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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치고 수능을 못 봐서 기분이 암울했다.
수능치기 전에는 유니스트 1차라도 합격하겠냐라는 식으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수능을 못보자 유니스트 1차 합격하리라는 막연한 확신?을 했다.
다음날에 버스를 기다리다가 애들과 만나서 택시를 타고 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자신감을 잃고 기운이 푹 죽었다.
교실에 오자마자 유니스트 1차 최종합격한 애가 내한테 와서 유니스트 1단계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나는 거짓말로 장난치는 줄 알았다. 나중에 확인을 몇번 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유니스트 쓴 애들 중에서 내가 제일 성적이 낮았기 떄문이다. (비록 수학,과학은 괜찼아도 국어,영어 때문에...)
이상한 것은 나 말고 몇몇 애들은 떨어졌다. 경쟁률이 7.30:1인데 3배수 안에 들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신기했다.
자기소개서에서 말씀을 열심히 암송을 한 것을 적었고, 봉사활동이나 음악활동 같은 것도 적었다,
그 덕분에 하나님께서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감동 하였을지도 모른다.
수능당일까지만 해도 경남대 수학교육과 가서 임용고시 공부를 열심히 할 마음만 먹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주 금요일이 면접일이었는데 그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학교는 방학이었다.
그래서 방학동안 열심히 아무런 방해도 없이 면접준비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유니스트를 가기 위해서 학교일정까지 간섭하시는 하나님을 느꼈다.
수능치고 나서 다른 애들이 놀 동안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였다.
또 방학이라서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칠판에 적으면서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였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물었다.
11월 26일 금요일은 면접일이었다. 그날 외할아버지랑 유니스트를 갔다.
차에서 내렸는데 깜빡하고 청심을 안 챙긴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차에 가서 청심을 마셨다.(그 때는 긴장을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졸음 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지금 생각하니 잘 했다.)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몇 바퀴를 둘러보았다. 시설이 정말 끝내줬다.
또 학교가 커질 것을 생각하니 비전이 있는 학교였다.
점심을 한식/양식 택해서 먹는건데 양식으로 택해서 먹었다. 호주산 스테이크인데 부드럽고 연하였다. 게다가 식권이 2,500원 밖에 안하는 것이었다.
면접이 테크노경영관이었다. 면접관 앞에서 전화로 아빠가 기도해 주셨다.
면접관으로 들어갈 때 할아버지와 악수를 하였다.
면접은 한 사람에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수학 준비 10분 -> 수학 문제풀이 20분 -> 과학/영어 준비 10분 -> 과학/영어 문제풀이 20분 -> 다면면접 20분
수험생 3명에 면접관 3면인 다른 대학과는 달리 이 대학은 수험생 한명에 면접관이 2명이 있는 형식이었다.
한 교실에 14명이 대기했는데 한 사람에 20분 간격으로 면접실로 불려갔다.
내 예상으로는 면접이 겹치는 곳이 많아서 많이 빠질 줄 알았는데 결시자가 2명밖에 없었다.
나는 7번째라서 한참동안 멍을 때리면서 기다렸다. 화장실도 몇번 들락날락했다.
드디어 나의 차례가 되었다. 짐을 맏겨두는데 감독하는 누나가 가방을 안갖고 왔냐고 물어서 안갖고 왔다고 했다.
수학 문제지를 받아보았다.
1번문제가 앞에 펴져 있었는데 '내가 아는 문제다!'라면서 자신감을 갖고 풀었다.
작은번호 5번까지 있었는데 앞면에는 4번까지 있어서 뒷면에 작은번호 5번이 있는 줄 모르고 문제를 다 풀었다고 좋아했다.
4번까지 풀 때는 풀이시간 10분에서 6분 남았다고 했다. 한번 야릇한 미소를 짓고 감독과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뒷면에 2번문제를 보니까 위에 작으번호 5번이 있는 것으 보고 당황했다.
5번문제를 풀려니까 시간이 종료되어서 문제지를 덮었다. 어쩔 수 없이 힌트를 얻기로 했다.
면접을 보러 갔다. 1번부터 4번까지는 금방금방 풀렸는데 5번에는 조금 헤맸다.
한참 헤매다가 나중에 끝내서 5번까지 다 풀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쉽게 풀리는데 그 때는 한참 해맸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최고점의 자취방정식을 삼각함수를 이용해서 타원꼴이라고 유도를 했다.
면접관: 어디서 많이 본 꼴이 아닌가요?
나: 포물선이요?
면접관: 아닙니다.
나: (한참 있다가) 타원이네요.
면접관: 정답입니다. 잘하셨고요. 왜 이렇게 긴장을 하나요?
나: 대학에 떨어질까봐요.
면접관: 창원고에서 몇 등 정도 하나요?
나: 한 전교10등 정도 하는데요. 3학년 2학기 때 성적이 잘 나와서 더 오를 수 있어요.
면접관: 몇 명 중에서 그 정도로 하나요?
나: 260명이요.
면접관: 다른 대학은 어디 넣었나요?
나: 부산대 공대 넣었어요.
면접관: 무슨 과요?
나: 전자전기공학부요.
면접관: 언제 발표가 나나요?
나: 수능 최저등급이 있으니까 12월 10일에 발표나요.
면접관: 그러면 다른 대학은 넣지 않았나요? 뭐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같은데...
나: (아무말도 없이 웃고만 있었다.)
면접관: (웃으면서) 알겠습니다.
나: 감사합니다. (하면서 나갔다.)
수학을 잘봐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잘한 것 같다. 넣었다고 하면 이미 그 대학들은 발표났기 때문에 떨어져서 여기 왔다고 할거고, 안 넣었다고 하면 이 대학에 대하여 관심도 없네 이럴 것이다.
다음에도 문제를 준비하러 갔다. 나는 과학 중에서 물리를 선택했기 때문에 물리를 보았다.
1번문제를 보고 당황했다. 2번을 넘기니 또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푸는 척만 하고 나중에 힌트를 받으면서 풀기로 하였다. 또 어차피 푸는 것, 개념이 간단한 1번문제를 선택하였다.
논술보다 심층면접의 장점이 몰라도 힌트를 받으면서 풀 수 있는 게 나한테는 좋았다.
면접실에 가려고 할 때 면접실에는 10분정도 쉬기로 하였다. 그래서 10분 동안 준비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감독하는 형이 없을 때 다른 애들이 어떻게 풀었냐 보려고 했는데 양심이 막아서 보지를 않았다.(지금 생각하니 잘 했다.)
경치를 구경하는 중에 감독하는 형이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래서 창원이라고 하였다.
이제 10분이 지나자 면접실로 갔다. 어차피 발릴 걸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면접관: 여기 앉으세요. 좀 가라앉히시고 하십시오. 문 좀 열어두고요. 암산이 가능하다면 그냥 앉아서 풀어도 되요.
나는 일어나서 풀었다. 작은 문제가 5문제가 있는데 처음부터 동문서답을 하면서 막 해맸다.
놀란 것은 1번을 다 풀었는데 5분이 지났다고 하였다. 아주 간단한 문제였는데 이렇게 막 해매다니...
이렇게 면접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4번까지 그래도 나름대로 풀었다.
4번에서 t1은 구했고, t2는 찍었는데 면접관이 어떻게 찍었냐고 하면서 맞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5번문제를 풀려는데 면접관이 1분 남았다고 하였다.
또 최악의 상황은 문제를 푸는 도중에 '똑똑'소리가 나는 것이다. (똑똑은 시간이 다 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문제를 끝까지 풀었다. 감독관이 답이 맞다고 해서 안심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그 답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다. 감독관이 그냥 위로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시키려고 틀려도 맞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리 면접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나는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를 하고 바로 다면면접에 갔다.
다면면접에는 할머니면접관과 젊은면접관이 있었다. (면접관 6명 중에서 한명은 할머니(나이는 중년정도 되어 보니는데)이고 나머지는 젊은 남자(형같은 느낌)였다.)
나: 안녕하세요.
할매면접관: 앉아보세요. 수시 1차 지원을 했나요?
나: 아니오.
할매면접관: (생활기록부를 보고) 난쏘공의 작가가 누구입니까?
나: (생각 하다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할매면접관: 난쏘공은 어떤 내용입니까?
나: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룬 비극상 내용입니다. 난쟁이 아버지가 나오고 2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이 나옵니다.
할매면접관: 머릿말만 읽었나요?
나: 아니요. 대충대충 이래저래 읽었습니다.
할매면접관: 머릿말만 읽었냐고요?
나: 그냥 대충 읽었습니다.
할매면접관: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나: 저는 수학이 다른 영역보다 잘하는데 국어에 약해서 3학년 떄 정신을 차려서 공부를 하니 100점을 맞았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깨달았습니다.
할매면접관: (성적을 확인해 보고) 그럼 왜 3학년 때 성적이 왜 저조합니까?
나: 그 때 대상포진이 걸려서 좀 그랬고, 3학년 되니 국어 영어가 6단위 7단위 이러니까 이 대학을 오기 위하여 국어와 영어만 치중하고 단위수가 낮은 수학과 과학은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할매면접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요? 이 학교는 수학, 과학을 잘 해야 되는데..
나: 그런게... 골고루 잘해야 되니깐... 학교에서 원서도 써 주고 그래서요.
할매면접관: 당신이 이 학교에 와서 무슨 공부를 할 것인가요?
나: 요즘에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잖아요. 그래서 대체 에너지로 핵융합이 제일 좋아서요. 핵융합에 대해서 공부할 것입니다. 물리화학에 대해서도 공부할 것이고요.
남자면접관: 그러면 친환경 공학부를 선택할 것이네요. 또 무슨 과를 선택할 것인가요?
나: 네?
할매면접관: 유니스트를 쓰면서 융합학문도 모르고 썼습니까?
나: 아! 융합학문은 그냥 이공계열과 경영계열을 융합해서 그냥 융합학문인 줄 알았어요. 수학과는 안되나요?
할매면접관: 수학과는 없는데요?
나: 다른 과는 무슨무슨 과가 있나요?
남자면접관: 나노공학부, 기계공학부, 전기전자공학부, 도시환경부 등등
나: 전기전자공학부 선택할래요.
남자면접관: 과는 2개 이상 선택해야 되고요. 3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계열도 전공할 수 있고요.
할매면접관: 동아리는 무슨 활동을 합니까?
나: 두드림이라는 동아리를 하고 영어로 과학 잡지를 보는 건데 서로 토론하는 것입니다, 저는 물리학자가 아주 작은 반도체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분자생물학자가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내용을 했습니다.
할매면접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뭐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할매면접관: 뭐 의견이 안 맞아서 해서 서로 싸우지는 않았습니까?
나: 뭐 그런건 없었는데요.
할매면접관: NIV하면서 무슨 것을 얻었나요.
나: 성경마다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다윗을 영어에는 데이빗이라고 하고...
할매면접관: NIV암송하면서 무엇을 어떤 점에서 좋았나요?
나: 저는 머리가 원래 돌머리였는데요. NIV암송하면서 머리도 개발이 되고요,
할매면접관: 그러면 한구절만 암송해 보시겠어요?
나: 그럼 제일 간단한 걸로 할게요. PSALM 23. A Psalm of David. The LORD is my shephered, I shall not be in want. He makes me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quiet waters. He restores my soul. He guides me in paths of righteousness for his name sake.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will fear no evil. For you are with me. Your rod and your staff, they comfort me. you prepare a table before me in the presence of my enemies. You annoint my head with oil. My cup overflows. Surely, goodness, and your love will follow me all the days of my life. and I will dwell in the house of the LORD. FOREVER.
영어 성경 암송 중에 할매면접관은 좋아하였다.
할매면접관: 그러면 당신은 아프리카에 여행을 간다고 할 때 물건 5가지를 어떤 걸 챙길겁니까?
나: 아프리카에는 독충들이 피부속을 파고드니까 연고가 필수품이고, 아프리카 원어민 사전과 ...성경책입니다(이건 확실히 마지막)(나머지는 기억이 안나서...).
할매면접관: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여러가지 길이 잖아요. 예를 들면 고속버스도 있고 KTX도 있고, 비행기도 있고, 고속도로도 있는데 제일 빨리 가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었다.(예전 설교시간에 들어봤나?)
나: 그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는 겁니까?
할매면접관: 아니요.
나: 여자친구랑 같이 가는 겁니다.
그 순간 면접실에는 폭소가 쏟아졌다.
나: 아직 여자친구는 없는데요.
남자면접관: 그게 바로 감정의 길이이군요.
할매면접관: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해 보세요.
나: 제가 만약 이 학교를 오게 된다면 지금은 핵융합 발전소가 국가 단위로 하는데 제가 마을단위로 소형화시키고 상용화를 시키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큰 꿈인 것 같았다.(노벨 물리학상감인가?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너무 꿈이 큰가?)
면접실에는 1시 30분까지 오는 것인데 면접을 다 마치고 나와보니 5시였다. 할아버지랑 같이 나갔다.
나는 할아버지 폰을 빌려서 면접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 말하였다.
집으로 돌아오고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졸업여행을 반걱정 반기쁨으로 즐겼다.
12월 3일 10시는 최종합격 발표하는 날이다.
그 때는 학교에서 경상대로 막 도착하는 시간이었다.
캠퍼스 체육관 안에 음악회를 하는데 반쯤은 아무렇지도 않고, 반쯤은 걱정이 되었다.
음악회에 나오자 마자 합격했다는 말이 와서 역시 장난치는 줄 알았다.
경상대에서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친구(라이벌반 반장)와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 끼어들어서 친구(라이벌반 반장) 폰을 빌려서 합격여부를 확인해 보았다. (그 당시까지 폰이 없었다.)
엄마가 합격했다고 하길래 괜히 의심을 했다.
집으로 돌아올 떄 약국에서 최종합격증을 보고 나서 드디어 안심했다. 어쨋든 너무 기뼜다.
첫댓글 일단 대학은 합격해 놨으니 마음이 풀리는군요. 중요한 것으 유니스트 가면 다른 것도 걱정이 되는데 제일 걱정이 되는것이 영어입니다. 이 때까지 영어를 제대로 공부 한 적도 없고 영어 성적도 썩 잘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요. 일단 영어 원서를 독해 하는 것은 될 것 같은데 영어로 수업 듣는 것이 힘들 것 같습니다. 대학 때문에 6년 내내 고생을 했는데, 대학가니까 더 고생할 것 같군요. 대학가면 편할 줄 알았는데...
수민아 축하한다. 대학에서도 잘할것이라 믿는다. 기도할께
대학교에서 영어로 100% 수업을 한데요. 많이 걱정되는데...
특별히 기도해 주세요. 학교에서 적응을 무사히 할 수있도록...
선교사님의 기도의 힘이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민아, 축하해. 대학 합격이라는 사실보다 합격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인도와 동행이 더욱 감사하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했으나 깨닫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인데, 네 삶에 너무도 확실한 흔적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기쁘다. 이번주 너의 이야기를 설교시간에 했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정직할 때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신다는 사실, 나의 경험이자 또한 너의 경험이기에 밀알SFC 모두와 함께 나누며 감사했었다. 삶에 첫 걸음을 주신 하나님이 수민이의 삶의 곳곳을 인도하셔서 너를 통해 생명의 물이 흘러가길 소원 "주님 너를 항상 인도하시리, 메마른 땅에서도 너를 만족시키리 너는 물댄동산같겠고 마르지샘같으리
참 좋으신 하나님이십니다. 강도사님. 어린 시절 말씀 암송한 것을 가지고 이렇게 큰 복으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