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교회는 오늘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우리에게는 프란치스코 드 살이라고도 알려진 성인은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칼뱅파로 대표되는 개신교에 대항하여 가톨릭 교리를 수호하고 개신교도들의 회두를 위해 노력한 성인입니다. 1567년 프랑스 사브와 공국의 귀족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성인은 부모의 뜻에 따라 행정관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 이어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24살의 약관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자, 법률가 상원의원의 제의를 받게 되지만 그 모든 제의를 뿌리치고 수도회에 입회하여 사제의 길을 가게 됩니다. 1593년 프랑스 앙시에서 사제품을 받고 그 다음해인 1594년부터 이탈리아 샤블레 지역에서 신심 깊은 설교를 통해 개신교 개혁주의자들인 칼뱅파들의 회심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599년 제네바 교구의 부주교로 임명됩니다. 그 후, 주교가 되어 특별히 젊은이와 노인들 그리고 평신도들을 위한 교리교육에 매진하며 여러 저술을 남기는데, 그 가운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심생활입문>이 바로 성인의 작품입니다. 1622년 55세의 나이로 선종한 성인은 1655년 교황 알렉산델 7세에 의해 시성되고, 그 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교회의 학자로 선포되고 특별히 가톨릭 언론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됩니다.
이 같은 성인을 기억하는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비유를 들어 하늘나라의 신비를 일깨워주시는 장면을 전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이야기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우리가 너무도 자주 들어 익숙한 이 비유의 말씀을 전하는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가 익숙한 그만큼 그 의미가 깊고도 심오합니다. 그 가운데 오늘 비유의 핵심이자 그 비유의 깊은 의미는 바로 오늘 복음의 다음의 예수님의 말씀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음을 풀이해 주시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실상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마르 4,14)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마음의 밭에 하느님 말씀이라는 씨앗을 뿌려주셨습니다. 우리에게 뿌려진 그 말씀의 씨앗을 키우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그 씨앗이 좋은 땅에서 풍부한 양분을 흡수하여 깊게 뿌리를 내려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인지, 아니면 메마른 땅에서 제대로 된 양분도 얻지 못한 채, 바싹 메말라 죽게 될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몫인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이와 똑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뿌려준 말씀의 씨앗이 좋은 땅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우리 신앙의 뿌리와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성실한 기도생활과 예수님의 몸인 성체를 영함으로서 예수님을 내 안에 모시고 예수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 소중한 체험인 미사 참례를 성실히 할 때, 내 안의 말씀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 이 사실을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전합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독서의 말씀 역시 복음과 한 목소리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 상태가 어떠해야하는지를 다윗의 모습을 통해 전합니다.
이번 주간 계속 읽혀지는 독서의 사무엘기의 말씀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임금의 자리에 오른 다윗이 하느님 현존의 상징인 계약의 궤를 왕궁 한 가운데로 모시고 난 후, 자신은 화려하고 온갖 장식으로 꾸며진 왕궁에서 지내는 반면, 주님의 계약의 궤는 보잘 것 없는 천막에 모셔진 것이 마음에 걸려 주님을 모실 화려한 성전을 지을 마음을 갖는 다윗에게 하느님의 사람 나탄이 그 분의 뜻을 알리는 모습을 전합니다. 나탄은 다윗에게 전하는 하느님의 뜻을 다음과 같은 말로 전합니다.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말하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과 함께 옮겨 다니던 그 모든 곳에서, 내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령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2사무 7,5-7)
사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성전이 아니라, 하느님을 합당하게 모실 올바른 믿음의 사람들, 오늘 복음의 표현을 빌려 말한다면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여 백배의 결실을 맺을 좋은 땅입니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화려한 그리고 귀한 보물들로 꾸며진 성전이라 할지라도 그 성전이 하느님의 말씀을 담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불과하다면 그 모든 화려함은 하느님께는 불필요한 성가신 것들이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오직 하나, 그 분의 말씀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 분의 말씀의 씨앗을 좋은 땅에 품어 백 배 천 배의 결실을 맺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은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 진리를 단 한 문장으로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오늘 복음환호송의 이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환난과 박해, 세상사에 대한 모든 걱정들과 온갖 것에 대한 인간적 욕심이 우리 마음의 밭을 메마르고 황량하게 만들려 할 때, 우리는 기도와 예수님의 거룩한 성체를 통해 우리 마음의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로써 말씀이 씨앗이 우리 안에서 풍성한 열매, 곧 사랑과 자비의 결실을 맺게 되고 그 결실로 우리는 더 깊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이 하느님 나라의 진리를 우리 마음에 새기며 오늘 하루 우리 마음 안에 뿌려진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온전히 키워가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