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이 참 좋다! -- 순창 귀농귀촌봄날축제
순창이 참 좋다! 흙집이 참 좋다! 귀농하는 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 관리이다. 농촌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집 난방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려면 아무래도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기에 집을 짓거나 수리할 때 난방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겨울이면 찬바람이 씽씽 불어 시베리아 벌판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방벽이나 문틈으로 찬바람은 가차없이 침입한다. 이를 막아야 겨울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시골에서 어느 정도 기름보일러를 가동하면 월 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농촌 살림살이 어려움에 주름이 조금 펴질 수 있다.
집을 지을 때 비싼 보온재인 단열재를 쓰면 당연히 난방이 잘 된다. 하지만 집을 짓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정작 농사를 짓는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단열재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모두 기름을 가공해서 만든 화학재료이다.
친환경적이면서 단열에 우수한 재료를 쓰면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지을 수가 있다. 친환경적이면서 우수한 단열재는 뭘까. 농촌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볏짚이다. 볏짚은 통풍성도 좋고 단열에도 우수하다. 그래서 예부터 흙벽에 볏짚을 섞어서 썼다. 초가집은 지붕에 볏짚을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북풍한설, 그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거기에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넣으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벼를 도정하고 남는 찌꺼기는 왕겨이다. 이 왕겨가 우수한 단열재이다. 그냥 왕겨만을 사용할 때는 습기에 약해 곰팡이가 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이 왕겨를 불에 태운다. 그러면 왕겨숯이 탄생한다. 훈탄이라고도 한다. 이 왕겨숯은 참나무 숯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습도조절에 탁월하다. 방안에 나돌아다니는 유해물질을 흡수하는 기능도 좋다. 거기에 스티로폴 못지않은 우수한 단열 효과를 발휘한다. 한가지 더 장점을 꼽으라면 농촌에 많은 방충에 효과가 좋고, 곰팡이 등이 피는 것을 방지한다. 이 왕겨숯은 이미 한옥이나 생태건축에서 검증이 끝난 재료이다.
훈탄을 만드는 과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드럼통 밑에 구멍을 뚫는다. 그 뚫어진 구멍에 깡통을 엎어 놓는다. 이 깡통 위에 여러 개의 열 십자나 한 일자로 그라인더로 칼집을 내준다. 이 위에 볏짚에다 불을 지펴 놓는다. 불이 타오르면 그 위에 왕겨를 넣는다. 왕겨에 불이 붙으면 왕겨의 양을 더 넣는다. 이렇게 해서 왕겨를 드럼통에 가득 채운다. 시간이 지나 왕겨가 점점 타들어 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데 이때 왕겨를 더 넣는다. 왕겨가 잘 타도록 삽을 이용해서 저어주면 된다. 왕겨가 모두 타면 왕겨의 형태가 유지될 수 있게 물을 부어 불을 끄면 된다. 그 위에 흙을 끼얹어 불을 꺼도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게 바로 왕겨숯인 훈탄이다.
이 두가지 재료가 준비되면 집짓기는 시작된 것이다. 집벽의 틀을 짜고 그 사이에 볏짚을 넣는다. 볏짚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압축을 해서 넣어야 단열재의 효과가 크다. 사실, 짚의 단열 효과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단열재 만큼이나 우수하다. 이렇게 볏집을 사용한 집을 압축볏단집이라고 한다.
이렇게 볏짚이 넣어진 벽이 완성되면 벽에다 바를 흙을 준비한다. 집을 짓는데 조금 많은 흙이 들어가므로 집 주위에서 흙을 구하는 게 좋다. 황토가 좋다고 멀리서 구하다가는 비용이 배 보다 배꼽일 수 있다. 짚 주위에서 흙을 파낼 수 있는 곳을 찾으면 겉흙을 먼저 걷어낸다. 겉흙은 낙엽, 부엽토, 비료, 미생물 등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어 적당하지가 않다. 조금 깊게 파 내려가면 흙의 속살이 나온다. 이 속흙을 가지고 벽을 만든다. 일반 흙을 얼레로 쳐보면 모래, 작은 자갈 등 무수히 많은 물질들이 섞여 있음을 보게 된다. 그래서 속흙을 얼레로 쳐서 될 수 있으면 순수한 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집지을 곳 주위에 황토가 지천이라면 땡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흙이 준비되면 흙하고 반죽해야할 모래가 준비되어야 한다. 모래는 그냥 강모래를 퍼 나를 수가 없으므로 사야할 것이다. 이렇게 흙과 모래가 준비되면 볏짚을 잘게 썰어 놓아야 한다.
그 다음 흙, 모래, 볏짚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해야 한다. 흙 모래 1:1, 흙 모래 1:2. 흙 모래 1:3 등이 좋은 지는 집 짓는 곳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집 주변의 흙에 모래가 많이 섞어 있으면 모래를 적게 넣는 것이 좋다. 이렇게 비율 배합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잘못 배합한 흙으로 벽에다 미장을 하게 되면 쩍쩍 갈라지는 불상사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배합을 한다면 십중팔구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먼저 여러 개의 배합 비율을 만들어서 벽에다 실험을 해야 한다. 이틀이 지나서 벽이 다 말랐는데도 벽이 갈라지지 않으면 아주 적당한 배합이다. 이 배합으로 흙, 모래, 볏짚을 떡 버무리듯 버물러서 벽에다 바르면 된다. 찰떡처럼 찰지게 반죽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어느 세월에 그 많은 흙을 반죽하냐고 묻는다면 반죽기계를 사용하면 된다. 밀가루 반죽기계를 좀더 크게 만든 반죽기계를 돌려 반죽하면 금방 해치울 수 있다. 그렇게 반죽이 다 되면 하루 정도 묶혀둘 필요가 있다. 흙반죽이 숙성이 되는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뭐든지 숙성이 좋다. 묵은 장맛이 백년을 간다.
참, 볏짚 혼합에 아까 드럼통으로 만든 왕겨숯, 탄훈을 섞는 것도 좋다. 탄훈을 섞으면 흙의 제습, 가습, 탈취 등의 기능이 더 강해지고 축열 효과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볏짚을 섞을 때 탄훈을 섞어도 좋다. 그것은 집짓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탄훈을 만드는게 번거로우면 그냥 볏짚만 쓰면 된다. 그런데 보다 집을 쾌적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탄훈을 섞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렇게 흙반죽이 끝나면 그걸 벽에다 척 하니 붙이면 된다. 큰 탄환이나 공처럼 뭉쳐 벽에다 탁 쳐서 붙이면 그 탄력으로 바로 붙는다. 기둥이나 문틈에는 모기장 같은 그물망을 쓴다. 왜냐하면 흙이 굳으면서 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문과 벽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그러면 그 사이로 천군만마의 힘을 얻은 찬바람이 밀려들게 된다. 모기장이나 그물망을 대고 붙이면 틈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벽 전체를 붙이고 깔끔하게 미장으로 마무리를 하면 벽이 완성이 된다. 집안이나 집밖의 벽들도 사용된다. 집 밖의 벽에는 석회 가루를 첨가하면 빗물에 흙벽이 씻겨내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냥 흙벽으로만 했다가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 해마다 다시 보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석회가루를 섞어 반죽으로 사용하면 된다.
흙으로 집짓기에 성공하면 수많은 장점이 있다. 집 내장재, 외장재가 모두 흙으로만 된 덕에 안으로 들어서면 흙냄새가 은은하게 새어나와 산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황토흙을 사용하면 원적외선이 나와 치료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흙의 성질 때문에 한여름에도 문을 닫아놓으면 에어컨을 켠 듯 시원하다. 저절로 에어컨을 켜는 전기료가 절감된다. 반대로 겨울에는 아주 따듯하다. 난방비 절감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흙이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장마철에도 집안이 눅눅하지 않고 보송보송하다. 흙벽은 마치 아기 피부처럼 보송보송한 효과가 있다.
이러한 흙집은 우리 조상들 대부분이 쓰던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집들은 초가집, 제주도 초가집, 기와집, 너와집, 울릉도 투막집, 귀틀집, 방틀집, 목채집, 틀목집, 화통집, 굴피집, 까치구멍집, 움집, 토담집, 샛집 등이 있다. 이들 집들 모두 흙으로 벽을 발랐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기에 겨울에 별다른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이 농촌을 거세게 핥고 지나가면서 흙벽을 모두 헐어내고 그 자리에 날림으로 만들어진 블록 벽돌들을 설치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불록 벽돌 사이로 세찬 바람이 밀려들었다. 덕분에 난방비는 울울창창 높아만 갔다. 이제 새마을 이전의 흙벽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걸 '생태적 패시브 하우스'라고 부른다. 패시브 하우스란 에너지 제로라는 완벽한 집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열이 어떻게 새어나가고 있는 지를 진단하는 것은 열화상기가 있으면 된다. 열화상기로 사진을 찍으면 열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다. 보통 천정 16%, 창 12.5%, 외벽 44.2%, 바닥 13%, 문 0.9% 정도이다. 이를 잘 단속하면 빠져나가는 열을 집안에 가둬놓을 수 있다. 압축볏단집, 흙다짐공법으로 집을 지을 경우 40~50%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창으로 열이 빠져나가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유리창이 대세가 아니라 우리 전통 창호를 바르면 된다. 통풍도 되고 단열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흙집 짓기가 완성이 되면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흙건축연구소 살림 소장 김석균 : 010-4006-5628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earthist21/
첫댓글 맨 아래 사진은 여생 조합원 뚜란님입니다.
참, 아름다운 님도 활짝 웃고 계시는군요.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아름다운님 웃음, 진짜 아름답습니다! ^^
(포착이 예술!!)
흙칠을 하고 두팔을 벌리고 있는 분은 여생 감사님인 전희식 선생님입니다. 이번 축제의 운영위원장을 맡으셨지요.
한선생님 흙집에 대해 언제 이렇게 꼼꼼하게 취재를 하셨답니까! ^^ 과연 '레알 프레스' !
흙집 전시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생하신 전문가 김석균대표께서 이 기사 보시면 무척 기뻐하시고 보람 느끼시겠습니다. 순창군 관계자들 또한 마찬가지로요....ㅎㅎㅎ 고맙습니다. 덕분에 고생해가며 치른 의미있는 작업들이 훌륭한 기록으로 보존될 것입니다. (참고로....^^; 전희식감사님은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의 운영위원장이시고 제가 이번 축제의 준비위원장을 맡았었습니다. )
직접 시범을 보이시는 분이 바로 김석균 소장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