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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969> 밀양 종남산 국제신문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부북면 김종직 생가서 출발
아마 더 붉었다면 불이 붙고, 덜 붉었다면 온기를 빼았겼으리라. 새색시 볼에 어리는 수줍음처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은근한 기색. 붉음의 중용에 머무는 듯 편안한 색조. 흔히 연분홍이라 표현하는 진달래꽃의 색깔이다. 떨기떨기 모여 물결을 이룬 연분홍빛 바다. 그 위로 어루만지듯 봄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라. 지난 7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종남산(終南山·663.5m)에 가서 진달래꽃 바다에 풍덩 빠졌다.
종남산 아래 헬기장에서 바라본 진달래 군락지. 8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와 단풍은 정취 역시 판이하다. 단풍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지막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더 갈 곳 없는 벼랑 끝에 서서 가진 것을 모두 쏟아내 불태우고 겨울로 스러져 가는 비장함 때문이다. 그런데 진달래에서는 시작(희망)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린다. 다가올 여름과 가을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어서인지 풋풋하고 넉넉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쓰여진 진달래 시들이 대체로 슬프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연중 이맘때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이 빈발했기 때문이지 진달래의 탓은 아니다. '눈이 부시네 저기/난만히 멧등마다/그 날 스러져 간/젊음 같은 꽃사태가/맺혔던 한이 터지듯/여울여울 붉었네'. 이영도 시인의 시는 '4·19' 때 희생된 젊은이들의 넋을 진달래꽃에 투영한 것이지만, 결국 진달래꽃이 눈이 부실 만큼 순결하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종남산 정상의 봉수대.
생가 아랫마을 어귀에 자라는 수령 230년짜리 느티나무가 산행을 응원한다. 높이 13m, 둘레 4.3m의 거목인데 무성한 연두색 잎사귀와 가지들이 드리운 그늘이 꽤 넓다. 느티나무를 지나 도로를 따라 100m쯤 내려가다 농협물류센터 주차장에 못미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40분가량 자드락길을 오르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10분쯤 후 삼거리에서 우령산 정상 쪽으로 난 가파른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50분가량 외길을 오르면 우령산 정상(596m)에 닿는다.
종남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밀양시가지. 중심지를 강이 타원을 그리며 회돌이치고 있다.
여기저기서 산꾼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이 붉으니 산을 바라보는 꾼들의 마음도 붉어진다. 붉음과 푸름의 보색대비가 강렬하다. 진달래 군락지 군데군데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이 타지의 소나무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아름다운 사람을 가까이하면 아름다워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진달래 산천은 말 대신 행동으로 가르치는 최고의 미학 교사이자 윤리 교사다.
삼거리에서 230m가량 더 오르면 정상이다. 비슬산 화악산 남산 비학산 구만산 억산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간월산 영축산 만어산 등등. 정상에 서면 대구에서 양산에 이르기까지 고산준봉이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겹겹이 몸을 포갠 주름진 산맥은 푸른 하늘 속으로 아스라이 멀어져 간다. 산과 하늘이 분화되기 전 태초의 한 몸으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밀양의 중심지를 한 바퀴 굽이쳐 돌아나가는 강물의 흐름도 유장하다. 종남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정상에서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 헬기장 쪽으로 오른다. 우령산을 거쳐 종남산으로 뻗어온 비슬지맥은 헬기장에서 팔봉산으로 갈라진다. 헬기장에서는 삼남보건지소 쪽으로 하산한다. 25분쯤 후 임도에 내려선 뒤 왼쪽으로 진행한다. 30분가량 걷다 임도를 벗어나 시내와 공장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가면 종착지인 예림서원이 나온다.
산행 출발지에 있는 김종직 선생 생가.
'신령차 받들어 임금님 장수토록 하려 하나/신라 때부터 전해지는 차 씨앗 찾지 못했네/이제야 두륜산 아래서 구하게 되었으니/우리 백성 조금은 편해져 기쁘구나'. '대숲 밖 거친 동산 백여 평의 언덕/자영차 조취차 언제쯤 자랑할 수 있을까/백성들의 고통 덜게 함이지/무이차 같은 명차 만들려는 건 아니네'.
그가 1470~1475년 경남도 함양군수로 재직할 때 관내 엄천사 북쪽에 관영 차밭을 조성한 뒤 쓴 두 수의 시다. 함양에는 차가 생산되지 않는데도 나라에서 차를 바치라고 강요하니 백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점필재의 시 서문을 보면, 전라도까지 가서 쌀 한 말을 주고 차 한 홉을 사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점필재는 차 씨앗을 구해 공납용 차를 재배하는 밭을 만들었다. 그 차밭은 현재 경남 함양군 휴전면 동호리 절터마을에 남아 있다. 점필재의 애민정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예림서원이 자리 잡은 종남산에 활짝 핀 진달래의 분홍빛 꽃잎처럼 고운 마음씨라 하겠다.
- 밀양 시외버스서 내려 구기·무안행버스 갈아타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를 탄다.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밀양터미널 내 버스정류장에서 구기·무안행 버스를 갈아타고 가다 한골 정류장에서 내려 900m가량 걸으면 산행 출발지인 m 김종직 선생 생가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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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종남산 등산 지도, 국제신문]
[산&산] <484> 밀양 종남산~우령산
남알프스 산군도 쾌청한 날씨 덕분에 또렷하게 조망된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강물이 300도가량 원을 그리면서 섬을 만든 뒤 돌아나가는 물굽이를 흔히 '물돌이', '회돌이'라고 부른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영주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가 다 그런 경우다. 이런 물돌이가 밀양에도 있다. 밀양강을 따라 떠밀려온 모래가 오랫동안 쌓여 섬을 이뤘는데, 지금의 삼문동 일대다. 조선 후기까지 홍수 피해가 심해 인가가 드물었으나 지금은 서울의 여의도처럼 주요 관공서와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밀양의 새로운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하중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종남산(662.4m)과 우령산(596.5m)이다. 두 산을 이어 달리는 코스를 잡았다.
산행은 방동마을∼종남산∼우령산∼방동마을 순의 원점회귀 코스다. 총 거리가 7.1㎞로 통상 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코스를 둘러보는데 무려 5시간 45분이 걸렸다. 왜 그럴까? 조망이 워낙 좋아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산세를 구경하는 신선놀음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고, 산 이름을 외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하산길에 남들이 가지 않는 험로를 선택했다. 우령산 정상에서 방동마을 입구까지 이어진 능선 길이 사실상 개척로다.
험로나 개척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방동마을∼종남산∼방동고개∼방동마을 순의 코스(지도에서 점선 표시)를 선택하는 게 낫다. 이 코스는 3시간∼3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길도 편하다.
산세 구경 신선놀음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라
들머리인 방동마을 입구에서 산길이 시작되는 사거리 고갯마루까지 콘크리트 도로와 임도가 이어진다. 콘크리트 도로는 직선이나 다름없어 2.6㎞의 도보가 조금 지루할 수 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산길은 덕대산으로 향하고, 임도를 따라 계속 나아가면 밀양 시내로 이어지는 고노실 방향이다. 산길 입구에 산행리본이 가득 달려 있고, 임도 오른쪽에 이정표가 있으니 길을 놓칠 우려는 거의 없다. 산길은 수월하다. 종남산의 경우 철쭉으로 워낙 유명해 밀양시가 일찌감치 산길을 잘 다져 놓았다. 조금 가파른 지점에는 나무 계단을 어김없이 설치했다. 발 빠른 산꾼이라면 일부러 나무 계단을 버리고 따로 길을 내 정상에 오르는 일도 다반사다. 임도에서 정상까지는 800m밖에 되지 않지만 옷을 많이 입어 정상에 오를 무렵 땀이 온몸에 뱄다.
종남산은 해발 662.4m로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주변을 막아선 산이 단 하나도 없어 시계가 무척 좋다. 중국의 태산이 이럴 것이다. 특히 취재에 나선, 지난 18일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어 시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산행대장은 "경남에 있는 산은 거의 다 보이는 것 같다"며 "오랫동안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시계가 좋은 날은 처음"이라고 감탄사를 연신 토해 냈다.
삼문 물돌이는 물론이고, 눈이 밝다면 그 인근의 영남루도 볼 수 있다. 물돌이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영남알프스는 푸른 하늘을 활공하는 한 마리 용을 닮았다. 용각산, 시루봉, 용당산, 보두산, 소천봉, 억산, 운문산, 가지산, 정각산, 천황산, 재약산 등이 용의 날 선 비늘처럼 푸른 하늘을 콕콕 찔렀다. 하얗게 눈 덮인 지리산과 덕유산은 먼 거리에도 또렷했다. 겨울 산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덕분에 시야가 확 펼쳐진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리라. 모든 것이 다 나쁜 경우는 없다.
아쉬움을 뒤로 우령산으로 향했다. 종남산 정상에서 230m 아래의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직진하면 팔봉산으로 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잇는다. 갈림길인 방동고개에 이르면 직진한다, 왼쪽은 꽃새미마을(방동마을)로 곧바로 내려간다.
우령산 주변에 나무 계단이 두 곳 있다. 그냥 오르기에는 너무 가팔라 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우령산 정상에서 뒤를 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종남산 정상이 눈높이로 보인다. 우령산에서도 삼문 물돌이와 영남알프스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우령산 높이가 다르다. 밀성초등학교32산악회가 세운 정상비에는 596m인데, 바로 옆의 이정표에는 597.8m로 돼 있다. 참고로 국립지리정보원은 596.5m로 표기하고 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하산이다. 취재팀은 신생마을 방향으로 꺾어 방동마을로 이어진 능선을 곧바로 탔다. 그런데 길이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하다. 나뭇가지를 치고, 바위를 우회하고, 때때로 미끄럼도 타야 했다. 산길을 새로 내는 '개척 산행'이나 다름없다. 한참 내려가니 동물이 먼저 내고, 그 다음에 사람이 낸 듯한 길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서 충주 석씨 묘와, 잘 조성된 부부묘를 잇달아 지나면 과수원에 닿는다.
과수원에서는 가로지르지 말고 왼쪽으로 돌아 골목을 찾아야 한다. 골목을 지나면 방동동회관에 이르고 곧 원점인 방동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산행 문의: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위크앤조이팀 051-461-4095. 글·사진=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산&산] <484> 밀양 종남산~우령산 가는길 (1/29)
경남 밀양 종남산은 승용차를 가져가는 게 낫다. 대구부산고속도로∼밀양대로∼수산오거리∼초동로∼방동길 순이며 1시간으로 족하다. 내비게이션은 '방동동회관' 혹은 '참샘허브나라'를 입력하면 된다.
와지버스정류소에서 내리면 버스가 막 지나온 봉황2교와 신연로, 방동길 순으로 2㎞가량 걷는다. 와지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로 나올 때는 초동공단에서 오후 6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한다. 종점인 초동공단에서 와지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밀양 시외버스는 오전 7시 첫차를 타야 초동공단행 버스 시간(오전 8시 30분)에 맞출 수 있다. 1시간 걸리며 4천500원.
부산역(1544-7788)∼밀양역을 운행하는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밀양역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다시 초동공단행 버스를 갈아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로 무궁화호는 부산역에서 오전 5시 5분, 6시 35분, 7시 10분에 있다. 부산역∼밀양역 요금은 3천700원(금·토·일 3천900원). 40∼50분 걸린다. 새마을호(5천800원)와 KTX(8천400원)도 있지만 무궁화호보다 요금은 비싸고 걸리는 시간은 비슷해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밀양역에서 부산역으로 오는 무궁화호는 오후 3시 59분, 5시 53분, 6시 12분 것을 타는 게 적당하다. - 백현충 선임기자 -
[산&산] <484> 밀양 종남산~우령산 산행지도 (1/29) |
[※. 열차 시간 및 요금 Table]
첫댓글 진달래 축제가 4월인데 3월이라 조금은 그렇지만 한번 가보이시더! 봄이라 좀 낫겠네요!
열차로 갈 것인지 소형 버스 대절할 것인지는 등산 코스, 편리성, 경제성 따져 보고 결정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