진천 노선이 생각보다 수요가 많나보네요. 다행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이천행 시내버스 말고는 KD차가 없었으나 실제로는 보라돌이를 봤습니다.
경남여객 10번이 죽산까지 가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ㅎㅎ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