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있으면 지자체 선거가 실시된다. 풀뿌리 민주 지방자치를 표방하며 출범한 제도가 시행된지 어느덧 십수년이 지났다. 일부에선 지방의회 의원 유급제 전환후 의회의 발전과 자질향상은 없고 아까운 국민 혈세만 축낸다는 볼멘소리가 컸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의회제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물가수준과 자치단체 재정 등을 기준으로 이들 지방의회 의원들의 연봉 상한액을 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 지급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말도 들었던 적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르겠다.
한때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에 나온 의원들이 금품을 돌린 사실이 밝혀지고 또 비례대표 공천을 반쪽(임기 4년 중 2년간 나누는 방식) 공천으로 홍역을 치룬 일부 지역 지방의회의 도덕성으로 지방의회 무용론과 회의론도 무성하다. 도의회던 시의회던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회에서 의원수 대비 조례 발의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조례뿐 아니라 그들의 활동이 과연 납득할 만하고 하는 일 없이 놀고 먹으면서 "밥그릇 챙기기"에 열심이었던 것은 아닌지 주민들이 냉정하게 챙겨봐야 한다. 그리고, 위민(爲民)을 위장하여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한 의원들은 없었는지,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린 의원은 없는지 주민들이 모니터하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어느 지방에선 그 지역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지회가 주최한 ‘지방자치시민감시단 활동 및 시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들을 평가하여 상을 준 사례도 있었다. 평가방법은 의정활동의 속기록 분석, 의원들의 입법활동, 시정질문, 질의응답, 신상발언 등 제반 분야의 활동을 면밀히 분석하여 평가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방의회 의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책의 상품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지방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본적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 집행부인 도와 시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 위상을 확립하고 공명정대하게 운영하였는지 등을 시민감시단이 평가하여야 한다.
많은 지방의회 의장, 의원들의 활동을 평가한 단체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우수한 분들도 있으나 절반 이상의 의장, 의원들이 자질향상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자질 부족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실련과 같은 단체는 주요 의회 의정활동을 주기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공정한 평가에 기초하여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시의원은 필요하다면 시민들이 교체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한다.
5월16일 문경새재 산행후 뒷풀이 자리에서 황희동님 한 말씀하셨다. “ 야, 너거 인자 객지서 그만 살고 내려와 지역 시의원에 출마해서 제대로 된 시의회가 되도록 활동좀 하면 않되겠냐, 지금 시의원들 약력을 봐도 그렇고 하는 의정활동들을 봐도 도대체 이해가 되질않는다 ~ ~ ~ .”라고. 희동님 말하는 표정을 봐서는 그곳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옐로 카드를 내밀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그곳을 생각할 때 마다 지난 십수년 동안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해변친수공원(海邊 親水公園)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시당국과 시의회의 의정활동에서 하드웨어적 발상은 있으나 소프트웨어적인 창의력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공단유치, 산업항 추가개설,조선소 유치, XX단지 유치 등등 하드웨어적 발전에만 신경쓴 지난 십수년은 도심지 공동화를 부추겼고,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환경조성에 크게 미흡했다. 물론, 그 지역의 특수한 태생적, 지형적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수십년 객지에서 살아왔으므로, 어느 날 그곳에 가서 지방의회에 의원으로 출마라도 한다면, 고향 떠나있다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다고 욕먹을 것이다. 기초단체 의원은 그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주민들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왔던 우리 동문들이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들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자질을 가진 우리 동문들이 너무도 많은데, 왜 그런 한심한 사람들로 의회가 구성되도록 그 동안 방치해왔는지 이젠 그 곳에 사는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이 기초 지방의회 선거는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러면 기초의원 출신 백수들이 또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얼마 전 타 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이 타 시의회 의원들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배우지 않고 "못 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 는 식으로 가뜩이나 당시 수해를 입어 어수선한 시민들의 심정은 뒤로 한 채 연수라는 핑계로 외국으로 놀러 갔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런 시의원들을 어떤 시민들이 시의회에 관심을 두고 지지 할 것이며, 그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지겠는가? 시의회가 연수를 간다면 해당국가 시의회에 정식요청 초청을 받고 가야하는 것이 수순이다. 일부 도, 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일정에 따르면, 10여일 이상의 긴 여정 동안 방문국 몇 군데 시의회를 돌아보는 것이 전부이고 대부분 그 지역의 관광명소 방문으로만 짜여져 있어 이름만 해외연수지 개인 여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공무연수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큰 이유를 들자면, 의원들의 자질향상과 견문확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따른 시장개방화 위기와 세계 수출 시장의 관세철폐요구 등은 그 좋은 예가 된다. 국내외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해 나가려면, 세계 각국의 대응태세나 그들의 생존전략 및 방안들을 직접 살펴 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나 시 의회가 발전해 나가는데 있어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공의 최대 열쇠다.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은 특정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합하여 하나로 묶어나가는 것만이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의 지름길인 것이다.
황희동님, 우리가 다시 고향에 내려가 시의원이라도 출마하려면 최소한 몇년은 그곳에 먼저 뿌리내려 열심히 살며 지역에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충분히 알고 난 다음에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그 곳에도 훌륭한 분들, 자질이 출중한 분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우리같은 사람은 그런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지요. 그냥 여기서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없는지 모니터 잘 할께요. 그리고 이번이 기초의회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말 잇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