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제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선장님은 2주일만에 상봉한 딸아이와 함께 부둥껴 안고 자기로 했는데 갑판장의 잠자리가 어정쩡합니다.
갑판장은 철딱서니학교에서 16km 거리에 있는 오색온천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확인한 바로는 오후 9시 이후로는 찜질방내 식당과 매점이 문을 닫아 자판기에서 캔음료만 사 먹을 수 있기에
이번에는 아예 입장하기 전에 캔맥주 3개를 샀습니다.
야심한 시각에 사우나 탈의실에 나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캔맥주를 마셔보지 못하신 분은 이렇쿵 저렇쿵 말씀을 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별맛 없습니다.
ㅡ.,ㅡ;
어젯밤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철딱서니학교는 벌집을 쑤셔 놓은듯 한바탕 난리를 치루고 난 후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라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선장님은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사고의 수습과 앞으로의 일들을 논의하기 위해 철딱서니학교에 있기로 했습니다.
졸지에 타지에 와서 솔로가 된 갑판장은 우선 아침식사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만일 어젯밤에 사고가 안 일어났더라면 야음을 틈 타 황어잡이를 체험하기로 스케줄이 짜여져 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황어는 은어, 연어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산란기에 민물로 올라오는 회귀성 어종인데
이맘 때(4~5월)가 민물황어를 맛볼 수 있는 시기랍니다.
그래서 황어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여 남대천변에 있는 식당엘 찾아 갔습니다.
여름이라면 당연히 은어를 주문했겠지만 지금은 황어가 제철이라 비록 혼자지만 황어회무침과 뚜거리탕을 주문했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제철음식을 안 먹고 갈 갑판장이 아닙니다만 호록! 이게 왠일이란 말씀입니까?
올해는 아직 민물황어가 안 잡힌답니다.
어제 만석집에 이어 연 이틀 삑사리를 맞은 갑판장입니다.
ㅠ.,ㅠ;
뚜거리탕은 동해안 지방에서 추어탕 대신 민물어종인 뚜거리를 넣고 끓여 먹는 음식이랍니다.
뚝배기에 담겨진 모양새로 보면 추어탕 보다는 서울의 추탕에 더 가깝습니다.
주문을 할 때 '갈은 것'과 '통 것'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어서 갑판장은 통 것을 선택했습니다.
무래무지와 비슷한 모양새와 습성을 가진 뚜거리는 점액질이 많아 푹 끓이면 국물이 걸죽해진다고는 하지만
갑판장의 앞에 놓인 뚜거리탕은 마치 밀가루를 풀어 놓은 듯한 진득한 풀기가 느껴집니다.
수제비도 비린내 제거와 더불어 국물을 걸죽하게 하는데 한몫을 했을겁니다.
흠~ 역시 예상대로 평소에는 냉동뚜거리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뚜거리를 씹으니 옅은 비린내와 함께 퍽퍽한 냉동살의 질감이 감지됩니다.
뚜거리를 잡아서 그 자리에서 탕을 끓여 먹었더라면 무척 즐거웠을텐데 말입니다.
약간의 당면도 보이고...
송송 썬 대파와 계란을 풀어 넣은 것도 보이는 것이
육개장을 닮은 서울식 추탕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가시가 특별히 억세지는 않지만 간혹 덩치 큰 수입 미꾸라미에서 보이는 빡센 가시도 있긴 합니다만
그냥 통째로 우작우작 씹어 드셔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갑판장은 여러분께 정보제공을 하기 위해 일부러 가시를 발라내어 사진을 찍은 겁니다.
참으로 친절한 갑판장입니다.
^.,^;;;;
뚜거리탕은 물론이고 딸려 나온 반찬도 깨끗이 비웠습니다만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냉동뚜거리를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뚜거리탕의 맛은 갑판장에게 익숙한 추탕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동해와 인접한 지역이 아니고서는 이런 먹거리는 구경하기 조차 힘드니
동해안 지역에 오셨다면 일부러라도 찾아 먹어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허구헌날 곰치국으로 해장을 하는 것도 물리니 말입니다.
혼자서 아침끼니를 해결하고 나니 진하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가 땡깁니다.
선장님과 함께였다면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강릉의 커피 전문점을 한 바퀴 순회했을텐데
오늘은 갑판장 혼자 놀아야 하는 날입니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니 속초시 교동에 가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하니 천천히 차를 몰고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듯 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25km쯤은 대수롭지 않게 이동을 하는 갑판장입니다. ^^;
'커피벨트'의 쥔장 또는 안주인으로 짐작 되는 여자분이 핸드드립 하시는 모습을
화장실에 다녀 오다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도촬?)
뒤쪽에 원두를 볶는 기계도 보입니다.
여자분의 주장으로는 속초시내에서 직접 원두를 볶는 집은 커피벨트 뿐이랍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갑판장의 단골 카페인 '망명정부'에 없는 '탄자니아AA/4천원'가 눈에 띕니다.
갑판장의 앞에 놓인 탄자니아AA는 검은대륙을 질주하는 흑인을 연상케 합니다.
흑인중에서도 피부색이 유난히 짙고 눈의 흰자위가 누런빛을 띄는 흑인말입니다.
강배전을 한 원두를 짙은 농도로 핸드드립을 했을거라는 추리가 가능한 맛입니다.
쓴맛이 도드라지지만 한 없이 깊은 암연이 느껴집니다.
이 맛을 갑판장 혼자 독차지하는 것이 아쉬워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염장질 좀 했습니다. ㅋㅋ
두 번째 커피는 '예가체프'입니다.
쥔장에게 약배전을 한 원두로 진하게 내려달라고 주문을 넣었더니 예가체프를 추천해 주시더군요.
수줍은 듯한 산미를 품고 있습니다.
그 산미를 좀 더 이끌어 내기 위해 느리게 아주 느리게 커피의 맛을 음미했습니다.
뭐~ 딱히 할 일도 없었구요.
암튼 여행중에 일부러라도 직접 원두를 볶는 커피집을 찾아 다니는 재미가 제법 솔솔합니다.
<제2편 끝>
& 덧붙이는 말씀 :
이 이야기는 주말여행 제3편 '청초호 그리고 작별'로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만
언제 정리해서 올릴지는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갑판장만 압니다.
^.,^;;
서둘러 올릴 수 있도록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암튼...
첫댓글 無플은 글쓰기 의욕을 꺽는데 확실히 효과적입니다. 뜨거운 성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보여주셨다는 좋겠다는 의견을 소심하게 밝히는 바입니다. ㅡ.,ㅜ;;
ㅎㅎ 망치매운탕으로 해장하고 싶구먼.....
강구막회에선 점심메뉴로 고등어를 구울 예정이라지...
뚜거리로 약올리더니... 황어 삑사리는 쌤통입니다. ㅋㅋ
그 대신 탄자니아를 건져서 괜찬다는 주장임...근데 왜 술푸지?
맛집에 플러스로 커피전문점 찾아다니는 즐거움까지 생기셨군요.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이루는 저의 눈에는 갑판장님의 늘어나신 인생의 낙이 부럽습니다.
갑판장도 카페인에 민감하여 커피를 두 잔 마신 날은 잠을 설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난 커피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하루에 두 잔까지는 마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