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모임을 하던 중 전화가 왔다. 아내가 운전하다가 뒤로 후진하면서 사고를 냈다. 뒤를 보지 않고 조금 물린다는 게 바싹 붙은 차를 박았다. 우회전하려는 골목을 조금 지나쳐서 약간 물러서 들어가려다 그만 일을 냈다. 모니터도 있는데 설마 뒤에 뭐가 있겠나 했던 것 같다. 내려보니 번호판이 조금 찍혔다.
독일 아우디 차로 부부가 어디 가려는가 같이 골목으로 바짝 따라붙었다가 쿡 받치고 말았다. 남자가 내려 화를 내면서 여자라고 윽박지르듯 했는가. 깔보는 말투여서 언짢은 실랑이가 오갔다. 보험회사에 연락해 처리하도록 했다. 전화로 상대 운전자에게 다친 데는 없는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바쁜가. 다급하게 전화 받으며 ‘예, 알았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다.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치료받고 차도 고치세요. 다시 사과했다. 목소리가 젊어 보이고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급 외제 차를 타고 옆자리 부인도 보는 앞이니 믿고 끊었다. 불안해하는 아내에게 잘 해결됐다. 말하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 일렀다.
아내는 살살 후진하다 받쳤는데 가벼운 걸 왜 치료하고 고치라 했냐며 뭐라 한다. 며칠 뒤 보험사에서 연락이 왔다. 차 수리와 치료를 얘기하면서 합의해 달라는 부탁이다. 내가 받치게 했으니 잘못이지만 보험회사가 저쪽을 도와주려는 말로 들린다. 그럴 수 있냐고 말하니 적이 놀라는 듯 그러면 피해자가 고소해서 경찰이 처리하거나 재판받게 된다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되면 더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이쯤 해서 해결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찌그러진 데 없이 멀쩡한 차를 어디를 수리하느냐며 또 아프긴 왜 병원 치료받느냐며 물었다. 아내가 확인하고 보험회사 직원도 와 같이 살펴봤는데 그렇게 하느냐 말했더니 상대가 저렇게 나오면 그럴 수밖에 없단다.
내가 손해를 끼쳤으니 어쩌겠나.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 말하고 끊었다. 아내에겐 별일 없을 거라며 위로했는데 탈이 나게 생겼다. 전엔 보험으로 고치고 치료해 주니 괜찮았는데 요즘은 안 되겠다 싶어 보험료를 올린다. 이것저것 자꾸 덧붙어 등 다락 같다.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데다가 이런 개 있어 많아진다.
얼마까지는 괜찮은데 선을 넘어가면 올린다. 다 넘도록 하니 수리하는 업체나 보험회사가 사고 차를 서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닌가 보아 진다. 약간 긁혀 몇만 원이면 될 수 있는데 몇십만 원이 나오거나 더 크게 고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십 년을 운전했는데도 해마다 내는 보험금이 백만 원을 넘나든다.
거기다 자주 끊긴다. 편지가 날아오면 교통 범칙금이다. 요즘은 십만 원 넘게 나올 때가 있다. 두 배나 세 배 해서 뭉텅뭉텅 매긴다. 다니면서 앞을 보면 매달린 카메라가 빠끔한 틈이 없다. 얼마나 많이 달아놨는지 천지다. 이리해서 어찌 다니겠나. 보험료 비싼데다 범칙금이 수월찮다. 외국에서 들여온 차와 접촉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나라에 바치는 여러 가지 세금보다 이게 더 많을 것 같다. 예전에 교통경찰관이 다가와 웃으며 인사하고 정중하게 예를 갖춰 딱지를 끊을 때 사정하면 낮은 것으로 가름해 주기도 했는데 이건 그런 게 전혀 없다. 말할 때 없는 요지부동이다. 제날짜에 잊고 못 내면 낼 수도 없다. 다음에 더 많이 내야만 한다. 카메라 한 대가 연간 백억 대를 넘게 벌어들이는 곳도 있다니 전국에 그 수가 얼마인가. 촘촘히 거미줄 같이 깔렸다.
목욕하다 말고 뛰어나오는 사람들이 있어 무슨 일인가 했다. 구청 봉고차가 다니며 사진 찍는다는 연락으로 옷을 반쯤 걸친 사람들이다. 경고 후에도 계속 주차하면 카메라로 찍어 놓고 며칠 뒤 반가운 편지가 날아든다. 외진 한가한 곳이라 여기고 세워뒀다간 주차위반 딱지가 날아오기 일쑤다. 구청까지 가세해서 옥죄어온다. 기름값도 오르려 들먹거리는데 이래저래 차 때문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다.
잘 닦은 길을 가노라면 통행요금을 내야 한다. 10만 원 채워두면 얼마 못 가 바닥이다. 거기다 봄가을 차량 세금이 나온다. 아무 데나 델 수 없어 허가된 곳을 찾아야 한다. 세워두는 곳마다 주차비가 만만치 않다. 차가 민주다. 안 탈 수 있나 깊이 버릇이 들어 살림이 시드는 줄도 모르고 끌고 다닌다. 소형차를 몰고 다니면 좀 나을까 했는데 별로다.
큰 차 고급 차는 작은 차를 얕잡아본다. 빵빵하며 저리 비키란다. 웬 외제 차는 많아서 멀찌감치 비켜 가야 한다. 가까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또 부딪칠까 두렵다. 말할 땐 용서하고 관대한 것처럼 너그러운데 일 났을 땐 그만 딴 사람으로 변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보험회사에서 결과처리 연락이 왔다. 수리비 50만 원에다 부부 한의원 치료비 2백만 원이 나왔다. 번호판 가는 게 그리 비싼가. 또 한의원이 뭔가. 같이 무슨 치료를 했기에 백만 원씩이나 들었나. 뒤죽박죽이다. 상습범이라고 경찰에 알리겠다니 친구가 그만두라 이른다. 그렇게 하는 거란다.
상대방이 구속될 수 있는 고소는 참으란 말이다. 이게 다 보험비 올리는데 한몫한다. 보험사 돈은 일생기면 거저먹는 돈인가 벼락 맞은 쇠고기다. 어제 한 것 같은데 적성검사를 하는 해란다. 나이 든 사람은 기간이 짧아진 데다 번거롭게 치매 검사도 해오라 한다. 지난번은 김해 가까운 곳 지정된 보건소에서 검사받았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이냐 묻고 ‘누가 몇 시에 무슨 공원에 가 야구를 했다’를 한참 뒤에 그대로 따라 해 보란다.
수십 가지 헛갈리는 문제이다. 겨우 넘어갔는데 올해 또 다가왔다. 거치적거리는 게 자꾸 생긴다. 차량 유지비가 날로 늘어나는 데다 사고 보험수가가 찬 바람으로 쓸쓸하게 다가온다. 다가와.
첫댓글 사모님이 많이 놀랐겠어요
외제 차랑 하고는 정말 사고 내면
골칩니다 , 마음 많이 상하셨죠
나이 들어 운전이 자꾸 위축됩니다
범칙금도 수월 찬게 받고 나이 들어가는 현상입니다
글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여기 주택가는 잘 사는 곳인가 도로에 카메라가 수두룩합니다.
이래 가지고 뜯어내는가 봅니다.
곳곳에 학교인데 그 앞을 지나면 13만 원입니다.
비싼 외제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인성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전 뉴스에서 방송인 박명수씨가 가벼운접촉사고를 당했음에도, 상대운전자를 위로하며 그냥 돌려보냈다고하는 기사를 봤습니다.물론 유명인이니, 비싼 외제차였겠지요.
온갖 법을 만들기보다, 사람사람 도덕적 양심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한다는 주위사람들이 넘칩니다. 어디 인성을 평가하는 자격증같은거 없을래나요 ?
성도님 반가워요.
봄비가 잦아 텃밭이 풍성합니다.
산딸기꽃이 피었습니다.
내달 중순이면 먹습니다.
여기에 주소 보내세요 조금 텍베로 드리겠습니다.
@강신구 지나가다보니 마트엔 벌써 산딸기가 나왔어요.
이제 언제 어디서든 산딸기를보면, 지나쳐지질않을 것 같습니다.정성들여 돌보고 수확하실테니요
보내주시겠다는 마음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쌤...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