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1.진해 중앙동성당의 자랑인 성모당은 비신자들까지 찾아오는 안식처로 경남 지역 명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성모동산 울창한 숲속길을 따라 신자들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3.중앙동성당 전경. 입구에 무료급식소 '만나의 집'이 있고, 성당 뒤쪽 제황산 중턱에 성모상이 모셔진 성모당이 있다
"우리 성당 성모당이 우리나라에서 최고 아름답죠."
평일 미사를 봉헌한 후 자연스럽게 성당 뒷편 성모당에 들러 기도하던 마산교구 진해 중앙동본당 신자 중 한명이 기도가 끝나자 낯선 방문객인 기자에게 성모당 자랑에 열을 올린다.
"인위적으로 만든 곳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이용한 성모당이 여기만한 곳이 또 있습니까."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최고'라는 말을 반복한 그 신자는 "4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특히 벚꽃이 만발할 때 왔어야 그 절정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벚꽃이 다 진 뒤 찾아온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본당 사목회장이 거들었다. 진해 중앙동성당과 자매결연을 한 광주대교구 농성동본당 신자들이 벚꽃이 한창일 때 이곳 성당을 방문, 성모당에서 야외미사를 봉헌한 후 "천상에 붕 떠있는 듯 너무 좋다"며 가기 싫어했을 정도였다는 것.
벚꽃동산이 아니어도 녹음 짙은 중앙동성당 성모당은 아름답다. 그 때문에 비신자들도 찾아오는 안식처로 서 경남 지역 명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성모당은 본당 설립 6년 후인 1952년 조성됐다. 6·25를 겪은 신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자 성당 뒷편 제황산(일명 탑산) 중턱 바위 동굴에 성모상을 모셨다. 베르나데타 성녀가 성모께 기도하는 루르드의 성모를 닮았다.
성당 뒷편 마당에서 성모 마리아를 향해 중앙 돌계단을 오르면 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쉴 수 있게 의자가 군데 군데 놓여 있다.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으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발 지압봉도 바닥에 설치해 놓았고, 작은 분수대도 있다.
본당은 5월 성모성월 한달간 날마다 성모당에서 단체별로 소 성모의 밤을 열고, 5월 말엔 합동 성모의 밤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성모동산의 울창한 산속 길을 따라 14처를 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도 조성해 놓았다. 성모당 한켠엔 레지오 마리애 기념비도 보인다. 중앙동본당이 마산교구에서 제일 처음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1956년)한 것을 기념해 지난해 10월1일 제막했다.
마산교구 레지오 마리애는 도입 50주년 준비로 26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하는 한마음대축제를 위해 4월11일 이곳에서 채화한 성화로 교구내 본당들을 돌고 있다.
이 성모동산이 있는 성당 부지는 1946년 4월 본당 설립 한달 전에 당시 진해 미군정청 드레크 군종신부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이곳엔 일제시대에 이용하던 '안국사'라는 절이 있었다.
본당은 새 성전을 건립하기 전까지 10여년간 이 사찰을 성당으로 그대로 사용했다. 성당 외부는 절, 내부는 십자가를 모신 구조였다.
새 성전은 1957년 8월 봉헌식을 가졌다. 지금이야 인근 건물들에 묻혀 드러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서양식 성당 건물은 지역 명물로 돋보였다. 성당 봉헌식 때는 서울의 노기남 대주교와 교황사절 구 토마스 주교도 참석했을 정도다. 또 그때 진해에 휴가차 내려왔던 이승만 대통령이 교황사절을 만남으로써 성당 봉헌식 행사는 국내외적으로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본당 주보 예수성심상이 성당 지붕 중앙에 세워져 오가는 사람을 반기는 듯한 이 성당 건물은 지금까지 몇차례 보수공사를 거쳤다.
중앙동본당의 자랑인 성모당은 이 성당 건물에 가려 앞쪽에선 보이질 않는다. 성당 건물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하고 간다.
중앙동본당 신자들은 아름다운 성모당을 가진 것 못지않게 성모 신심이 대단하다. 현재 본당 주일미사 참례자 750여명 중 레지오 마리애 단원은 39개 쁘레시디움에(2005년 기준) 330여명이나 된다. 소리 소문없이 봉사하는 레지오 단원들의 활동이야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실천하는 나눔 중 하나가 무료 급식소 '만나의 집'이다. 93년 성당 입구에 개설된 만나의 집은 지금은 진해 지역 본당 신자들이 같이 참여해 봉사하고 있다. 본당 빈첸시오회 활동도 꾸준하다.
본당의 나눔 활동은 역사가 깊다. 1950년 5월 성당에 성모병원을 개원, 자선사업을 시작했으며 6·25동란으로 피난 온 이들이 이 병원에서 혜택을 받기도 했다. 1958년엔 우유급식소를 설치해 극빈자 1000여명에게 점심도 제공했다.
중앙동본당은 자랑거리가 또 있다. 김석좌, 구병진 신부 등 교구에서 가장 많은 20여명의 사제를 배출한 것이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심유치원도 그 하나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성모당에서 기도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지금은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로 젊은층이 많이 간 탓에 중앙동본당엔 장년층, 노년층이 많은 편이다. 주임신부는 "성모신심이 두터운 신자들에게 재교육을 통한 선교 의식과 이웃 사랑을 강조하면서 한동안 뜸했던 성소 육성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