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수요일 강론]
요나의 표징이 니느베 사람을 구했고, 예수님의 표징은 온 인류를 구원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표징을 통해 우리 각자의 구원을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구원의 완성을 위한 지름길은 바로 회개의 삶입니다. 오늘도 내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는 회개의 삶이 될 수 있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온 정성을 다 해 봉헌하도록 합시다.

찬미 예수님! 저는 매일 아침 이렇게 수도형제들과 여러분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토론토에서 공부하는 동안 외롭고 힘든 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홀로 기도하고, 미사하고, 홀로 공부하고, 홀로 식사하고, 홀로 산책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고 기도와 미사를 매일 봉헌한 것이 저에게는 참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심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토론토에는 두 개의 큰 한인 본당이 있는데, 본당에서 요청이 들어 오면 미사 봉사를 가곤 했습니다. 2017년 가을 어느 날에도 한인 성당에 미사 봉헌을 부탁 받아 강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자매님께서 제게 전화를 하셔서, 자기 남편이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주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오는 토요일 미사 후에 병자 성사를 좀 달라는 청이었습니다. 제가 No라고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그렇게 하겠다 하며, 형제님을 위해서도 기도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특전 미사 후, 정성을 다 해 병자 성사를 주고 안수 기도를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자매님께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자매님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께 감사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바쁘신 데 전화를 드립니다. 신부님, 저의 남편이 병자 성사 후, 허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고, 병원에 갔더니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시며 의아해 하셨습니다. 남편은 병자 성사 때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저는 “남편 분께서 나으셨다니, 너무도 축하 드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한 것이 아니니, 저에게 감사하지 말고 성령께 감사드리십시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매 형제 여러분, 제가 오늘 이 작은 기적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참된 기적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치유의 은총을 받은 그 남편은 처음에는 너무도 감사하며 신앙의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 안에 진정으로 살아 계신 하느님, “나의 하느님, 나의 주님”을 만나지 못한 채, 신앙의 의심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믿음을 이성의 논리로 파악하려는 성향 때문에 오히려 다른 이의 신앙을 판단하거나 갈등하는 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작년 겨울 어느 날, 제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습니다. 그 자매님이었습니다. “신부님, 저의 남편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기도하고 있고 진정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마음으로부터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토론토 교우들에게 한 마지막 강론 원고를 우연히 남편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에 들어가자 남편이 그 강론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하신 그 고백이 바로 이 형제님에게도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신 그 형제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저도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천주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기적을 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큰 물고기 배 속에서 사흘을 보낸 요나의 표징을 통해 니네베 사람들이 회개하였듯이 십자가의 죽음 후 사흘만에 부활한 당신의 표징을 통해 회개의 삶을 사는 것이 참된 기적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병이 기적적으로 낫고, 마귀들린 이들이 해방되고, 빵이 많아지는 기적은 우리 모두가 진정 하느님의 뜻을 따라 영적인 재 탄생의 삶, 즉 회개의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도구들인 것입니다.
참된 회개가 없는 기적체험은 오히려 영적 교만의 무덤 속에 자신을 가둘 위험이 있습니다. 모든 기적은 우리의 회개를 위한 도구이며 우리의 회개가 하느님 나라에서 가장 기뻐하는 기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회개는 자신의 구원을 완성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요나의 회개,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회개처럼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참된 구원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것은 회개는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순종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간다 하더라도 주님께서는 우리의 잘못과 실수를 통해 오히려 더 큰 일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타르시스로 도망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 뜻을 거스러는 우리를 물고기 배 속과 같은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오히려 모든 것이 끝장 난 듯한 그 순간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탄생을 통해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어쩌면 니네베 사람들이 요나의 말에 그렇게 빨리 회개의 삶을 택할 수 있었던 것도 죽은 줄 알았던 요나가 살아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혹시 여러분 가운데 어둡고 캄캄한 물고기의 배 속과 같은 영적인 어둔밤을 체험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힘과 용기를 내십시오. 주님께서는 우리를 어둠 속에 내버려 두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다시 태어남을 통해 당신께서 계획하신 큰 일을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 보십시오. 그분의 십자가가 우리를 구원하실 것입니다.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부산 명상의 집에서
박 안셀모 신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