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은
쉽사리 타고 지는 불이 아닙니다
나의 불은
한 계절을 타고 지는 속 불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이마저 빨리 진다고 말합니다만
속 모르는 그대 말일 뿐.
나는
타는 불 겨워
이 정도만 타옵니다.
원경스님 詩 / 단풍 시집
제 8회 창원 단풍거리축전 행사가 있는 날, 김혜진님에게 천연비누만들기 행사부스가 제공되어 체험 겸 도우미 겸 함께 했습니다, 녹색당사람들을 많이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녹색당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득, 기존 정치인들이 <걸어 다니는 연극 배우들>이라면, 녹색당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정치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오래전 가출소녀들과 함께 공연을 올렸던 소극장을 바라보며 그 뜰에서, 관객이 아닌 일반인들과 호흡하고 있으니, 마치 제가 산타가 되는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김혜진님은 프랑스유학 당시, 메이컵 분장을 공부하고, 이름없는 아티스트들의 분장을 담당했었다네요,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체험행사 시작전, 잠시 햇살 좋은 가을 소풍

김혜진님의 천연비누만들기 부스
이곳을 오가는 사이에, 젖도 덜 뗀 것 같은 엄마 잃은 아기고양이 두 마리가 나에게 맡겨 졌습니다, 날도 갑자기 추워지고,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아기 고양이의 똥오줌까지 핥아 먹는 엄마 고양이의 사랑을 대신 해 줄 수 없을 거 같아 마음이 안절부절했는데, 유난히 눈빛이 애처롭던 동생 고양이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아이 마음이 아프지 않게 할려고 땅에 묻으며, 별나라에 갔다가 금방 돌아 온다고, 얘기 했지만, 친정엄마 돌아 가신 이후로, 처음 내 책임같고,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마음안에서 그 죽음이 잘 추슬러 지지 않습니다,

하늘나라로 간 동생 아기 고양이

아빠 손잡고 천연비누 체험하는 아이
그러는 사이, 천연비누체험은 계속 되었고, 청소년들, 아이들, 어르신들, 엄마 아빠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료체험을 하고 갔습니다, 진해에 사는 내 소꿉친구도 우연히 만났습니다, 일곱 살에 어느 산골에서 농사지으러 이사 온 부모님을 따라와, 처음 <친구>라는 개념을 자각하게 해 준 소꿉동무,
결혼 후,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창원시 사림동 감나무길에서의 아이 돌부터 다섯 살까지, 삼년간의 기억들, 그 중에 친정 엄마 돌아 가시고, 머리 박박 밀고 하얀고무신 한 켤레신고 자전거 타고, 지금은 에베레스트 중턱 쯤 등정하는 길이라고, 혼자 위로를 하며, 꼬박 일년을 했던 새벽 우유배달이, 이틀의 체험행사 시간 내내 오버랩되어, 혼자 많은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곽재구 詩 /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천연 비누 체험하는 모습

짚풀 놀이 공예 체험하는 옆 부스

의령에서 오셨다는 짚공예 교수님과 물고기, 소꿉동무의 남편과 고향 친구더라네요

체험자들이 꼭 초콜렛만드는 것 같다고한 천연비누 완성품, 김혜진님이 먼저 연구해서 보석비누처럼 만들어 오신 예쁜 샘플을 바탕으로 했는데, 대기 체험자들이 많다 보니, 얼렁뚱땅, 했네요.
그냥 스쳐 갈때 생각했던 것 보다, 체력 소모가 많고 활동량도 많은 일이었는데, 힘든 기색 안보이는 가녀린 김혜진님이 철인처럼 다가오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힘든 줄 모른다는 그런 명답을 남기는,

둘째 날에는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 아이와 함께 건물 안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에 잠시 들렀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Green road not taken를 걷게 될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