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알함브라 궁전을 본 것은, 우리가 아직도 Kodak film을 쓰던, 그 시절이었다. 잔잔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 이후로도 자주 찾아보고 싶어 했지만, 생계를 우선 돌보아야 하니, 그게 그렇게 여의치 않다. 얼마 전 Rolen이 올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고, 그 기억이 도무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니, 아마도 또 때가 되었나 보다.
알함브라 경내에는 Parador (스페인 말로,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라는 국영 hotel이 있는 데, 여기에 머물며, 아침, 오후 궁전을 둘러보고, General Life라는 야외 정원을 거닐다 보면, 한없이 행복해진다. General life에는 아름다운 정원뿐만 아니라, 온갖 과실, 채소들을 심어놓았다. 궁전 내부에서 자급자족하기 위해서였다. 삼년 전, 10월에 방문 했을 때에는, 감나무에 감이 무르익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따먹는 사람도 보았다.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하는 5월이, 연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직 못 가보았다.
Alhambra는 아랍말로, 붉은 집 (The red building) 또는 붉은 요새 (The red fortress)라는 말인데, 멀리서 보면 성냥 곽처럼 네모나게 지은, 그저 평범한 건물이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그게 아니다. 여기에 진면목이 있다. 아랍인들은 원래, 외부보다는 내부, 아래보다는 위를 중요 시 하는지라, 이에 따라, 궁전 내부에도, 바닥은 평범하나, 벽과 천정은 섬세하고, 정교한 문양으로 가득 차있다. 기둥의 모양새와 거기에 꽉 들어 차있는 조각들, 내부 정원, 분수와 연못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알함브라는, 사치스럽게 화려한 면에서는, Istanbul에 있는 오토만제국의 토카피 (Topkapi)궁전이나, 돌마바체 (Dolmabahce)궁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은, 두 궁전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두 궁전에는 General life와 갈은 야외 정원이나, 섬세한 조각으로 가득 찬 기둥들, 아름다운 내부 정원, 실내 연못과 분수대가 없다. 두 여인을 비교하려는 멍청한 노릇과 마찬가지로, 두 아름다움을 어떻게 비교 하리오 마는, 나에게 알함브라는 영혼이 쉬어가는 곳이다.
Rolen이 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댓글을 읽다보니 “송리”라는 분이 “요즘 스페인 여행이 대세라던데......”하고 적었든데, 이 말이 그럴싸해서 (한국에서 스페인 여행을 많이 하는 거로 해석하고), 내친김에 몇 자 더 적을까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도대체 누구들이셔? Rolen은 아는데, 송리 ("영자?"), Jini ("인숙?") 또, 호반 ("작은 동호?"). 그런데, 이 호반이라는 분이, 그 “노 아무개”와 같은 보통 사람들을, 확실히 넘으셔.
사자 왕 Richard를 따라,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mask를 쓰고 홀연히 나타나, Richard의 동생 Prince John의 기사들을 모두 눌렀든, 그 용맹한 Ivanhoe처럼, 필마단창으로 바람같이 등장하여, 어느 공주의 수석기사와 맞 대적해서, 단 한치도 밀리지 않았으니. 막상 막하가 바로 이것이고, 전설속의 용호상박이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그 공주의 기사가 누군가?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이 아닌가? 이런 엄청난 상대를........ 오매, 워쩌다, 이바구가 이리로 빠져 부럿어라?
요즈음, 스페인이 재정난에 빠져서, 스페인 여행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다. 물가가 그다지 비싸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소매치기나 잡범들이 더 많을 테니, 한층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Madrid나 Barcelona는 원래가 이들이 들 끓는 곳이다. Escalator를 타고 올라 가다보면, 아래에서 슬그머니 손이 올라와, 바지 주머니 속을 더듬는다. 그 손목을 우선 한대 후려갈기고, 뒤를 돌아다보면, 뒤에서 어떤 녀석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지하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어떤 녀석이 Ketchup을 옷에 뿌리고 가면, 다음 녀석이나 공범 여자가 닦아 주는체하며, 지갑을 빼간다. 그 방법은 끝이 없다.
보통 여행 코스는, Barcelona에 도착해서, Gaudi 성당 건축물, Ramblas 거리 등등을 구경하고, Madrid의 Prado museum, 그리고 거기에 있는 Goya의 나체 여인, 등등을 본 다음, Granada 및 알함브라 궁전, 또, Ronda의 협곡 (여기에서, Ernest Hemingway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영화를 촬영 했다고 함)을 찾아, 하루 밤을 묵으면 좋다. 나는 Granada에서, 버스를 타고, Ronda로 갔고, 또 Ronda에서, 시골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Portugal의 Lisbon으로 갔다. 거기에는 Sintra라는 옛날 도시가 깊은 산중에 있는데, 가 볼만하다. 아, 하나 빠뜨렸다. 바로 Toledo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말 할 것도 없고, 여기에는 El Greco의 벽화가 있다. 그의 불후의 명작 View of Toledo는 뉴욕 Metropolitan museum에 전시되있다.
이외에도, Zaragoza에는 거대한 Basilica (Cathedral과 같은 성당이지만, 바실리카에는 Bishop이 상주하지 않는 다고 함. 하지만 나는 카도릭 신자가 아니어서 틀리기 쉬움)가 있고, Seville에는 Carmen이 다녔다고 하는 담배공장이 있으며 (하지만 이것 엉터리임. 왜냐하면, Carmen은 Bizet의 opera주인공이니, 실제로 존재했을 수가 없지요. 이태리의 Verona에 있는, Romeo와 Juliet이 놀았다는 엉터리 이층 발코니나, 그 아래 마당에 있는, 젖가슴을 통째로 들어낸 Juliet의 전신 동상과 마찬가지 - 나도, 남들처럼 혹시나 하고, 희망에 차서(?), 발 도듬을 하여, 한번 쓰다듬어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또 마욜카 (Mallorca) 섬에는 Palma라는 휴양지가 있는데, 내 짧은 경험으로는, 이곳이 좋은 곳이긴 하나, 무척 비싸다.
스페인에 가면 타파 (Tapas)와 빠에야 (Paella)라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좋다. 타파는 여러 가지 음식을, 조그만한 접시에 담은 것들인데, 안주삼아, wine이나, sherry, 아니면 맥주나 상그리아와 함께 들면 좋다. 여러 동창들과 어울려, 어느 Bar에 둘러 앉아, 타파를 곁들여, Manzanilla를 마시며, 그들의 Guitar 음악을 즐기면, 오랫동안 남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 이다.
언젠가, Madrid에서 가장 잘한다는 빠에야 집을 수소문해서 찿아갔다. 저녁 9시경 이었는데, 아직 문이 안 열렸다. 알림 표시를 읽어보니, 밤 11시에야 비로서 연다고 적었다. 스페인 아자씨, 아줌마들은 더운 낮에는 모두 한숨 주무시고 (Siesta), 늦으막히 일어나, 밤늦게까지 활동들을 하신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이처럼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그날 하는 수 없이 피자를 먹고 잤다. 스페인에 가면,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집시(gypsy) 여인들이, castanet을 요란하게 울리며, 발을 크게 구르면서, 열정적으로 추는 Flamenco춤이다. 아, 이러다보니 끝이 없네. 하지만, 아뿔싸,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늦으리!
첫댓글 읽다 보니 웃음이 저절로...(비유가 재미있어요)
멋진 글입니다. 자주 올려 주세요.
다시 가 보고 싶은곳은 바르셀로나입니다. 가우디를 만나고 싶거든요.주머니사정이 좋아지면 죽기 전에 다시 가 보겠습니다.
깊으신 통찰력과 글솜씨는 ..감사합니다.
그대는 Gaudi를 무척이나 좋아 하지요. 하기야, 우리같은 까막눈도, Barcelona에 들르면 그를 찿으니.
<스페인 여행기>너무 잘 써 주시어 잘 보았어요. 감사해요.
언제 모두들 가실 때, 기회가 닿으면, 나도 같이......
스페인이야기 재미있게 잘 보았다. 좋은 글 가끔 올려주시면 우리 모두가 즐겁게 보는데...살다 보면 스페인 같이 갈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
스페인 갔다온지 몇년이 흘러도 아직도 눈에 선한곳이 많군요..변상국씨가 이리 글 잘쓰는지 몰랐내요
50주년 우리 남해 여행하고 또 기행문 올려주세요 10월에 서울서 만나요
로댐씨를 보고자라도, 갔으면 좋으련만, 시절이 하 수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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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야, 삼청각. 이거 환장하것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