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블로그에 가끔 올리는 비공개 개인 소감을 그대로 옮긴 조금 건조한 글임을 밝힙니다.
2023년 첫 마라톤 대회 참가는 전마클 추천 대회인 여수해양마라톤대회다. 풀코스는 훈련량으로 볼 때 몸에 무리가 갈 듯싶어 하프코스로 신청했다.
여수마라톤대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단일 대회로는 많이 참석한 대회 중 하나다. 이전 두 대회는 2019년 하프코스, 여수엑스포에서 오동도와 돌산대교를 돌아 바닷가 코스 언덕을 올라가다가 돌아오는 획득 고도 190미터였다. 2020년 풀코스, 하프코스와 같으나 계속 진행해서 제석산 옆에서 돌아오는 획득 고도 600미터였다.
이번 대회는 코스가 바뀌어 진남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부암산 옆에서 돌아오는 코스다. 획득 고도 340미터로 이전 하프코스와 비교할 때 획득 고도가 150미터 더 높아졌다. 체감상으로는 두 배 정도의 업힐이다. 평지가 거의 없어 가히 ‘업힐 맛집’이라 할만한 코스다.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새삼 ‘어떻게 대회 때마다 설렐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출발 30분 전에 가볍게 15분 정도 조깅을 하고 두세 차례 대회 페이스보다 조금 빠르게 질주한다. 체감기온에 따라 복장을 선택한다. 참가 인원이 많다. 2-3번째 앞쪽에서 출발하기 위해 셋째 줄에 서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출발한다.
운동장을 돌아 나가며 코스 고저도를 보며 계획한 페이스 전략을 머릿속으로 다시 되새김한다. 처음 2킬로는 4’13”/k 이후로 반환점까지는 평균 4’09”/k로 44’, 반환점 이후로는 4’05”/k로 43’이다.
처음 5킬로는 무리하지 않고 전략대로 되는 듯싶었으나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되고 킬로당 업힐이 40-50미터에 이르자 1킬로로 설정한 페이스 알람을 보니 4’40”-50”를 오간다. 어휴! ‘누구나 한방 맞기 전에는 그럴듯한 전략이 있다’는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생각난다. 어찌하리,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지. 10분가량 먼저 출발한 클럽 풀코스 참가자 몇몇을 8킬로 지점에서 만나 파이팅을 외치며 열심히 달려나간다. 반환점을 돌기 3-4백 미터 전 내리막에서 하프코스 선두와 마주친다. 반환점까지 가며 헤아리니 나보다 앞선 선수가 대략 스물이다.
반환점에 이르러 시간을 보니 계획보다 1분 정도 뒤처져 있다. 반환점 이후에는 10킬로 대회에 이제 막 출발했다는 마음으로 전반보다 2-3분을 줄여보자고 다시금 마음먹는다. 오르막에서 형호가 ‘세 명만 잡아요’ 한다. 시상을 15명으로 알았나 보다. 첫 번째 가파른 오르막에서 세 명을 제친다. 이후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며 다음 오르막에서 두 명을, 5킬로 급수대를 지나 차량 통행이 없는 길에서 50미터쯤 앞에 있던 선수를 터널 진입 전에서 다시 한 명을, 그리고 골인 지점으로 오르는 길에서 마지막으로 한 명을 더 제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질주하며 골인한다. 목표보다 1분 늦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다.
골인 지점에서 들으니 인숙 씨가 5킬로 부문 1등, 혜진 씨가 10킬로 부문 2등이라 한다. 조금 뒤 나영 씨가 하프 부문 2등으로 골인한다. 참시 뒤 진행된 시상식을 보며 ‘전 마클은 여성 회원들이 빛내는군’ 하는 생각을 한다. 대단하다. 각종 대회마다 입상이라니….
2023년 첫 대회로 참가한 여수대회는 출발부터 집에 도착까지 만족스럽다. 물론 여기에는 사무국장님, 훈련부장님 등 헌신하시는 임원진분들과 조용히 봉사하시는 회원님들 공이 크다. 감사하다.
2022년 11, 12월과 2023년 1월 첫 주까지 훈련량이 주당 평균 50킬로미터 너무 적다. 화요일에 선착순 접수하는 동아마라톤에 참가가 가능하다면 둘째 주부터는 1.5배로 끌어올려 달리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대회 중에는 내가 즐기는 방법(?)이 몇 가지
첫째, 대회 출발과 함께 전체 전략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물론 계속 수정하지만…
둘째, 대회에서 페이스는 항상 네거티브 스플릿(전반보다 후반이 빠르게)로 계획한다.
셋째, 처음 2-3킬로 미터는 목표 평균 페이스보다 5”가량 늦춘다. 한꺼번에 뛰쳐나가다 보면 계획보다 늦어지기보다는 평균 페이스에 거의 근접하거나 약간 더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넷째, 대회에서 전반에는 함께 가는 그룹을 선정해서 함께 묻어가고, 반환점 이후에는 바로 앞사람만 잡자는 생각으로 달린다.
다섯째, 급수는 가능한 들러 30=50밀리 정도씩 마시고 계획한 곳에서 급수전 200미터에서 파워 젤 등을 섭취한다.
여섯째, 마지막 1-2킬로미터는 최선을 다해 질주를 한다.
첫댓글 멋짐니다
우리네 삶도 맘먹고 계획하나 늘상 어긋나 수정하고 포기도하고 좌절도 맛보곤하는데 ~~~
인생길과 닮은 마라톤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취하는 성수님 ~~~
부러우먼 지는데 두손듭니다
앞선자의 발자취따라
흉네라도 내볼께요 ~~~
정말 정석으로 준비하셨네요.
늘 도움되는 말씀 감사해요~
계획적인 목표가 있으니 더욱더 발전 기대됩니다.
여수가 업힐로 악명높은건 알았지만 일케 많고 길지는 몰랐네요~ 계획과는 텍도없는 실력임을 느끼며 훈련때 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네요~
계획하고 이루는 모습 멋지십니다~👍👍
팁도 감사해요~^^
멋집니다
정석이라고 느낄만큼 계획세우고 생각하고 해내고~~^^
그대로 따라하고시포도 ~잘안됨
형호가 내페매하느라 앞사람 숫자를 잘못봄 ㅋ
언제나 꾸준함으로 관리하는 성수동생이 부럽고만,
컨디션에따라 하프, 풀코스 선택으로 자신이 충분히 관리하며 주로를 달리는 주자가 진정 매니아
앞으로 많은 발전기원 합니다
일지/계획/기록까지 멋지네요
다음대회가 기대됩니다~
멋지십니다
제가 뛴것처럼 생생한 일지
감사합니다
곧 썹쓰리 일지가 올라오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존경 스럽습니다^^
누구나 한방맞기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ㅇ 공감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하는걸 보고 너무나 부러웠음 나도 흉내만 내봅니다요
계획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단하세요
글을 읽으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대회에 임하는 자세
큰 그림만 그렸지
대충 이렇게하면 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
오늘도 한수 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지 멋지십니다. 👍👍
다음 동마때 일지도 궁금해지네요~
고수는 역시 다르네요.
좋은 말씀 항상 귀담아 듣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형님. ^^
피니쉬 트랙 진입직전 주로에서 뛰어들어 오시는 멋진모습 보면서 부럽기도 놀랍기도~~한수 배워주세요👍👍
머리속에 GPS가 있나봐요
신기하네요~ 8년을 대회에 나갔어두 코스가 기억나는곳이 거의없는데 입이 쩍 벌어집니다 따봉
대단하시네요. 읽어만 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동의 글 감사합니다.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뛰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회를
즐기며 뛰기는 쉽지 않은거같습니다.
제가 조급증만 버리고
형님 옆에서 딱붙하며 즐기고 싶습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 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