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아니고 네가 그걸 당해?” ‘피싱 피해’ 입다무는 전문직·2040
기사입력 2019-05-20 11:19
출처: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
피해자, 질타 두려워 피해 숨겨
전문가 “피싱 갈수록 전문화돼
범죄피해 정보 적극적 공유 필요”
#1. “부모님이 아니고 네가 당했다고? 바보 아냐?” 30대 직장인 A씨는 4년 전 메신저 피싱을 당했던 자신의 얘기를 최근에야 친구들에게 했다가 ‘바보’라는 조롱을 들었다. ‘나이 드신 분이나 물정 어두운 분들이 걸려드는 피싱 사기에 네가 당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친구들 말의 요지였다.
#2. 40대 초반의 헤드헌터 B씨는 3년전 30년지기 동네친구의 다급한 문자에 깜짝 놀랐다. 친구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인데 비밀번호 5회 오류 탓에 송금이 안돼 대신 돈을 보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주저 없이 300만원을 송금했다. 보다 상세한 것을 묻지 않은 것은 30년지기 친구에 대한 의리이기도 했다. 사기였다. B씨는 최근 사석에서 이 얘기를 했는데 ‘10년 헤드헌터 하면 뭐하냐’며 친구들 모두 웃었다고 했다.
피싱 피해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비판이 두려워 오히려 피해 사실을 숨기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보통 보이스피싱에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노년층이 아닌 젊은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주변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가 더 꺼리게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비교적 젊은층이(30대~40대) 피싱 피해를 입는 건수는 전체 피해 건수의 절반에 가깝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젊은 층의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16년 6944건(전체 사건의 49.0%), 2017년 1만160건(53.8%), 2018년 1만1176건(43.4%)으로 집계됐다.
전문직이나 지식인이라고 생각되는 직업군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는 발생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기관사칭형) 피해자는 의료인(6.4%), 교사(13%), 공무원(8%) 등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해킹 등을 통해서 전화하는 상대방에 대한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추가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듯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신고를 주저하거나 공개를 꺼리는 태도가 결국 범죄 피해 재생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사건처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비난하는 주변의 태도는 신고를 꺼리게 만들고 결국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데 매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악순환”이라며 “보이스피싱은 불안을 이용한 범죄다. 직업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대부분 공공기관을 접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에게 전화가 왔다고 하면 평상시보다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갈수록 고도화되고 전문화된다”면서 “범죄 피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게 피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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