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신촌본부도장)
2014년은 여느 해보다 유난히 의미 깊은 한 해였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대한합기도회 20주년 기념하는 행사를 두 번에 걸쳐 개최한 일입니다. 5월엔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으로부터 직접 사사한 제자로서 몇몇 남지 않은 선생들 가운데 한 분이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8단, 고바야시 도장 총사범)을 모시고 행사를 개최했고, 6월엔 합기도 창시자의 증손자이며 우에시바 모리테루 3대 도주를 이어 4대 도주가 될 미츠테루 선생(아이키카이 본부도장 보좌)을 모시고 기념비적인 행사를 치룬 것입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계본부로부터 저의 6단 승단을 허가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한국인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스포트어코드(www.sportaccord.com)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합기도 단체인 (材)合氣會(www.aikikai.or.jp) 6단이 한국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범이라는 것이 무술 도장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비정규직 지도자처럼 인식되어 있지만, 합기도에서는 6단부터 사범(師範, 시한)이라는 호칭을 쓸 수 있으며 제자의 단위(段位)를 관리하고 전문 지도원을 양성할 수 있는 실력과 품위(品位)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일본의 유서 깊은 검술유파인 가토리신토류(香取神道流)에서도 교시멘쿄(教師免許)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교시멘쿄가 3명이나 배출되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대한합기도회 전체 회원의 실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9월엔 무도계의 명망있는 고단자들만 연무할 수 있다는 교토의 부토쿠덴(武德殿, 무덕전)에서 우리 회원들이 처음으로 연무를 한 것이 깊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앞서 여름에는 조보웬 영국지부장의 초청으로 영국에서 지도를 하였고, 이시바시 선생의 초청으로 일본 하코네 캠프에서 지도를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야마시마 7단, 고바야시 8단, 히로아키 6단, 이시바시 6단, 카나야 6단, 다키모도 7단, 스가와라 테츠타카(가토리신토류 교시멘쿄) 7단, 미츠테루 와카선생(若先生)과 그 외에도 함께 오신 다수의 선생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습니다.
지방 강습회는 부산, 순천, 청주, 안양, 춘천, 제주, 대구에서 실시하였고 본부에서도 4차례 정기 강습회 등 총 12번의 국내 강습회를 통해 전국 지부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였습니다. 특히 제주와 대구지부는 10주년을 기념 행사를 하였는데 제자들의 성장에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외연의 성장으로는 본부직할인 강남도장 외에 수원도장과 의왕도장이 새로 생겼으며 수원 삼성전자에 클럽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편 전문도장을 신축한 대구지부는 무도계뿐만이 아니라 건축계에도 신선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총회에서 이윤범 박사님을 새로운 이사로 추대하였습니다. 현재 대학교수이시며 한국 합기도(Hapkido)의 원로로 한국 무술계 이면의 역사를 꿰고 있는 분이시기에 이사회에 합류하신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라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10년 이상을 묵묵히 수련해 오면서 선배 회원으로서의 큰 자리를 차지한 홍병일 2단이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함께 많은 회원들이 슬픔에 빠졌고, 창립 이래 처음으로 추모연무회를 개최하여 가신 이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강습회에서 선보인 윤준환 부도장장의 수신(受身, 우케미) 교수법은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수련 진행의 안전성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 하나가 지금까지 걱정하고 우려해오던 초심자들의 상해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결해 준 것입니다. 세계본부에서 도주로부터 특별히 사사한 윤준환 부도장장의 수신 교수법은 앞으로 대한합기도회 회원들의 안전한 수련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2014년에도 변함없이 합기도의 종주성에 대한 잡음이 있었습니다. 검도와 유도와 함께 합기도는 일본에서 시작된 외래 무술이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전통무예진흥법의 시행에 따라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으려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그동안 명칭이 도용되어 사용된 합기도를 한국전통무예로 둔갑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합기도는 검도와 유도처럼 이미 전세계인의 무도입니다. 명실상부 合氣道(합기도, Aikido)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명칭을 도용한 합기도(Hapkido)를 한국전통무예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1990년 도올 김용옥 선생이 『태권도철학의 구성원리』에서 언급한 이후, 소신있는 학자들과 무도인들이 끊임없이 합기도(Hapkido)의 역사적 오류, 기술적 모순, 수련은 등한시한 정치적 경영적 행보를 지적하였고 명칭 변경을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던 일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합기도의 정확한 유래와 기술 체계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5년 새해에도 우리단체는 변함없이 활동할 것입니다. 새로운 회원들이 더욱 늘어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래 표는 2015년도에 실시되는 대한합기도회의 행사 일정입니다. 4번의 해외 행사와 6번의 서울국제강습회 그리고 9번의 지방강습회 그리고 4번의 본부강습회, 특히 10월 초에 열릴 대만과의 교류는 회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4월에는 월드컴뱃게임즈 한국대표를 결정하는 연무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새해에도 더욱 즐겁고 행복하고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신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