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에 대해 알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요하네스 크라우제’는 독일 고인류 DNA 연구자로,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유전학 박사가 된 뒤, 튀빙겐대학 고고유전학 및 고유전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다른 한 명인 ‘토마스 트라페’는 독일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로 주로 정치·보건·과학분야 기사를 쓴다고 하는데, 이 둘은 이미 공저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호모 에릭투스의 유전자 여행》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고 한다.
〈호모 에릭투스(직립보행 인간)〉와 〈호모 사피엔스(이성적 인간)〉는 들어봐서도 제목인 〈호모 히브리스〉는 처음 듣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로 ‘지나친 오만과 자신에 대한 맹목적 과신’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을 히브리스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존재보다 자신의 이성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를 전지전능하다고 믿으면서도 자기 파괴적 충동에 사로잡혀 팽창하고, 소비하고, 정복하고, 고갈시키는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글로벌 팬데믹, 인구팽창, 전쟁 등 지금 맞이하고 있는 여러 위험은 스스로의 행위가 남긴 파편들로 인류는 눈부신 진화의 역사를 헤쳐왔으나, 이제 처음으로 한계에 부딪혔다고 본다. 인간은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일궈온 성공적인 진화의 희생양이 되고 말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저자들이 인류의 진화사를 살핀다.
진화사 관점에서 보면 현생인류는 그저 찰라의 순간에 탄생했는데도, 그 짧은 순간에 대륙을 정복하고 북극과 사막을 횡단하고, 동식물을 지배해 왔는데 이것은 끝없는 승승장구가 아닌 후퇴와 실패를 거듭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진화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인류 생존과 멸망이 떠오르는 과제가 되고 있으며, 그 과제를 인류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고 묻고 답한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제1장, 실험적 인간]
2010년 스웨덴 유전학자로 독일 라이프치히 MPI(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소장 ‘스반테 페보’박사는 약 4만 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 연구하고, 그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밝혀진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지 않았고, 사하라사막 이북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초기 현생인류가 전 세계로 흩어질 때, 이미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MPI가 세계적이고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바로 그 네안데르탈인 여성 게놈의 완전한 해독과 데니소바인의 DNA를 분석한 덕분이었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 계통에서 갈라져 나와, 지금으로부터 5만 년 전까지 일부 아시아에서 네안데르탈인이나 현생인류와 함께 살았던 인류를 말한다. 데니소바인은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등 현대인에게도 혼적을 남겼으며, 이들의 게놈 중 약 5%가 데니소바인의 그것과 일치한다.
700만 년 전(600만 년 전이라는 학자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침팬지와 그 외 모든 인류 종의 유전자 차이는 없고, 마지막 공통 조상만 남는다. 그리고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60만 년 전에 살았고, 약 50만 년 전에 갈라졌다. 이것을 알게 된 것은 고고유전학 덕분으로 모든 인간의 게놈에는 혼혈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미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등 인류 종의 뇌와 현생인류의 뇌 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네안데르탈인과 분화된 이후 우리 조상들의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그 덕분에 현재의 우리가 탄생했다. 뇌의 순질량은 크게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학설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현생인류의 뇌보다 오히려 평균 250g 정도 더 무거웠다.
현생인류는 인류사 진화의 흔적을 남겼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사소한 우연일까? 아니면 오류의 흔적이거나 우리가 그저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는 막다른 골목일까? 우리 안의 무엇이 결정적인 순간에 네안데르탈인클론을 조수석에 앉혀놓게 충동질한 것일까? 철저히 전형적인 고고유전학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지 모른다. 지구 북반부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이 지역을 정복했던 시대에 보헤미아의 숲 어딘가, 지금의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간 한 여인이 있었다. 절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몰락을 처음 예고한 그 여인이, 옛날 체코 여인이 현재 분석된 게놈 중 가장 오래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앞으로 돌아가 책 서문을 본다. “2020년대는 그렇게 출발했다. 우리는 이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다려봐야 한다. 20세기 첫 30년 동안은 전쟁, 이데올로기, 혁명, 경제 공항, 팬데믹이 인류를 뒤흔들었다. 100년 후인 지금도 불길한 조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1세기 초 발생한 9.11테러는 정치적 갈등이 끝나는 세계가 올 것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품어왔던 꿈을 무참히 짓밟았고, 극적 긴장감 속에서 더 심각한 위기가 잇달아 발생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 IS 테러가 기승을 부리던 날들, 전 세계적인 난민이 쇄도하고, 자기 회의와 붕괴 현상에 빠진 민주주의,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자신의 생존 기반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내 뒷전으로 밀려났고, 의지도 목표도 없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3년이 넘도록 전 세계를 마비시켜 사회적 삶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살아남아야 하는 시간과 생존 자체가 무너질까 두려워하는 시간이었다. 인류는 제대로 몸살을 앓았다. 통증은 아스피린 몇 알, 타이레놀 몇 알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문명 창조의 주인공이 다른 유인원이 아니고, 우리 인간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시작부터 특별했던 고고유전학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 연구는 현생인류의 뇌를 들여다보지 않고, 작은 뇌를 바탕을 두고 시작한다. 수천 년 전 만물의 영장과 경주에서 2등을 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屬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그 주인이다.”
[제2장, 굶주림] - 이하 붙임
모아이 석상
조몬토기 -일본
빗살무틔토기 -한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