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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즐거운 인생’ [목 차] 1. 네 명의 원더우먼, 영화관에 가다 2. 영화로 풀어보는 우리들의 이야기 3. 영화로 논다
영 화 티 켓
1. 네 명의 원더우먼, 영화관에 가다.
매일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지내던 와중에 텅 빈 하루를 선물로 받았다. 꼭 읽어내야 할 책이 있었기에 세수도 안 하고 아침도 안 먹은 채 양치질만 하고는 얼른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침을 먹으면 졸려서 책 읽을 시간을 빼앗길 듯 하여 최대한 긴장을 했었는데 휴대폰을 끄지 않은 것이 나의 실수였다. 스터디 팀원인 부영씨의 이름이 뜨며 진동을 울려대는 휴대폰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과제물 이야기가 나왔고, 며칠 전에 본 '즐거운 인생'이 재미있었다며 팀원들과 함께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텔레비전에서 얼핏 본 장면이 떠오르면서 이준익 감독이 제작한 영화이므로 영화관에 가서 봐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에 번개를 쳤다. 스터디 팀원 네 사람 모두 쉽게 의기투합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강동CGV에서 7시 45분에 상영한 '즐거운 인생'을 보기로 했다. 5시에 집에 돌아와 급하게 과제물에 관한 유인물과 비출석 온라인 강좌를 프린트 해들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서 비출석 온라인 강좌를 읽어보니, 영화제와 시네마테크 같은 특별한 곳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는 적극적인 감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점수를 몇 점 깎아 먹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며 집안일에 공부까지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시내의 영화관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을 이끌고 나온 팀원들과 나는 급하게 김밥과 떡볶이로 배를 채우고 영화관으로 달려 들어갔다.
2. 영화로 풀어보는 우리들의 이야기
영화관은 여섯 줄 밖에 되지 않아 가족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대사나 느낌 등을 메모하는데 춘옥씨네 두 딸이 뭘 쓰느냐며 들여다본다. 초등학교 1,3학년인 그 애들에게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 듯하다. 나는 '불놀이야'와 '한동안 뜸했었지'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라이브 콘서트에서처럼 흥분을 즐겼는데 말이다. 영화가 끝나니 9시 45분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작은 영화관에서 앤댕 크레딧의 마지막 이름이 올라가기까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나도 잠시 활화산에 묻어 내 삼류 꿈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영화와 더불어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 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놀이 시설이 있어 아이들은 그곳에서 놀고 우린 냉커피와 환타를 마시며 우리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단 내가 영화 중간 중간에 메모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순이 : “스크린 쿼터제가 있듯이 인생의 40대에도 쿼터제가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요즘 모든 문화가 10대와 20대에 맞춰져 있잖아. 정작 삶의 깊이가 묻어나올 수 있는 30,40대의 음악은 사라지고 그들이 설 곳도 없고...... (모두 쓴웃음) 그리고 당신들 같으면 저 정도 노래 들으러 멀리 떨어져 있는 ‘조개구이 라이브’에 가겠어? 난 아니야. 20년 쉬다가 갑자기 몇 달 만에 라이브를 하는 그들을 보러 홍대 앞을 두고 그곳까지 간다는 것은, 아무리 영화라지만 좀 억지다. 공짜표 준다면 혁준이가 이뻐서 갈까 말까 좀 망설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집나간 성욱이 아내가 나타나기까지 하는 해피 앤딩 장면은 정말 오버다. 흔한 스토리에 뻔한 전개, 해피앤딩까지...... 정말 실망이다. 차라리 무명이면서 진짜 실력 있는 40대 아저씨들을 출연진으로 해, 20년을 꾸준히 연습해오다가 그들의 열정을 불사르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훨씬 더 감동적이었을 것 같아. 유명 배우들이 고생해서 연주한 거니 참아달라는 뜻으로 보일 정도로 음악성은 떨어진다고 봐. 음악영화니까 음악성이 더 강조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좀 남더구만요.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영국 영화 ‘풀 몬티’가 생각났었다우.(다들 고개를 갸우뚱~) 그 영화에서도 이혼남, 실직자, 무능한 중년......그런 남자들이 모여서 스트립쇼를 계획하는 거였지. ‘즐거운 인생’의 남자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영화 보는 내내 영화음악의 리듬이 내게도 전해왔던 것 같아. 패스트 푸드점인가에서 줄을 서있다가 우연히 그들의 댄스뮤직이 나오자 모두 리듬에 맞춰 춤동작을 하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네.(모두 호기심을 보인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그 영화와 자꾸 비교 되면서 ‘즐거운 인생’은 질적으로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 혼자 너무 떠들었네. 하여간에 두 번이나 본 부영씨의 생각이 궁금하네. 부영 : 남편과 영화를 봤을 때 남편의 옆모습을 여러 번 봤었어요. 활화산 멤버들이 모두 연습실에 들어가서 연주할 때,“야! 전주 있어.” ,“되냐?” ,“어,되네!.”라고 말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40세가 넘은 남자들이지만 자기들의 화음과 리듬이 맞춰지는 음악에 희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그때 내 남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데요. 그래서 남편의 얼굴을 살짝 보니 역시 부러워하는 얼굴이더군요. 고등학생 때부터 기타를 쳤고, 지금도 가끔 고장 난 기타를 치거든요. 돈 모아서 기타 사 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남편도 베이스 기타 치는 성욱 처럼 날씬한 배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웃음) 영화 중에 퇴근한 남편에게 회장으로 뽑힌 아이를 자랑하며 좀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야겠다는 장면을 생각나서 , 전에 “예은이 학원을 결정할 때 가,나학원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이 중 어디가 좋을까?”하고 의논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냐고 물었답니다. 남편은 자기에게 돈 많이 벌어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압박감을 느꼈다고 대답하더군요. 내가 결정을 못 지어서 물어 본건데 남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서 오해가 생기니까, ‘남자와 여자라서 이리 생각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춘옥 : 순이 언니의 “40대의 쿼터제가 있어야한다”는 말에 전폭적으로 동감해요. 진짜 그말이 맞아! 내가 20대 라면 그런 생각은 안했겠지만 40대에 접어드니까 나만의 문화를 느껴볼 여유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또한 20대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은 많아도 정작 40대에 맞는 문화는 찾아보기도 힘들죠. 내가 20대에 흔하게 드나들던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향을 느껴볼 삶의 여유도 없는데,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나 보다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하는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활화산 멤버들의 밴드 활동은 동경의 대상이 될 수 도 있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진짜 그들처럼 삶의 무게를 던져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 보니 고개가 설레설레 흔들어졌어요. 영화가 약간의 억지스러움과 40대가 잠깐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해피엔딩에 불과하고 현실과는 너무도 먼 이야기 같더군요. 바보처럼 항상 베시시 웃고 있는 리드기타의 기영이는 왠지 ‘기영’이 아닌 연기자가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언니들, 그래도 현준이가 노래는 잘 하는 것 같더라. (모두 웃음으로 동의) 영임 : 저는 영화를 보며 제 생활을 떠올려 봤어요. 부부로서의 애틋함보다는 부모로서의 의무감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남편도 저들처럼 자신의 꿈을 찾아서 즐기는 삶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말이 없는 남편이기에 꿈도 없고 계획도 없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거든요. 남편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단 생각을 했지요 .과연 남편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네요. 순이 : 음..... 남편과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며 뭔가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하여간에 영화중에 나오는 노래들은 다 좋더라~ ‘불놀이야’랑 ‘한동안 뜸했었지’를 크게 따라 불렀다우. 영임 ; 나도 따라 불렀어요.호호호 순이 : 영화가 끝나니까 “언젠가 터질꺼야~~”가 계속 입에서 맴도는 것이 맘이 싱숭생숭하다.(모두 웃음) 마지막 즈음에 다시 뭉치며 ‘즐거운 인생’을 아카펠라로 연주하는 모습도 참 좋았고~ 부영 : 맞아. 이혼 당한 친구를 위해 울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하나, 둘 모여서 그들의 공통된 언어-음악-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모습.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사귄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만들며 친해진 사이라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되지 않았을까요? ‘언젠가 터질거야’를 어색한 리듬으로 연주하다가, 오디션에서 현준이가 분위기를 확 바꾼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트랜스 픽션의 연주 등 다양한 리듬을 듣는 재미가 상당했어요. 순이 : 역시 피아노 레슨 선생님다운 섬세한 느낌이네. 영화는 별로였는데 우리의 대화가 영화의 수준을 많이 올려준 것 같아. 다음에 ‘풀 몬티’ 함께 보고 또 얘기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헤어집시다. 안녕.......
3. 영화로 논다
내게 영화는 활력소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지만 불이 꺼지고 모든 사람이 스크린에로 집중이 되면서 독자적인 휴식과 일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번처럼 영화를 소재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현실문제의 해결 방안을 여럿이 긍정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익하다. ‘즐거운 인생’을 보고 허접하다며 제일 툴툴거렸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모두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것에 대한 4인 4색의 다름이 우리의 사고능력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음에 또 의기투합해서 ‘풀 몬티’ 비디오를 보고 두 영화의 차이점을 토론해봐야겠다. 과제물을 쓰는 동안 ‘즐거운 인생’의 주제곡을 계속 틀어놓은 덕분에 무척 흥겹고 빠르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이제 노래 가사가 마구 외워지는 것이 과제물 쓰는 부담에서 벗어난 듯하다. 언젠간 터질 거야 / 널 향한 나의 마음으로 / 뜨거운 이 가슴을 이제 숨길 수가 없어 / 언젠간 터질 거야 / 불같은 나의 청춘도 / 기막힌 어떤 행운도 우연도 필요가 없어 / ....../ 터져버릴 거야./ 난 터질 거라고~ / 말해버릴 거야 널 사랑한다고 /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나의 열정 오.....오!!! / ....../ 세상 무엇도 날 막을 순 없어 워~워워~~!!! / 터져버릴 거야~ 난 터질 거라고 말해버릴 거야 / 널 사랑한다고..... 우리 40대는 삶의 무게에 눌려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은데, 20대에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구나......내가 책임져야만 했던 내 짐을 슬며시 내려놓고 현준이 보컬에 맞춰 맘속에서 몸을 흔들며 소리쳐본다. 그리고 내 가슴을 터지게 할 그 무엇인가에 나의 온 몸을 던져두고 싶다는 열망에 젖어본다. 그러고 보니 그 무엇을 아직도 못 찾았다......영화 속의 라이브 분위기에 젖어 있다 보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화산이던 가슴에 기름을 조금 부어본다. 내 나이 보다 조금 더 활활 타오를 만큼의 기름을...... 그리고 중얼거린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내 꿈 찾아내서 즐기며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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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가와 삶> 과제물을 이렇게 써서 냈답니다 여러분이 점수 한 번 매겨보세요 제가 받는 점수와 같은 분에게 영화 쏩니다이제 걸 다 하죠
언니의 자신감 ~ 난 언제나 이렇게 당당한 사람이 될수 있을련지 부럽당~~ 만점아니겠수~~
순이씨만의 글쓰기 색깔이네요...창의적임다^^맘껏 욕심 부려보세요^^
30점 만점주고 싶지만 쬐금 배아플것 같아`깍아서 28점 아마도 공짜영화 보기는 힘들듯
역시 통통튀는 언니다운 명랑 과제물이네요 제가 채점자라면 30점 줄것 같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 한턱 내고 시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