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에는 여행후기를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매번 기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멋진 풍경
을 놓치며 열심히 자료집을 뒤적이며 메모지에 속절없이 생각나는 아련한 추억과 상큼한 느
낌의 단편들을 적어내기에는 여행을 떠나는 참맛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년 전국투어
이후로는 사실상 여행을 가도 제대로 된 여행후기는 집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여행에서 느끼고 깨닫고 생각났던 것들을 한 장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왠지 모를 사명감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처음 여행후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모아두었던 원고들을 모아서 제 생일날 제가 그동안 여행 다니며 썼던 약 80여편의 부끄럽게 짝이 없는 시들과 유명 시인들의 시들을 모아 "시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문집을 만들어 저를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었지만 여행을 다니며 몰려드는 피곤과 빡빡한 탑승 스케줄 때문에 접어두어야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추억 # 1 』
정동진...
첫사랑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제주도가 나의 마음의 고향이라면, 정동진은 나에겐 일상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는 그런 곳입니다...
이번이 10번째 정동진행이지만 정동진은 바다와 철길이 나란히 달려가는 그런 풍경으로 매번 나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요번에도 이제 또다른 시작을 하는 나에게 늘 그랬던 것처럼 희망과 용기를 주겠지요...
2월 27일..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어머님께서 차려주신 맛난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한 뒤, 개강하면 입을려고 사두었던 연두색 니트티와 상아색 면바지를 꺼내어 입고는, 배낭형 가방(내가 제일 아끼는 가방임-섹시라이온)에 제 친구 IRIVER CHROME X IMP-150 MP3 CDP와 MP3CD 6장이 담긴 CD CASE(총 노래곡수 900여곡=150곡X6)와 메모지, 간단한 필기도구와 지갑겸 시스템다이어리를 챙겨넣고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CDP를 친구라고 하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늘 옆에 끼고 살고 있으니 친구라도 부를만 하지요...) 겨우 하루 차타고 돌아다니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신이 나는건지..^^
아마도 그동안 별보고 학교가고 별보고 집에 오는 하루하루 어김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작은기쁨 때문인가 봅니다..
날씨도 지난주부터 계속 꾸리꾸리하더니 오늘은 화창하게 개었네요.(걱정했는데...)
아버지께 들러 약간의 용돈(일당같은 개념인데 학교에서 두끼 식사값으로 6000원을 받거든요..제 용돈의 주요 수입원이랍니다..^^;;)을 받은 뒤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갑니다..
10여분 정도 걸려 터미널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작년 11월달에 터미널이 근화동에서 온의동으로 이전한 것을 모르고 舊터미널로 갔다가 하마터면 강릉가는 버스를 놓칠뻔 했던 기억이 새롭군요..(그때 경포대에서 누굴 만나기로 했었는데..ㅎㅎㅎ..3분전에 도착했었던가..)
제가 이용할 버스는 준우등형 고속버스..(강원여객)로서 강릉과 동해를 거쳐 삼척까지 가는 버스인데 신기한 것은 버스요금도 열차운임처럼 연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열차운임의 경우, 금요일오후 6시부터 주말과 공휴일은 기본요금이고, 월요일과 금요일오후 6시이전은 5%할인된 가격,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주중요금으로서 주말요금의 15%할인된 가격을 받는데 버스도 그런가 봅니다..그런데 최근에 정동진에 갔었던 11월 2일은 토요일이었는데 그때 가격도 만원이었는데..쩝..모르겠다..^^;;
오늘은 교통편 운임이 춘천-강릉간 고속버스 운임이 만원, 정동진-청량리 무궁화 제528열차의 운임이 12000원(주중 기본요금 15000원에서 20%학생할인), 청량리-남춘천 무궁화 제577열차는 주중요금에 철도회원 특별할인을 하여 4200원☞경춘선은 100km가 안되서 20% 학생할인이 안되거든요.
버스승차권을 끊은 뒤, CDP 예비전력으로 건전지 1조를 구입하여 버스에 올라서 2시간 30여분간의 NON STOP MUSIC PLAY!
『 추억 #2 』
버스엔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저까지 15명 남짓되는 손님이 드문드문...
버스는 온의동을 빠져나와 중앙고속도로까지 연결되는 8차선 간선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한참 아파트 건설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현진 에버빌이라던가, 주공아파트등)남춘천역 부근을 지나가면서 문득 2년전에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아파트가 개인주택보다는 여러 가지 제약은 있지만 그래도 살기는 좋잖아요?..아버지가 장사하시는데 문제만 없었어도 추운날 밖에 있는 화장실 갈 일은 없었을텐데..쩝...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춘천을 둘러싸고 있는 산중에 가장 유명한 산인 대룡산 자락을 타고 오르기 시작합니다..춘천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 아닐까...분지를 중심으로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이 중간에 서있고 소양강과 북한강이 북쪽 의암호에서 만나 휘돌아 나가고 봉의산 앞이 시내이고 그 외곽으로 여기 저기 신도심을 형성해서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고 고속도로 앞 둔덕마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버스는 그 사이에 계속 갈 길을 재촉하여 8시 30분에 홍천 IC를 지나쳐서 횡성 IC에서 6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다시 지방도로 노선을 바꾸어 새말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
저번에는 새말휴게소에서 정차하더니 요번에는 아마도 대관령 올라가기전에 있는 면온휴게소에서 쉬려는듯..(휴게소 왔다갔다하는 것은 왜그런것일까..)
저번에 새말에서 맛난 자판기 커피를 먹었던 것이 생각나는군요..(그런데 우리학교 자판기커피가 100원 인것에 비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환절기라 그런지 산안개가 장난이 아닙니다..아까 중앙고속도로 달릴 때 굴지터널부터 끼기 시작한 안개는 횡성 IC까지 산기슭부터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짙게 끼어서..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짙은 안개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듯..(저번에 뉴스를 잠깐 보니 남해고속도로에선가 54중 추돌사고가 안개 때문에 났었다는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버스안 승객들도 창밖 풍경이 안개뿐이라 그런지 다들 잠을 청하는군요..
특히 제 또래로 보이는 제 바로 앞좌석에 앉은 아가씨는 곤히 자는데 생머리라서 그런지 머리카락 몇 올이 정전기 때문에 일어나서 위로 붕뜬 모습이 좀 재미있었습니다..ㅎㅎㅎ
어쨌든 저런 여자친구 하나만 있었으면 내 일상이 이다지도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공부하다가도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그 고독과 막막함을 혼자 삼키지 않아도 될텐데..
이제 솔로가 된지도 2년이 되어서 익숙해질때도 되었는데 여자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수 없네요..T.T
창밖 풍경은 사계절중에 제일 멋진 겨울 시골 풍경입니다. 동네 어귀에 나앉은 한옥집 뒷마당에 가지런히 올라있는 장독대하며, 또다시 역동적인 생명이 태동할 논둑에는 하얗게 눈에 파묻혀 서 있는 볏짚단이 잠시 도시를 떠나온 제 마음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횡성에서 평창으로 들어서더니 하얀 설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2월말이긴 하지만 날씨가 그동안 제법 포근했던 지라 눈이 많이 녹았을줄 알았는데 밟은 이 하나 없는 눈이 무릎까지 올 정도로 많이 쌓여있었답니다..저 멀리 산밑에 있는 집들마다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강아지집하며, 트랙터와 포크레인같은 중기들로 눈을 치우는 모습도 이채롭습니다..
그런데 소사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심상치가 않더니 대관령 자락을 오르기 시작하자 먹구름이 잔뜩 끼고 급기야는 진눈깨비가 버스 창밖에 와서 부딪치기 시작하네요.
집에서 나올 때 조금 급하게 나온지라 뭘 빠트린 것이 없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우산을 깜빡했군요..(이런이런..ㅡㅡ;;)
안개는 '오리무중'이 아니라 바로 앞의 차도 안보일정도로 짙게 끼어 아까까지만 해도 저만치 산밑 자락에서 영동고속도로 옛길로 힘겹게 오르던 차들도 안보이고 산등성이와 산등성이 사이에 소담스럽게 자리잡고 있던 산중마을 풍경도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렸네요..
그래도 나름대로 이 풍경도 볼만은 하군요..겨울이 끝나기전에 태백의 설경을 꼭 보고 싶었는데 오늘 눈구경은 실컷 하게될듯.. 역시 구름이 산등성이에 걸려 쉬었다 넘어가는 곳이라 푄현상 때문에 이쪽 지방에서 이렇게 눈, 비가 많이 오는 것이랍니다..(제가 한 한국지리 하죠..쿠쿠쿠..) 지난 여름에 강릉에 물폭격을 때렸던 주범도 동해에서 북동기류를 타고 넘어오는 떼구름 때문이었는데...
대관령 정상에 오르니 숫제 밤이 되어버린...ㅡㅡ;;(마치 한여름에 소나기 퍼불 때 나타나는 암흑현상처럼..) 그런데 바로 옆에 지나가는 관광버스에서는 아주머니 몇분이 끼를 주체하지 못하시고 일어나셔서 흔드시고 계시는군요..(저거 금지된 건데...저런저런...)
우리 버스에서도 기사아저씨가 이런 음산한 분위기와는 안 맞게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데서나 살만한 뽕짝 메들리를 틀어주시는군요..아이러니컬하게도...
신나게 달리던 차들이 엉금엉금 속도를 줄이며 줄지어 대관령을 내려가기 시작.
작년 11월에 대관령 정상에서 보던 그 청명한 하늘과 맞닿은 하늘은 어디갔단 말가...
강릉 IC에 들어서니 안개는 걷혔는데 날씨는 여전히 쥐색이고 진눈깨비는 하염없이 내립니다..춘천 과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넘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춘천은 가을하늘처럼 날씨가 맑게 개었다는..씨...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코딱지만한 강원도 땅도 영서와 영동이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밝은 봄옷으로 세팅해 맞추어 입고 왔건만 이 무슨 변괴란 말인가..
버스는 정확히 10시 20분에 강릉터미널에 도착하여 강릉방면 승객들을 내리고 다시 삼척을 향해 떠나갑니다..저는 빗길 운전에 고생하신 버스기사 아저씨께 하차할 때 공손히"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린 뒤 터미널 안으로 내려갔습니다.
터미널에서 밥값을 구하기 위해 외환은행 ATM(현금자동지급기)으로 갔더니 조흥은행 카드가 안된다는..망할...ㅡㅡ+
비오는 목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안은 전국 각지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들로 문전성시..
그래서 바로 옆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는데 제일은행 ATM은 되는군요.(도둑놈덜! 수수료가 뭔 700원씩이나 되누...700원이면 맨날 자판기 커피한잔도 안사준다는 친구 넘 칭얼거리는거
듣지 않아도 될 돈이구만..)
일단 밤에 집에 타고 갈 택시 요금과 열차안에서 간식거리 여유돈까지 감안하여 2만원을 인출..후~설 때 받은 세뱃돈이 이렇게 곰실곰실 하늘로 흩어져 버리는구나..흑...
터미널앞 버스정류장에 서서 물끄러미 내리는 싸래기눈을 감상..(이기 뭐꼬..이기..)
10여분쯤 뒤에 동해상사 48-2번 버스를 타고 신영극장방면으로 이동.
신영극장이 있는 곳은 서울로 치자면 명동쯤 되는 곳이죠. 특히 버스정류장 앞 우리은행이 있는 건물은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은행, 병원, 피자헛에 맥도널드 같은 대형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는 것을 보면 건물시가만 해도 한 20억정도 되지 않을까..)
저거 금융소득(부동산 임대임료만 해도..)만 해도 상당하겠네..경매 부치면 얼마정도 나올까..
11시 20분이 되어 동진여객 소속 11번 버스(옥계행)가 도착하여 정동진으로 갑니다..주말같으면 붐빌 버스가 오늘은 텅텅..(앗싸...)
그러나 남대천 시장앞에서 다수의 노인분들을 태우는데..아무리 봐도 노인전용버스인듯..(노인대학 스쿨버스..)승객의 90%가 할머니들..마치 도서벽지를 운행하는 군내버스같은 분위기..
우리나라 제일의 풍경을 자랑한다는 국도 7번도로를 타고 가다 안인쯤 지나서 정동진방향 오른쪽을 바라보면 탁트인 바다가 파도에 넘실대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집니다..자..이제부터 진정한 정동진 여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맑은 날은 바다가 가까운 쪽부터 연녹색, 중간은 청록색, 먼바다는 진청색으로 보이는데,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연해를 가로지르는 해안선으로 밀려드는 여울과 중간색인 청록색 바다가 보이는군요. 북한잠수정과 우리나라 퇴역해군군함이 전시되어 있는 통일안보공원 앞 도로는 공사중인지 도로가 드러나있어서 잠시 버스가 흔들흔들..
다온 것 같아서 내릴려고 폼잡는데 아저씨가 등명해수욕장에서 문을 열어주십니다..
저: "아저씨~저 여기서 안내리는데요..부저 안눌렀거든요^^;;"
기사아저씨: "앗 그려?"
그러고는 다시 다음 정거장인 정동진역을 향해서 출발.
정동진역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니(12시)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24시 활어센터 앞 어항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해삼과 오징어등, 바다 친구들과 갈매기들...
갸들: "아~뭐야 제 또왔네" "넌 맨날 혼자냐? ㅎㅎㅎ"
나: "그래 혼자다 ㅡㅡ+ 니들이 혼자 여행 다니는 인생의 쓴맛을 알아? 인어아가씨라도 소개시켜주고 그런말을 좀 해보지!!!"
점심때도 되었고 출출하기도 하여 11월 2일 정동진 여행에서 푸짐한 뚝배기 설렁탕과 맛난 깍두기와 배추김치로 맛집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정동진 해장국, 설렁탕집으로 들어가 뜨끈한 설렁탕에 여행의 피곤함을 잊어봅니다..혼자 소주라도 한잔 걸칠까 하다가 무슨 청승이나 싶어서 그만두고..확실히 제가 전에 몇번갔던 이름만 맛집인 정동진 맛집보다 같은 5천원인데도 양도 많고 맛도 실한 것이 낫군요..크크크..^^
식당안쪽으로는 경상도 쪽에서 가족 나들이를 오신 분들로 보이는 분들이 둘러앉아 즐거운 식사를 즐기고 계시고 주방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바쁘게 음식을 만드시느라..이런 식당의 풍경이나 재래시장의 풍경들도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진풍경이죠..물론 전국 어디를 가나 풍경은 똑같지만 경상도나 전라도 방면으로 가면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면서 시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닷바람이 가뜩이나 찬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서 오늘따라 설렁탕이 맛나게 느껴지는군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시스템다이어리에서 돈을 꺼내 값을 치른 뒤 저는 제가 정동진을 가면
늘 가는 곳인 카페 "SUN"에 갑니다..정동진역 뒷 담장으로 걸어가다보면 모래시계나 배모양으로 된 장식물에 이름을 새겨주는 가게가 잔뜩 들어서 있는데 돈이 조금 더 있었으면 친구들 것도 기념으로 몇 개 사가고 싶은데 오늘도 돈을 털어서 온지라 다음여행으로 또 천상 미루어야 할 듯 하네요..주고 싶은 사람들이 몇 사람되는데 다 챙겨줄라면 여간 또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지라.._
카페"SUN"은 정동진역 뒷골목 강릉방면으로 제일 마지막에 있습니다...언젠가 소개해 드린적도 있지만 원목으로 된 유럽식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죠..사실 정동진에 처음오기 시작한 99년도 2월달부터 줄곧 이곳만 온 것은 아니죠..2000년 8월달에 왔을때는 해사랑 카페를 갔었고 2001년도 12월달인가 왔을때는 정동진 카페에 갔었는데 2002년도부터는 줄곧 "SUN"에 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2002년도 3월 20일 여행과 2002년도 8월 12일 여행, 등등..
1층에서는 물론 2층에서도 바다가 보이는데 언제 한번 여름에 밤에 와서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밀러나 버드와이저를 마시면 굿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층에 늘 앉는 계단쪽 좌석에 앉아서 아이리쉬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여행후기를 집필합니다...아이리쉬는 제가 여행가면 즐겨마시는 커피인데(평소에 학교에 있을때는 자판기커피나 아니면 헤이즐넛 커피티스푼 형으로 나온 것을 즐겨 마십니다만..)가끔씩 카페라떼도 먹고 에스프레소도 마시지만 그래도 역시 아늑한 카페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바다풍경을 감상하는데는 아이리쉬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한참 글을 쓰다보니 저만치서 관광열차가 들어오고 잠시후에는 무궁화 제543열차(강릉12:30→20:54)열차가 정동진역 구내로 진입..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열차는 이용승객이 꽤 많은듯..저도 여행후기를 쓰다가 1시 40여분쯤 카페를 나와 528무궁화 승차권을 검표하고 정동진역으로 나갑니다..처음에 춘천에서 올때는 지난 8월12일 여행의 그 한적함을 예상했었는데 360°정반대로 사람들로 정동진역 구내는 혼잡하네요..아차..그렇지..고등학교도 그렇고 대학교도 그렇고 요번주가 방학 마지막 주구나..ㅠ.ㅠ
정동진역은 역시 한적함과 때로는 조금 쓸쓸하기도 한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쩝...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니 2월말이라 아직 바람은 차고 날씨가 흐린날이었는지라 하얀색 물보라를 날리며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파도가 더욱 하얗게 보입니다..
전 친구가 조개껍데기를 몇 개 이쁜 것으로 주워오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있기도 하여 모래사장을 천천히 거닐면서 사람이 없는 쪽으로 걸어가서 모래사장으로 밀려온 조개껍데기를 조심스럽게 살펴서 진흙속에 옥석을 고르듯이 심사숙고하여서 몇 개를 주워 모래를 털어낸 뒤 파카 호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오던 길을 걸어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내년에는 꼭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정동진역으로 올라갑니다..
잠시후 528열차가 도착한다는 구내방송이 들리면서 사람들이 바다쪽 3번 승강장으로 모이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입석 손님도 나올 듯..
잠시후 정확히 2시 16분이 되어 528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정동진역 구내로 들어옵니다..
열차에 사람들이 하도 많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원래 제 자리인 5호차 19호석이 아닌 4호차 19호석에 갔다가 실수를 하고(저어기..제자리인데요..)제자리로 도망치듯이 찾아가 가방을 걸어놓고 파카는 좌석에 걸쳐놓고 그 위로 몸을 기대니 푹신푹신한 것이 좋군요..^^
열차는 이제 청량리를 향해서 다시 또 언제올지 모르는 겨울여행의 뜻 모를 아쉬움과 또다른 시작의 설레임을 남기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 ROOT1 ☆ 정동진역↔동해역
묵호에서 무궁화 제521열차(청량리08:00→강릉14:54)와 교행했습니다..원래 528과 521열차는 옥계에서 교행하기로 되어 있는 조합인데 저번 11월 여행부터는 묵호에서 교행하고 있습니다..열차시간이 조정된 것도 아닌데..옥계역은 주변 바닷가로 시멘트 공장이 많아서 화물취급이 생각보다는 많은 편입니다..예전에 석탄산업부흥기에는 아마도 석탄화물도 많이 취급했던역이었겠죠..옥계까지가 강릉시 관할행정구역입니다..(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망상해수욕장 임시승강장은 역사 하나없이 플랫폼형식으로 된 구조물만 달랑 있지만 그래도 하계수송기간에는 이곳에서도 정차하는 열차편이 있어서 그런지 표지판을 산뜻하게 다시 만들었군요..(여기는 동해시 망상동)그 다음역이 망상인데 망상역은 무배치간이역이라 강릉―동해간 통일호 열차편같은 경우에는 서지만 이용하는 승객은 거의 없을듯..(동해역에서 버스편을 이용하면 편리하니까..)역사는 있지만 거의 쓰러져 가는 농촌의 폐가같은 분위기가 나서 옛날 문학책에서 공부했던 봉황수라는 시가 생각납니다..(망국의 한을 노래한..)
경춘선에도 저런역이 하나 있지요(사릉역이 있는데 거기는 그래도 통학하시는 분들도 몇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1502와 1501통일호가 정차)
망상부터 묵호까지는 열차가 바닷가 송림사이로 달리는데 송림너머로 언뜻언뜻 비치는 바다풍경이 아름답습니다..특히 열차 기적소리에 놀라 바닷가에서 떼지어 먹이를 찾던 갈매기들이 한꺼번에 비상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죠..
묵호역은 191이나 192같은 영동선 새마을도 서는 제법 큰 역이랍니다..(정동진 해돋이 관광열차같은 패키지형 여행상품에도 등장하는 곳이죠..주변에 묵호항이 있어서 화물취급도 하고 여객취급도 제법한답니다.) 묵호역은 영동선 역중에는 몇 안되게 시내를 통과하는 역...
동해역에 도착하여 디젤→전기 기관차로 바꾸느라 한 10여분간 정차..(확실히 지난번보다는 오래 정차하는듯..기관차 교체도 하고 검수작업도 하느라..)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디젤기관차를 띠지 않고 강릉에서 끌고온 디젤기관차에다가 동해에서 전기기관차를 그 앞에다 붙이는 생전 처음보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ㅡㅡ^
아무튼 뭐 그건 별로 상관이 없는 일이죠..
동해역은 영동선에서는 영주역과 함께 대표적인 지역관리역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상행선 열차진행 방향 오른편으로 보면 기관차 승무사무소가 있고 정비창도 보이고 전기기관차를 4대나 중련해 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그리고 플랫폼에서 가까운 철로에는
벌크 시멘트차(Bulk Cement Tank Car)가 있는데 이는 시멘트 수송 전용 차량으로 상부해치를 통하여 적재하고 공기압력이나 중력작용에 의해 하부 토출구를 통하여 하화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너머로는 전개형 유개차 (Full Door Box Car)가 서 있는데 전개형 유개차(Full Door Box Car)란 표준 파렛트를 이용한 화물 상.하차 작업의 기계화로 물류의 일관수송에 적합하도록 측문 전개형(량당 12개)과 자동록킹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무개차(Gondola Car)―지붕이 없어 쇄정보호의 필요가 없고 유개차에 적재할 수 없는 석탄, 자갈, 대화물 등 다종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차량으로 최근에는 Car Dumping System에 의한 무연탄 수송에 주로 사용됩니다. ―일반 호퍼차(General Service Hopper Car)―무연탄 수송용 차량으로 차체단면은 경사를 준 호퍼가 양측으로 설치되어 개폐장치에 의한 측문개폐로 하화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열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죠
동해역은 주변의 북평선과 삼척선과 연결되어서 화물취급이 무척 많은 역이랍니다..(물론 이지역으로 수송되는 여객수가(특히 여름엔) 엄청난 지라 이런곳에서 일하게 되면 열차는 매일 볼 수 있어서 좋겠지만 작업량이 장난이 아닐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ROOT 2☆ 동해역―태백역
동해역을 빠져나오면 왼쪽으로 다리밑으로 뻗어나가는 철로가 보이는데 이것은 삼척선으로 예전에 석탄과 시멘트등을 실어나르던 선로였지만 요즘은 해안선기차여행 상품이 개발되면서 후진이나 삼척등지로 가는 열차편이 이용하는 선로랍니다..
도경리역부터는 영동선의 본격적인 산골기차여행이 시작됩니다. 뭐 볼 것은 산과 계곡과 산자락 사이로 군데군데 몇집 안되는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산촌풍경 밖에는 없지만 호남선의 광할한 평야풍경이나 경부선의 도회적인 풍경보다는 이런 풍경이 훨씬 정감있고 운치가 있다고 생각한답니다..그래서 이런맛에 하루 떠난다 싶으면 어김없이 영동 태백선을 타는 것이겠지요..(역시 난 진정한 기차여행매니아인가..)
도경리에서 미로와 상정을 거쳐 신기에 이르는 구간은 삼척시로 들어가는데 동해로 빠지는 강을 따라서 형성된 협곡을 따라서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를 볼 수 있는 국도38번과 산을 등지고 모여 있는 마을풍경뿐이지만 전 이 구간을 지나갈때마다 왠지 다른 세상 풍경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답니다..그건 아마도 고층빌딩과 아파트의 숲속에서 하루에도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늘 생활하다가 그런 정적의 낯선 느낌을 받으니 당연히 그런것이겠지요. 아무튼 지나가면서 강가나무와 풀섶들이 지난 여름 수해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다만 짐작하게 해줄 뿐입니다..문득 지난 여름에 복학하고 수해복구봉사단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네요..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다 그런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자는 취지인데...ㅡㅡ
신기역에 들어가기전에 오른편으로 서 있는 다리를 보면 동굴형상을 했는데 신기역 개찰구의 그것과 똑같군요. 작년에 동굴엑스포가 삼척에서 열렸었는데 한번 와보고 싶었으나 와보지 못했답니다..(뭐가 맨날 그렇게 바쁜지..)
신기역에서는 중련전기기관차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는 길다란 전개형 유개화차와 교행하는데 무척 길군요..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그래도 사람들이 타는 모습을 보면서 기차여행 하듯이 일하는 일반여객수송을 담당하는 기관차 기관사가 좋을까 아니면 밤낮을 길다란 화차들만 매달고 달리는 기관차의 기관사가 좋을까 하는...
물론 열차운전의 책임감같은 것이랄까 사명감 같은 것은 객차를 끄는 기관차의 기관사가 더 막중하겠지요. 신기역도 환선굴 아니면 정차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환선굴이 발견되면서 여객수요가 늘어나자 역사를 새로 건축하고 외부디자인을 이미지화 하는, 그리고 강릉,청량리,대전,부산,동대구,광주행 무궁화호 전열차편이 정차하는 역입니다..(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정차할 필요가 거의 없을 듯 한데...)
마차리에서 다시 도계에 이르는 구간에는 특별히 적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무궁화 제523열차(청량리10:00→강릉16:54)와 교행하는 것을 빼고는요..그것도 제자리는 우연히도 마차리역사에 가려서 523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지는 못했네요. 그리고 요번에 수확물이라 할 수 있다면 무배치간이역인 하고사리의 역사를 똑똑히 봤다는 것입니다. 일전에 철도로 인해 알게된 지인(知人)과 하고사리역에 대해 논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밤에도 하고사리역을 찾아낼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열차에 관해 논할 자격이 있다고 했는데 낮에도 이렇게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찾아낼 수가 없는데 하물며 밤에는 어떻겠습니까..
그럼 여기서 청량리-강릉 구간이 7시간씩이나 걸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하실분이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적어봅니다..
청량리와 강릉간 원래 정식거리는 412.4km로 서울-부산간 경부선 거리인 444.3km보다 약간 짧습니다. 그런데 무궁화를 기준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청량리-강릉간은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경부선은 무궁화의 경우 약 5시간 30분 정도, 새마을의 경우 델리익스프레스인 새마을 제1열차 같은 경우는 4시간 10분, 그 밖의 새마을은 통상 4시간 30여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서 강릉행 열차는 기관차를 전기기관차로 채택하는데 전기기관차는 선로의 특성상 강력한 견인력이 요구되는 전철화된 산업선과 중앙선 등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화물수송과 여객수송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견인력 5,300Hp, 최고속도 85km/h랍니다...그에 반해 경부선은 추풍령 부근을 제외하면 험한 지형이 없어서 속도롤 중시하므로 중련디젤기관차나 최근의 주력차는 7,000대 계열의 기관차 견인력 3,000Hp, 최고속도 150Km/h, 중량 124ton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7000대 디젤기관차(특히 예전에 새마을을 견인하던 그 기관차들은..)을 그냥 사용하므로 제속도를 낼수 있답니다.
더군다나 강릉행 열차편의 경우 험준한 산악지대를 우회하여 원주-제천-영월-태백-동해의 경로를 따라서 기준선상 보다 훨씬 남쪽으로 치우쳐 가는 반면에 경부선은 거의 굴곡이 없는 직선코스가 많은 관계로 바로 남쪽으로 내려가므로 시간이 훨씬 덜 걸리는 것입니다.
아무튼..
도계역은 상하행선 모두 승객들이 제법 많이 이용하는 역중에 하나입니다. 도계역은 특히 석탄산업이 번창했던 곳이어서 도계역 주변에 보면 여기저기 폐탄더미를 쌓아놓은 곳도 많이 보이고 야산의 둔덕이나 개울가의 바위, 판자촌 집들의 담장이나 지붕이 모두 전체적으로 약간 까맣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마도 분진때문이겠죠)
특히 고사리 부근에서부터 인가가 거의 보이지 않는 심포리에 올라갈때까지는 그나마 집들이 모여 있는 산자락마다 쓰고난 후 밭에다 버린 폐연탄들로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워낙 석탄의 주산지라 난방용 연료로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을 쓰는군요.
특히 신기나 삼척같은 경우는 토양이 전체적으로 고생대층이라 석회석이나 석탄지층을 포함한 곳이 많답니다. 토양을 봐도 석회석이 공기중에 노출되어 산화된 적색토(테라로사)가 많이 눈에 띠지요. 이와는 달리 제주도는 전체적으로 토양이 검은색을 띠는데 이것은 현무암질의 화산암이 풍화되어 이루어진 토양이기 때문이죠.
도계역에서 약간의 승객들이 타고 차내방송으로는 도계역에 정차중인 관광열차를 이용할 승객들은 하차하여 옆의 열차를 이용하라는 방송이...(무슨 관광열차일까?..)
도계역에서 객차 맨뒤로 가서 나한정역까지 가는 구불구불한 레일을 구경하면서 스위치백 시스템을 볼까 하다가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일어나기도 귀찮고 하여 그냥 자리에 앉아서 보기로 했습니다.(옆에 일행과 떨어진 여고생 한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에..)
열차는 속력을 줄이면서 옛 탄광촌의 퇴락한 판자촌을 사이로 산기슭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과 철도청에 대한 정책성 비방의 글들을 빨갛게 집집마다 담벼락에 써놓았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는군요.
도계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스위치백 시스템에 진입한다는 안내방송이..
나한정역에서부터 약 5분간은 후진으로 비탈진 레일을 뒤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자다가 깬 분들은 이게 무슨일인가 하실수도..) 이제는 정동진의 연간 관광객이 200만명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지만 대부분은 단순하게 관광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런 진기명기한 풍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주무시는 분들이 많지요(기차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입니다.)스위치백 시스템에 대해서는 제 여행후기에 여러번 설명드린 적이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
약 5분간에 걸친 후진운전으로 흥전역까지 올라오면 하본선과 중본선이 어느새 저만치 밑으로 보이는데 언제봐도 참 신기한 광경입니다..(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하나밖에 없다는..)
루프식 터널 같은 경우는 미국의 로키산맥에서 서해안으로 빠지는 대부분의 노선들에 채택되고 있다는 것을 일전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길이가 몇 킬로미터 되는 화물열차..) 흥전역에 올라오면 뒤쪽으로 터널이 하나 있는데 낭떠러지로 보이는..무서버라..
열차는 이제 영동선에서 바다가 보이는 구간과 함께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태백을 넘기 시작합니다. 차도가 저만치 보일 정도로 엄청 높고 구불구불한 흥전역과 통리역 사이의 최대의 난코스를 향해서 올라가는 것이죠. 만약에 열차도 그런 사고가 있어서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는다면 정말 대형참사 일어나기 딱좋은 코스지요(대구지하철 사고같이 엄청난..)
굴곡이 워낙 심한데다가 경사도 만만하지가 않아서 정말 영동선에서 일하시는 기관사님들은 대단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흥전역과 통리역사이의 터널 개수는 줄잡아 20여개 정도..(지형상..) 그래도 영동선에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이 펼쳐지는 지라 전 여기서 잠들어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동해-묵호와 정동진-강릉간 바다 풍경도 말이 필요없는 구간이긴 하지만..)
영동선은 산과 바다가 적절히 조화된 코스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경부선 타다가 영동선 타면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죠..
열차는 힘겹게 힘겹게 도계읍내와 미인폭포를 저만치 아래두고 태백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도계에서부터 따라오던 노르웨이 겨울숲과 견줄만한 설경은 이제 심포리-통리간을 거치면서 절정을 이룹니다..신비롭다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할말을 잃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하얀 솜이불을 덮어쓴 듯 동해를 향해 말없이 솟아있는 산들 사이로 기차를 타고 창문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따지고 보면 우리가 평생 찾아다니는 행복이라는 것도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이런 풍경을 혼자서 보고 있자니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내 인생은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들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얼마든지 연인이 생기면 이 풍경을 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더 키워 갈수도 있는 것이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오붓한 가족여행을 즐기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니 그렇게 아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겠지요^^..조용하게 귓가를 타고 흐르는 영화 'LOVE LETTER" OST-small happiness의 선율이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들면서 더욱더 마지막 겨울의 향취를 느끼게 해줍니다..
『 추억 #3 』
심포리역에서 무궁화 제544열차(부산09:10→강릉17:39)와 교행하면서 얼핏 창가너머 심포리역 역무원님께서 신호기를 흔드는 것을 보니 언젠가 비디오로 봤던 "철도원"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영화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북해도(北海島)의 하얀 설원을 달리던 열차의 아련한 모습은 아직도 뇌리속에 남아서 언젠가 그런 곳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오늘 심포리를 지나면서 잠시 일본 북해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통리역에 도착하니 선로마다 치우지 않은 눈이 정강이부분까지 차서 사람들의 발자국이 깊게 패여 있습니다..카페에도 올라온 통리의 모습을 보며 정말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오늘 직접 보니 정말 한번쯤은 이런데서 통나무로 만든 오두막을 지어놓고 세상에 때묻지 않은 자연을 벗삼아 한 며칠 지내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지고보면 100년도 못사는 인생인데 사람들끼리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경쟁하면서 죽을 것 같이 살 필요는 없을터인데 내가 그동안 너무 여유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가 스스로 되새김질을 해봅니다..광활한 바다와 웅장한 산맥과 평화로운 눈덮힌 산자락의 마을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동백산역(화물취급이 의외로 많습니다.)과 문곡역을 지나서 태백에 도착한 것은 오후4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눈 때문인지 서행을 하느라 시간이 조금씩 지체되는군요.
이제부터는 또 제가 가장 아끼는 노선중에 하나인 태백선으로 들어갑니다.(원래는 문곡부터죠.)태백역은 태백선에서 가장 큰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릉까지 가는 노선중에 몇 안되는 시중에 하나죠(태백선에서는 행정구역상 유일하게 태백이 시급입니다.)
아까까지 약주를 하셨는지 얼굴이 벌게서 주위사람들을 씨끄럽게 해서 여객전무님의 경고성 발언을 두 번이나 들었던 경상도 할아버지도 머쓱해지셔서 태백에서 가족들과 내리시고 태백에서는 기관사를 교대하고 그러느라 약 5분간 정차합니다. 타고 내리는 사람도 제일 많은듯...이곳 태백에도 가고 싶은 곳이 참 많습니다.(황지연못이나 석탄박물관,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등..) 돌이켜보면 그동안 여행다닌답시고 늘 가는 곳만 가서 기차타고 다닌 횟수에
비해서는 여행지가 많이 한정되어 있답니다..그래서 평소에 가보고 싶은 곳이 한국에도 아직 많아서 그런지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네요^^;;
태백을 출발한 열차는 추전에서 무궁화 제525열차(청량리12:00→강릉19:08)과 교행(이것도 원래 고한에서 교행인데..)하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정암터널(제 여행후기를 보신분들은 이 터널이름이 낯이 많이 익으실듯.)을 통과하여 고한과 사북(카지노와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로 유명해진 곳)을 지나 정선선과 분기하는 증산역에 도착합니다. 옆을 보니 통일호 제1546열차(구절리15:36→증산16:46)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정선선 플랫폼에 서 있군요(정선5일장에 운행되는 열차인 듯 예쁘게 도장했군요.)
열차는 이른바 "꼬마열차"라고 불리는 통일호인데 객차가 단 한량이랍니다.(언젠가 정선선도 타볼 기회가 있을까?..) 관광열차처럼 패키지로 나오는 것은 이상하게 이용하기가 싫으네요.
제 마음대로 코스를 정하지도 못하고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처럼 끌려 다니는거 같기도 하고..여행을 간다면 나름대로 며칠전부터 인터넷을 뒤지면서 여기저기 직접 전화도 하고 문의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열차표를 예악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는등 그런 재미도 따지고보면 여행이 주는 한 즐거움일텐데 관광열차는 예약하는 수고스러움만 하면 나머지는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니까..
자미원역을 지나는데 해발 688m라고 새겨진 바위가 보이는군요..(꽤 높은 곳이져?)
역이름도 특이하고..왜 자미원일까..다음 지나갈때는 역 폴싸인에 쓰여진 한자를 유심하게 보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자미원-조동간 터널안에서 열차가 신호대기 관계로 잠시 섰다가 다시 출발진행.(조동으로 지나가는 열차가 있는 것일까?...)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가 있는 함백의 백운농장이 가까운 예미역에 정차하는데 평소보다 긴 시간동안 정차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대로 가다가는 10여분은 족히 지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예미에서는 무궁화 제527열차(14:00→20:50)와 교행하느라..그런데 이 열차도 원래는 석항에서 교행하기로 되어 있는 열차입니다....아무래도 오늘 528이 왠지 상태가 별루 안좋은 것 같은.. ㅡㅡ:::
예미역쯤 오니 잔뜩 찌부렸던 하늘에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서산너머로 뉘엿뉘엿 걸음을 재촉하는 태양이 산골마을의 땅거미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역시 오늘 영동지방만 날씨가 나빴던듯..그래도 하루종일 비맞고 다니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영월역에는 여전히 약15분여가 지연되어서 정차.(언제봐도 고풍스러운 역사) 영월도 읍내는 군단위 치고는 굉장히 큰편입니다..아파트도 여기저기 보이고 깔끔하게 단장된 공원이라던지 길거리들..아마도 장릉과 청령포같은 역사적인 명승지가 있을뿐만 아니라 여름에 레프팅등 관광과 레져등의 요소들을 잘갖추고 있고 별마루 천문대라는 사설 천문대까지 있어서 가족단위로 나들이겸 해서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실제로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띱니다..)
영월역을 빠져나와 아름다운 서강에 길게 드리운 산그림자위로 놓여진 철교를 건너 터널을 지나니 제천까지는 금방이군요. 연당을 지나 쌍룡역에 잠시 정차후 입석리와 송학, 장락역을 지나는 내륙협곡을 따라 놓여진 태백선을 빠져나오자 제천입니다.(아시다시피 이쪽에 있는 역들은 거의 모두 시멘트를 주요 화물로 취급하는 역들이라 미정차역들임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엄청나게 크지요)
예미-석항-연하-탄부를 늦은 시간을 만회해보려는 듯이 제법 달렸지만 그래도 제천에는 예정시각보다 무려 20여분이나 늦어서 도착.(예정도착시각은 원래 18:20분에 도착)
도착하면 새마을 제183열차(청량리16:00→안동19:56)과 교행하면서 기관사 교대 및 간단한 정비를 거치게 되는데 제천역에서는 승객들만 내리고 바로 출발하는군요(나중에 안 것이지만 제천까지 객차를 견인한 기관차에 이상이 생겨서 교체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연되어서 출발되느라..) 기관차 교체 때문에 늦은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일말의 이해 가치는 있습니다..객차를 6량이나 넘게 끌고 그 험준한 산악지대를 운행하다보니 일반평지지형에서 달리는 열차보다는 고장이 잦을수도 있겠지요..하다못해 경부선에서도 기관차가 고장나는 일이 그리 흔치 않은 일은 아니니까요.. 제천역에서 예정시각보다 약 20여분 늦은 시각인 18:45분에 출발하여 제천역을 빠져나오자 어둠이 청량리를 향해 달리는 528을 완전히 감싸고 저도 이제 졸음에 겨워 선뜻선뜻 잠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창교신호장에서 191새마을(청량리17:00→강릉23:17)과 교행중..이 열차랑도 원래는 치악역에서 교행이죠. 봉양서부터는 치악산자락을 끼고 돌아돌아 내려오는 산악지형으로 달리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 산길로 구비구비 돌아가는 도로위로 가끔 비치는 헤드라잇 불빛이 전부입니다.(그래서 덕분에 여기서 많이 잤지요..) 원래 열차타면 잠들지 말자는 것이 신조지만 몇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우선 몇일씩 전국투어를 할 때는 야간열차에서는 좀 자두어야지, 평소에도 잠이 모잘라 고생인데 여행다니다가 쓰러지면 큰일이기에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이동한다던지 하는 야간열차에서는 잠을 많이 자는 편이고 이번같이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는 산악지대를 지날때에는 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면 볼량으로 잠을 자둡니다.
금교신호장과 치악역 사이 금대2터널(루프식 터널)에 진입하기전에 통일호 제1223열차(청량리16:15→제천19:36)과 교행하는데 건너편 열차를 보니 거의 잠드신 분들이 대부분...
이 열차는 거의 통근형에 가까운 열차라 그런 듯. (무궁화처럼 몇 개역은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왠간한 역은 거의 다 정차하기 때문일 듯...)
금대2터널을 약 3분간해서 빠져나오는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보면 열차가 터널속에서 계속 우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루프식 터널의 원리를 가장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터널에 진입하기전에 2번을 연속해서 볼 수 있는 모텔이죠.(여행다니면서 이런것도 알고 가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반곡역과 유교신호장을 지나니 저 멀리 원주시내의 야경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원주에는 그래도 5분이나 단축해서 15분 늦어서 도착했지요..(더이상 늦지 않으면 577열차시각에는 충분히 댈 수 있을 듯...)
원주랑은 별로 기억이 없는 듯..가장 최근에 가본 것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날정로도 무척 오래된...하긴 원주는 정말 갈 일이 없죠..뭐,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춘천에서 원주로 여행간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 아닐까..서울에는 여러군데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놀거리도 많지만 원주에는 그런 것이..^^;(뭐 친구녀석은 여자친구 집이 원주라서 그런지 여자친구가 삐치면 달래주러 간다고 잘 가더군요..)
원주역을 빠져나오자 평지라 그런지 좀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 늦어진 시작을 만회하려는...
만종역과 동화역을 몇십분 만에 주파하고 간현에서 안동행 무궁화 제507열차(청량리18:00→안동22:31)와 교행하는군요. 그런데 앞에서 온갖 만행(?)(필자주: 여기서 만행이란 솔로앞에서 포옹이나 가벼운 볼키스등의 신체접촉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함)을 일삼던 커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보니 바둑객차 달린 것이 무척 신기한가 봅니다..
여자: "자기야 저게 뭐야?"
남자: "글쎄..바둑객차라고 써 있는데? 저런 열차도 있었나?"
여자: "열차타서 바둑두고 있는 사람도 있을까?
남자: "뭐 있겠지"
하긴 PC방객차니 어린이 놀이방, 침대차, 롯데리아 스넥카가 완비된 열차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저와 우리 기적사 주요멤버들 같은 준철도인 아니면 알 리가 없겠지요..
판대-양동(정차-경기도 여주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쪽으로 상경할 때 이용하는 역쯤 되지요)
매곡-구둔-석불-지평-용문(정차)-원덕-양평쯤 왔을때는 지연시간이 거의 다 회복되어서 6분대로 단축되었는데 이제부터는 뭐 가슴 졸일 필요는 없겠네요..양평에서 정차하면 이제 청량리까지는 정차역이 없이 1시간대 거리이기 때문에 전력질주하면 지연시간 없이 도착하는데 무리가 없을듯..(실제로 지금까지 교행하면서 하행선 열차편을 기다리게 했으니..화물열차야 객차를 먼저 보내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아신-국수-신원-양수-능내-팔당-덕소-도농-동교신호장-망우 이제 이렇게 남았지요.
아신부터 팔당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낮에 보면 남한강과 나란히 달리는, 구리에서 시작하여 하남을 거쳐 양평까지 이어지는, 6번 국도의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경강에서 춘천까지 이어지는 46번 국도의 북한강 풍경과 정말 흡사합니다. 다만 한가지 다르다는 것은 북한강은 강폭이 남한강에 비해 좁아서 좀더 풍경이 한시야에 들어온다는 것이 틀리죠. 때문에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밤이라 아신역 부근에 양평공항이나 좀더 가다보면 스테이션등 남한강의 밤풍경을 주름잡으며 포진한 카페촌의 야경이 볼 만 합니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은 카페만 골라 다니는 저로서는 언젠가 주말에 시간나면 한번쯤 들르고 싶은 곳이죠. 근데 문제는 저녁때 올라면 열차시간 맞추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일로 다녀온다면 아까 교행한 1223통일호가 아신역에 17:15분이니까 그때 내려서 차 한잔 마시고 다시 열차를 타고 올라올려면 양평까지 가서 528이나 508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시간이 약간 빠듯할 듯 하지만 뭐 해볼만한 가치는 있군요..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같이 갈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
(제길..ㅡㅡ;;;) 그래도 뭐 암튼 나중에 주말저녁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도농역에서 부산행 무궁화 제 509열차(청량리21:00→부산05:50)열차와 교행하고 나니 이젠 시간이 역전이 되어서 무려 5분이나 조착을 해버릴 상황입니다..그러나 신호대기 문제도 있고 열차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정시에 도착하기 위해서 동교신호장부터는 서행을..
이렇게 하여 청량리에는 21:13분에 거의 정시로 도착하여 7시간의 여행은 막을 내리고 전 528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개찰구로 가지 않고 지하도를 통해 빠져나와서 바로 옆에 출발대기중인 무궁화 제577열차(청량리21:40→23:21)에 오릅니다..예전에는 3일동안 열차로 전국을 돌아다녔어도 피곤한지 몰랐는데 복학해서부터는 운동을 못하고 매일 책상앞에만 붙어 있다보니 9시간동안 열차타는 것이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하는군요..그래도 뭐 지금 1221통일호(청량리06:50→부전18:38▶우리나라에서 최장시간 운행되는 열차로서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정말 하루죙일 가는 열차지요)같은거 타라면 타겠지만서두 말이죠.
577열차야 화랑대에서 576무궁화(춘천20:00▶청량리21:50), 평내에서 1520통일호(춘천20:55▶청량리22:49), 청평에서 578무궁화(춘천21:50▶청량리23:37), 가평에서 580무궁화(춘천22:20▶청량리00:16)와 교행하니까 따로 뭐 적을 필요는 없고 요번에도 제가 탄 1호차 객실은 장애인 객실이라 자동개폐식 출입문에 회색시트(신형)등의 우드형 객차였던 점을 빼면 따로 적을 것은 없군요(대성리까지 퍼져서 차창밖 풍경도 본 것이 없고)
남춘천역 부근에 와서는 택시잡기 위해서 4호차(하행선은 기관차뒤부터 거꾸로 기산하여 맨뒤가 1호차)로 건너가서 정차하자마자 택시정류장으로 뛰어가 난생 처음 2등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팔호광장 부근에서 자취하는 여자친구->말그대로 친구(실은 우연치 않게 갸가 편의점에서 일할 때 만난 애인데)한테 정동진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528무궁화와 577무궁화의 승차권을 기념으로 건네주고 저는 늦은 저녁으로 24시간 분식을 하는 김밥나라에 가서 김밥 세줄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마치며..... 』
메모장을 들고 가긴 했지만 간만에 여행후기를 끄적여보는 지라 마땅히 쓸 것도 없고 귀찮기도 하여(저는 여행다니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여행후에 회상하면서 적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저는 주로 기차안에서 적는 편이랍니다)
그냥 덮어두고 대관령을, 그리고 태백을 넘어갈 때 눈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역시 내용이 부실해지고 만 느낌도, 이렇게 집필을 끝마치고 나니 없지 않아 있습니다.
처음에 여행다니기 시작했을때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하며 떠났었지만 언젠가부터는 마음 편하게 그냥 일상에서 하루 벗어나 자연그대로 늘 거기에 서 있는 풍경속에서 조금은 성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하고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을, 그리고 여유를 가지게 된 거 같아 흐뭇할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저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또다시 시간이 기억속 저편으로 잊어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해가겠지요.
우리가 일생동안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이 실은 따지고 보면 바다를 보며 감탄하는 그런 작은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2003년 3월 4일 새벽 1시 50분에 탈고하면서..
choice bgm best 30(recommend)
1. 차마 [ 채동하 ]
2. 혼자가 아닌 나 [ 서영은 ]
3. 보고 싶다 [ 김범수 ]
4. 태양의 나라 [ 노바소닉 ]
5. IN MY DREAM [ 조장혁 ]
6. 비인 [ 윤손하 ]
7. VLAD [ 자우림 ]
8. MY ONLY LOVE [ 정인호 ]
9. JEWEL SONG [ 보아 ]
10.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UN ]
11. 산책 [ 쿨 ]
12. 꽃밭에서 [ 조관우 ]
13. 한사람을 위해 [ 안재모]
14. STAY [ 이현우 ]
15. 상록수 [ 강타 ]
16. 무한대 [ 주석 ]
17. DIET [ 김현정 ]
18. 사랑과 야망 [ 광복절 밴드 ]
19. 투비 [ 루다 ]
20. 또다른 시작 [ 강준하 ]
21. ID: PEACE B [ 보아 ]
22. 내가 있을게 [ JO ]
23. 아리아리 [ 이정현 ]
24. 나 어떻게 [ 리아 ]
25. 나만의 사랑 [ 강준하 ]
26. 다 [ 샤크라 ]
27. ONE [ V6 & 슈 ]
28. 바보 [ 혜령 ]
29. 굿바이 [ 카밀라 ]
30. 빛 [ 이수영 ]
첫댓글 정말 길고도 멋진 너 다운 글이군 ㅋㅋㅋ 확실히 다른 사람들하고 여행후기가 다르군......
멋지다..의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