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무렵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복당 불허 조치에 발끈하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정치 보복’이며 민주당의 ‘뒤끝 작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양향자 의원에게 ‘가구향리폐’라며 성을 바꿔 ‘전향자’라고 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구향리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집 안쪽을 향해 짖는다 이니, 은혜를 원수로 갚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김남국 의원이 옛 동료였던 양향자 의원을 개에 빗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옛집에 개처럼 짖는 꼴이 우습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 삶을 걱정하고, 과학방역이라는 데도 꺾이지 않는 코로나 19에 전전긍긍이며, 거리의 축제에서 159명이 비명에 가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세상이 무섭기만 하다. 그런데 책임질 위치에 있는 자는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꼬리 자르기에 힘없는 하위직만 애꿎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헤밍웨이의 종은 평화이지만, 가구향리폐 같은 짖음은 결코 평화를 위한 짖음이 아니다.
사실 김남국 의원의 가구향리폐도 꼭 양향자 의원만을 향해서 한 말은 아니다. 가구향리폐는 그 어원이 애매하지만, 확실한 유래의 ‘걸견폐요’가 있다. 중국의 걸왕은 혼군이며 요왕은 성군이다. 그러니까 걸견폐요는 혼군 걸왕의 개가 성군 요왕을 보고 짖는다 이다. 하지만 개는 자기에게 밥을 주는 자가 도둑이건 뭐건 상관없다. 그 밥 주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누구건 물어뜯으니 개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 이 걸견폐요와 비슷한 척구폐요가 있다.
척구폐요는 도척이라는 도둑이 기르는 개가 요왕을 보고 짖는다 이다. 이 역시 밥 주는 주인에게 무조건 굴종, 맹종함을 뜻한다. 이 척구폐요는 중국 한 고조 유방과 한의 대장군인 회음후 한신의 고사로 사마천의 사기열전 회음후편에 있다. 그러니까 한신이 반역 혐의로 죽은 뒤다. 한신의 반역을 부추긴 혐의로 제나라의 변사 괴통을 삶아 죽이려 했다. 이에 괴통은 ‘도척의 개는 요 임금이 어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 주인이 아니라 짖었다. 나 역시 한신을 알았을 뿐, 폐하를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이에 한 고조는 괴통을 살려주었다.
여기서 도척은 희대의 악마이자, 도적이다. 이 도척은 공자가 태어나기 1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대부이자, 현인으로 칭송받는 유하혜(柳下惠)의 동생이다. 유하혜는 임금에게 받은 식읍이 유하(柳下)이고 시호가 혜(惠)여서 부르는 호칭이고, 본 성은 전(展), 이름은 획(獲)이다. 역시 성이 전인 도척은 도적이라는 도와 이름 척을 합친 말이다.
이 유하혜 도획과 도척은 형제이고 형은 형벌을 관리하는 직책, 동생은 인간말종 도적이었으니 한 뱃속에서 두 종자가 나온 셈이다. 또 도척은 태산에 웅거하며 9천여 무리로 제후를 겁박하고 백성을 약탈했으니, 반란군 수괴에 가까운 자다. 사람 간을 썰어 먹는 잔인한 성격이어서 사마천은 ‘인육 먹는 도척은 집에서 편안히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고 사기에 기록하여 악인이 득세하고 판치는 세상을 한탄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도척이 주장하는 다섯 가지 도적의 도(道)이다. 도둑질할 때는, 무엇이 있는지 바로 아는 성(聖), 남보다 앞장서 들어가는 용(勇), 남보다 나중에 나오는 의(義), 탈이 없는 곳을 터는 지(智), 훔친 뒤 정당하게 나누는 인(仁) 등을 갖춰야 큰 도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도보다 더 웃기는 것은 집에 들어온 도척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는 자기 자식을 사랑스레 들여다보며 장차 ‘이놈은 나 같은 도적이 되지 않았음’을 걱정한 일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를 사랑한다고 변명해주기엔 참으로 고슴도치에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과학방역의 얼뜨기에 선제타격 날리면 이란이 되는 우습지도 않은 세상, 남의 뒤나 캐는 꼭두각시들의 작태도 도척과 비슷하거나 한술 더 뜸이다. 그렇게 형태와 형식만 다르지, 2천여 년 전 중국 척구폐요 같은 자들의 행태가 말 그대로 꼴불견이다. 참으로 돌고 도는 세상사에 역사가 주는 준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