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7 물날 날씨: 찬 기운은 있지만 아이들이 밖에서 놀기 좋다.
아침열기(말놀이, 시읽기, 책읽어주기)-뒷산가기-교실 칠교놀이-가마솥밭 짓기-점심-청소-풍물(난타)-마침회-양재천따라 걸어가기-출판사 만남-교사마침회-입학위원회
[가마솥밥]
가자가자 감나무 말놀이는 아주 익혔나 보다.
뒷산에서 비석치기 하다 전에 만든 종이잔전화기로 놀고 내려왔다.
두 편으로 나눠 선생과 같이 비석치기를 하는데 강산이는 돌을 정말 큰 걸 골라서 한다.
“에구 힘들텐데. 너무 큰 돌을 쓰면 목이나 옆구리에 넣고 할 때 하기 힘들지 모르는데. 옛날에는 아주 큰 돌은 규칙으로 정해서 안 했는데.”
“괜찮아요.”
선생말도 소용없다. 엄청 큰 돌로 가랑이까지 간다.
그렇지 자기 뜻대로 마음껏 해보다 규칙을 찾아가야지 하고 만다.
산에서 내려와 내일 있을 수학놀이마당에서 푸른샘이 할 칠교놀이를 같이 준비했다.
선생이 미리 준비한 칠교 그림판에 색칠을 하면서 도형을 알아간다.
삼각형 5개, 평행사변형 1개, 정사각형 1개에 저마다 좋아하는 색깔로 진한 색을 입혔다.
색종이로 접어서 가위로 일곱 개를 자르고 흩어트린 다음 정사각형을 맞추어보라니 금세 맞춘다.
우리 아이들이 하는 공부의 바탕은 일과 놀이라 수학도 꼭 만들고 그리고 쓰면서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와 놀이가 따로 있지 않다.
“얘들아 수학이 뭐지?”
“음 저는요 수학은 놀이에요.”
민주 대답에 선생도 맞장구 치며 “그렇지.” 모두 얼굴이 환하다.
글쓰기는 내일 할 거라 따로 하지 않았다.
이번 주는 다경이와 지빈이가 밥 짓는 당번인데
달날과 불날 푸른샘 뒷산 가고 따로 공부하느라 다경이가 혼자 밥을 지었다.
그래서 오늘은 미리 다경이에게 전기밥솥 두 개만 하라고 하고,
나머지 한 솥은 지빈이랑 푸른샘이 가마솥밥을 하겠다고 알려주었다.
지난주부터 물날에는 모둠마다 돌아가며 가마솥밭을 짓자 했는데
푸른샘이 하기로 한 지난주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해야 하는데 처음이니 다 하지 말고 한 솥만 맡자고 한 셈이다.
처음이니 선생이 쌀을 씻고 가마솥에 밥을 앉혔다.
불 때는 걸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 푸른샘 아이들이 신이 났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우자 했는데 시간이 없어 라이터로 불을 켜고
다음에는 꼭 돋보기를 쓰자고 했다. 민주가 많이 아쉬워한다.
마당에 있던 지푸라기로 불을 붙이고
아이들과 뒷산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분질러 쇠아궁이에 넣는데 처음에는 연기가 나서 눈이 맵다.
여러 번 지푸라기를 넣고서야 불이 나뭇가지에 붙었다.
“선생님 저도 해볼래요.” 지빈이는 나뭇가지랑 지푸라기를 부지런히 나른다.
불앞으로 밀치며 나오던 강산이와 정우가 막대기에 불을 붙이려 한다.
불을 보면 아이들은 좋아한다.
나뭇가지를 넣어 불이 붙으면 아궁이 밖으로 빼내 횃불처럼 돌리려고 한다.
바람이 불어서 위험하니 오늘은 참자라고 하고 불붙일 때 꼭 있어야 하는 산소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참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를 넣은 다음 이제 다됐다고 하니
아이들은 마당에서 비석치기 하느라 바쁘다.
어릴 적 시골집 부엌과 아궁이가 떠올랐다.
검은 재가 벽에 붙어있던 부엌에서 불을 때던 어머니,
아랫방 솥에 물을 가득 넣고 불을 때던 아버지랑
우리 아이들이랑 똑같이 막대기를 불 속에 넣어 불을 붙인 뒤 꺼내어 휘두르던 내가 있었다.
지금도 시골집 아랫방에는 아궁이가 있지만 창고가 되어버려 불을 넣지 않는다.
불을 때며 가마솥에서 흘러나오는 밥물과 밥 익어가는 냄새가 참 정겹다.
됐다 싶어 솥뚜껑을 열어보니 아차 현미가 섞여 있던 쌀이라
미리 불려놓지 않은 현미가 생쌀로 씹힌다.
현미 불리는 걸 깜박 했다는 말에 곁에 있던 활동보조 선생님이 웃고 만다.
조금 더 약한 불로 한참 뜸을 들였더니 다행히 먹을 만하다.
밖에서 한참 불도 피우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교실에 들어가 밥 먹을 준비하라는 선생 말에
승민이는 마당에서 더 놀다가 마당에서 밥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도 규칙있는 학교 생활을 익히려면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
마당에서도 교실에서도 한참 울고 옷을 잡고 나서야 밥을 먹었다.
누룽지는 조금 탔지만.
그래도 누룽지를 알맞게 긁어 푸른샘 아이들에게 주니 정말 맛있다며 잘 먹는다.
맑은샘 아이들 모두에게 한 입씩 주려고 했는데 타버려서 실패다.
누룽지를 긁고 물을 부어서 다시 불을 때서 가마솥 숭늉을 만들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마당에 나온 다경이랑 성준이에게 한 숟가락씩 떠주니 맛이 좋단다.
고구마 세 개를 숯에 넣어놓았더니 청소 시간쯤에 모두 익었다.
한 개를 꺼내 한 입 베어 물고 껍질은 순돌이를 주는데 순돌이가 신이 났다.
마당에 있던 지은이한테도 한 입 주는데 참 맛있다고 좋아한다.
도시에서 살면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아이들이 있다.
뒷산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불 피우는 방법을 배우고,
쌀 씻고 밥 앉히는 걸 익히고, 누룽지와 숭늉 먹는 맛을 안다.
인스턴트와 빠름, 돈만 주면 필요한 장난감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돌 하나가 귀한 장난감이 되고,
아궁이에 불 때는 것을 책에서만 보고 어쩌다 한 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하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주는 감성과 배움은 무엇일까?
가마솥밥, 돌 하나에도 모두 뜻은 있다.
크게 뜻을 잡지는 않더라도 새길만하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는 많이 나올 수 있다.
온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선생은 늘 생각하고 나눌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