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대통령 선거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유력 예비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낡은 국가시스템을 청산∙개조해야하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면밀한 검토 없이 비현실적 공약과 반 기업 정서에 재계가 불만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공약들이 거침없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공약 경쟁은 전방위적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각각 1년과 10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남경필 지사는 모병제를 들고 나왔다. 복무기간 단축은 군의 숙련도 및 전문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21개월인 군복무 기간은 평균 10년을 복무하는 북한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문제는 국방을 바라보는 대선주자들의 비뚤어진 인식이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과 부모들의 표심을 노린 인기 영합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복지 분야에서도 이재명 시장은 노인 아동 등 2800만 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 공약은 28조원이 들어간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민간기업 자녀도 1명당 육아휴직 3년을 주겠다고 했다. 유 의원 공약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공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문 전 대표는 공공과 민간 부문 131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공약했다.
교육 분야애서 남경필 지사는 사교육이 금수저와 흙수저를 초래한다며 아예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사교육의 병폐는 다 알지만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금지시키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교육혁명과 관련,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개편하겠다. 또 현재의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중등 3년-고등 3년 학제를 만 3세부터 시작하는 유치원 2년-초등 5년-중등 5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게 개편하겠다고 했다.
재벌개혁 문제는 후보군이 앞다퉈 주장을 내세우면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 되고 있다. 4대 재벌 지배구조 개선, 재벌집중 경제구조 해체, 금산 분리, 불공정 거래 관행 철폐, 집중투표제 등이다. 이재명 시장은 재벌 가문의 기업 지배권 박탈을 통한 재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하면 신중하고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지키지도 못할 공약은 차단하고 배제해야 한다. 철저한 공약 검증을 위한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한다. 대선주자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여러 공약들을 살펴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또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현실성 낮은 공약도 부지기수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공약들을 꼼꼼히 다시 들여다보고 현실성을 갖춘 진전된 내용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국가리더십이 공백을 맞은 초유의 위기 상황이다. 미∙중 갈등 구조가 대외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안보위기, 경제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누가 대한민국을 책임질 지도자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섣부른 포퓰리즘에 놀아나지 않을 만큼 성숙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