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寒食)날 성묘하니 백양 나무 새 잎 난다 우로(雨露)에 감창함은 주과로나 펴 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豊備)하여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군의 처자권속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斗穀)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 하고 그나마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 낼제 어린 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 농사가 범연(氾然)하고 못 하리라
포전(圃田)에 여속이요 산전에 두태(斗太)로다 들깻 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相換)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못논을 되어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대포를 아니할가? 울 밑에 호박이요 처 맛가에 박심으고 담 근처에 동과(冬瓜) 심어 가자하여 올려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 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어 계견(溪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돠겟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蠶農)을 전심하소 잠실을 새소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 인행 울릉도며 문배 찐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나니 청다대 정릉매는 고사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 올려 들여 놓고 천한백옥(天寒白玉) 풍설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전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도 어아리를 일분은 엮어 팔고 이분은 무쳐 먹세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가효(佳肴)가 이뿐이라
해설: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 온갖 꽃 피어 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 우로 느껴 슬퍼함을 술 과일로 펴오리라 /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 점심밥 잘 차려 때 맞추어 배 불리소 /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 하니 /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이 보호하듯 /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 / 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산 밭에 콩 팥이로다 /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 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 / 들 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 / 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 닭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 / 오? 譴瑛?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 시골집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온 힘 쏟으소 / 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 /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 / 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 눈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 / 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 집집이 요긴한 일 장 담그기 행사로세 /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 술을 즐길 때에 / 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 이것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