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로 본관 건물 등 유적지 보존
새마을운동의 모태가 됐던 하남의 '가나안농군학교'가 50년 만에 양평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다. 가나안농군학교에 따르면 하남시 풍산동의 학교를 이전하기로 하고 양평군 지평면 옥현리의 임야(약 6만6000㎡)를 매입했다. 또 학교 신축을 위한 인·허가와 더불어 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군학교 이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학교부지(약 4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농군학교측은 다만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요구해 본관 건물과 교회는 유적지로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경기도와 가나안학교는 그동안 민족계몽운동과 새마을운동 등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역사적인 장소라며, 건물을 보존해 현대사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해왔다.
- 유적지로 보존될 가나안농군학교의 본관. 1954년 김용기 선생 가족이 흙벽돌을 찍어 10개월 동안 지은 살림집에서 시작됐다. /가나안농군학교 제공
가나안농군학교는 일가(一家) 김용기(金容基·1909~1988) 선생이 터를 닦아 1962년에 설립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근검·절약·개척 정신을 가르쳤고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농민은 물론 공무원, 군인, 기업인, 외국인, 탈북민 등 70만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지금도 다양한 교육생을 위한 정신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일가 선생의 3남인 김평일(69) 교장은 "아버지의 피와 땀이 스민 장소일 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살아온 내게도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라며 "개발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이전하지만 농군학교의 정신과 역사만은 보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