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꿈에 맑은 바다를 보았습니다.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꿈풀이처럼 홀로 참가한 노정이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웠던 목적지를 바로 3키로 앞에다 두고 돌아선다는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해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족욕부터 하고 다리를 위로 올리고 쉬라고, 다음부터 허리를 펴고 멀리 보고 보폭에 신경써 걸으라는 섶길안내사님의 정다운 말씀이 친정집에 다녀온 것처럼 감사했습니다.
위원장님의 해설이 좋았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듣기에 양보하는 마음이었는지 매번 가까이 하기 조심스러웠습니다. 섶길해설사님 3~4분이 함께 한 줄 알고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는데 해설사님이 아닌 안내사님이셨다고 합니다. 다음 4월 교육에 건의하시겠다는 말씀만으로도 어떤 결과가 있든지 송구할 만큼 감사합니다.
올해 처음 참가인데 점점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릴 무렵 뒤따르던 버스에 타도 된다고, 저마다의 걸음이 다르다고 위로 같은 안내를 받은 평택강 자전거길 겸 도보길이 짧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던 오성강변길이 강 너머 보이고 고개 숙인 논밭 옆 노오란 봉오리처럼 익어가는 꽃봄이 기다려졌습니다. 비단길도 배밭 과수원길도 기다려집니다.
동료였던 선생님도 동아리 회원님도 평택섶길 노을길에서 오랜만에 만나 반겨주시니 그 결이 달랐음을 강물처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앞서는 속도가 느껴졌습니다. 이야기 나누며 뒤서다보면 다른 이의 뒷모습과 물 냄새, 농성과 마을, 작은 섬과 나무 등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참 따사로웠습니다.
군문교를 건너오며 원평나루 노을을 보았던 옛 추억도 떠오릅니다. 섶길을 걸어온 여러분 덕분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례길 여행처럼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이롭다고 하여 조급히 나아가서도 안 되고
위태롭다고 하여 용감하게 물러나서도 안 된다
~김시습
첫댓글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잔잔해지며 따뜻해집니다
우리에게 다가 올 다음의 섶길들이 벌써 다시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