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미터
47 Meters Down (2017)
처음에는 그냥 상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영화인 줄 알았다. 영화를 보다보니 인간의 추악함이 항상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바다라는 공간은 '상어'보다 더욱 무섭고 기괴한 것들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구별 바깥세상보다도 가까운 바다 속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이란 얼마나 한없이 연약하고 미미한 존재들인지...새삼 느끼게 된다.
일단 여주인공들은 두 명 다 예쁘다. 그런데 진짜 이별 앞에 장사 없다고 이별후유증인지 뭔지 둘 다 첨보는 사람들을 따라가서 봉변을 당한다. 왜 날 버린 전 남친에게 나는 이렇게 재밌게 논다, 나는 이런 것도 한다 이딴 걸 왜 보여줘야 하는지...
금발머리 여자는 진짜 암 걸리는 줄. 싫다는데 왜 징징거리면서 하자고 난리치는지 이해 안 감. 할 수 없이 따라가는 검은머리 여자도 이상하다. 예쁜 거 빼곤 하는 짓이 좀 이상한 여주들. 필자가 모험심이 부족하고 소심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영화의 개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처음 보는 이상한 남자들을 따라 배에 올라탄 여주들은
결국 낡은 케이지 속에 들어가 눈 앞에서 백상어를 구경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역시 마음이 안내키는 결정을 하게 되면 후회하는 법.
그녀들을 태운 케이지는 수면 위로 올라오려다가 갑자기 쇳줄이 풀려 수심 47미터 아래까지 멈추지 않는 추락을 한다. 보통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수심 20미터 아래로는 위험해서 내려가지 않는다고 하니 47미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깊이인지 말 안 해도 될 것 같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봐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도 들고 심장도 뛰게 했다. 물론 처음 47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나서는 온통 백상어의 돌출 생각뿐이었다. 상어가 득실거리는 저 암흑 심해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게다가 산소도 금방 떨어질 테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금발머리 여자는 47미터 아래에서도 미친 짓을 하는데... 처음엔 상어한테 잡아먹히면 구출이고 뭐고 다 끝장인데 왜 이렇게 나대나 싶었는데 이렇게 급박하고 극적인 상황에서는 이러나 저러나 뭐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동할 것 같긴 하다.
급박한 상황을 아주 잘 보여주는 행동으로 보여진다. 상어로부터의 공격을 무릅쓰고 케이지를 벗어나 맨몸으로 무전이 통하는 곳까지 올라가 무전을 하는데...
남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다. "급하게 올라오지 말라. 잠수병이 온다." (잠수병: 머리에 질소가 가득 차는 현상) 여기서부터 등장하는 상어보다 무서운 존재 질소...
질소 중독(질소가 가득차서 반미치광이가 되는 현상)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꿈에도 몰랐다.
평소에 생각해보질 않아서 그랬는지 더 무서웠던 듯. 그리고 중간에 여자가 케이지를 벗어나 구출의 희망을 안고 빛줄기(라이트)를 찾아가다가 블루 홀(심연) 같은 곳을 만나는데 그러니깐 47미터보다 훨씬 깊어서 그 아래가 컴컴하게 보이는, 말 그대로 없던 심해공포증도 생길 것 같은 그런 바다 속의 모습도 나온다. 보는 관객도 숨이 턱턱 막혀서 힘들 지경.
금발머리 여자는 결국 상어한테 갑자기 습격당해서 뜯어 먹혀 죽고 검은머리 여자는 질소에 중독되어 반미치광이가 된다.
(질소중독은 산소가 떨어져 산소통을 갈아 낄 때 갑자기 심해에서 고압의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질소가 가득 차 중독되는 현상인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마치 물고기가 된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 산소마스크를 떼고 헤엄을 치다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결국 검은머리 여자는 47미터 심해에서 수면 위로 이미 죽은 금발머리 여자와 함께 구출되는 환각을 본다. 이것은 그냥 환각이었다.
현실은 47미터 심해 아래 케이지 안........(끔찍) 환각에 깨어난 검은머리 여자는 케이지 안에서 무전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구조요원들이 구조를 하러 오고 결국 바다 위로 올라가면서 끝이 난다. 그런 줄 알았는데 47미터 케이지 안에서 무전이 안통해서 상어의 습격도 무릅쓰고 케이지 밖에 나와 무전을 하려고 애썼는데 갑자기 무전에 지지직 소리도 없이 너무 잘되다니... 그리고 구조대원들이 너무 맨몸으로 막 와서 너무 쉽게 구해주고... 여자가 케이지에 무릎(다리)이 껴 있는데 어떻게 빼낸 것인지... 알고 보니 이거 다 검은머리 여자가 질소에 중독된 상태라서 환각에서 깨자마자 또 환각증세가 나타난 거라고 볼 수 있다. 소름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혹자는 그 구조대원 3명이 실은 상어 3마리라고 하는데... 그래서 결국 상어한테 잡아먹혀 죽는 게 결말이라고 하는데 바다 위까지 올라가는 장면 없이 그냥 바다 속에서 툭, 끝나버리기 때문에 열린 결말이라 감독이 관객들에게 엔딩을 토스해버린다. 47미터를 보면서 문득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열 길 물속 깊이는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걸 바꾸고 싶다. “열 길 사람 속은 알아도 한 길 물 속은 모른다”
바다는 정말 우주와도 같은 존재다. 그리고 낯선 사람은 함부로 따라가면 절대 안된다고 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그랬다. 바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해변에 앉아 멀리서 바다를 바라볼 때가 가장 좋은 것.(상영시간:8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