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야(夜)하다'. 센트럴의 빌딩들은 심포니 선율에 맞춰 화려한 장식등을 켰다. 최대 규모의 쇼핑몰 하버시티는 '설국열차'를 타고 온 핀란드 요정 '무민'과 함께 성탄 축제를 준비했다. 소호 지역의 재기발랄한 식당과 바는 별 장식의 조명등을 일제히 점등하면서 한껏 후끈해졌다. 덩달아 홍콩 최대 위락시설 오션파크도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남국의 성탄을 예고했다. 홍콩관광청 초청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의 기적을 막 울린 홍콩에 다녀왔다.
■아빠, 힘내세요 '못 말리는 어린 양, 숀'이 도대체 몇 마리야? 홍콩 하버시티 오션터미널 G층(그라운드 층·주로 1층)에는 영국의 인기 캐릭터 '어린 양 숀'이 앙증맞게 산타 모자를 쓰고 앉아 있다. 각각 다른 색깔의 숀이 무려 30마리. 이곳은 어린이 용품 전문 매장인 키즈 구역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1천 홍콩달러(14만 원) 이상을 구매하면 한정판 숀 달력을 40홍콩달러(5천600원)에 살 수 있다. 달력 판매 대금은 전액 홍콩 혈액암 기금으로 쓰인다. 키즈 구역엔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와 구찌 등의 아동 전용 매장이 즐비하다. 아빠들 지갑 좀 얇아지게 생겼다.
심포니 선율에 맞춰 화려한 장식등 'ON'
매일 밤 8시 오로라 빛 레이저쇼 볼거리
소호의 떠오르는 랜드마크 '예술공간 PMQ'
한적한 어촌 원한다면 란타우 섬 가 볼 만 하버시티는 홍콩 최대 쇼핑몰답게 '신상'을 많이 론칭한다.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쇼핑에 지친 사람을 겨냥한 하이 티(High Tea) 전문 카페도 매력적이다. 하이 티는 영국 사람들의 오후 간식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랑스 유명 제과 브랜드 달로와요의 하이 티(2인 세트 536홍콩달러)는 달콤함과 형언할 수 없는 맛을 지녔다. 1682년 시작된 300년 이상된 손맛일까.
아이들은 놀이공원이 좋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에버랜드'로 여겨지는 오션파크는 대형 해양수족관이 특징. 이미 산타 복장을 한 다이버들이 유영하기 시작했고, 오션파크를 축소해 놓은 실내 크리스마스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살아 있는 '크리스마스 요정'이 캔디 숍에서 춤추고, 아이들과 사진도 함께 찍는다.
겨울을 맞은 팬더는 대나무잎을 뜯어 먹으며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오션파크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유독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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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파크의 크리스마스 꼬마 요정. |
■홍콩은 항구다
빅토리아만을 사이에 두고 주룽반도와 홍콩섬의 야경은 쌍벽을 이룬다. 특히 주룽반도 침사추이에서 바라보는 홍콩섬의 야경은 최고. 레이저 쇼가 진행되는 오후 8시부터 약 14분 동안은 하늘이 온통 빛의 향연이다. 연인들은 교향곡을 들으며 사랑을 속삭이고, 관광객들은 오로라 빛 레이저 쇼에 넋을 잃는다. 홍콩의 명물인 레이저 쇼는 지난 2004년 사스 발생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자 홍콩관광청이 내놓은 역작. 매일 밤 진행되는 쇼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각 빌딩들이 별도로 갖춘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인해 한층 더 화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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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만끽하는 홍콩의 연인들. |
홍콩섬의 남쪽에 있는 스탠리 해변은 재래시장이 유명하다. 함께 여행을 한 매일신문 김태형 기자는 이곳 스탠리 마켓에서 딸에게 줄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 300홍콩달러를 달라는 것을 250홍콩달러로 깎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한국보다 4천 원이 쌌다. '득템'했다고 좋아라 했다. 인근 리펄리 해변에는 한 노인이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홍콩은 4계절이 해수욕 시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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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거리에 있는 홍콩 재래시장. |
더 한적한 어촌을 원한다면 란타우 섬에 있는 '옹핑360'의 케이블카를 타고 타이 오 빌리지에 가야 한다. 자갈치나 기장시장에 온 듯하다. 전통 수상가옥이 즐비하다.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나무나 시멘트 기둥을 3~4m 높이로 세워 그 위에 집을 지었다. 이곳 바다는 분홍돌고래가 서식한단다.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지만 파도가 세 돌고래를 볼 수는 없었다.
인근 타이오 헤리티지 호텔은 말 그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영국이 지배하던 당시 국경수비대 겸 경찰관서였는데 호텔로 개조했다.
섬과 반도를 오가는 페리를 타고 홍콩섬 센트럴로 일명 '마약 쿠키'라 불리는 제니쿠키를 사러 갔다. 서울에서 친구 최승현 씨와 자유여행을 온 문소현 씨가 벌써 두 번째 줄을 서고 있었다. "점심 먹기 전에 2통 샀고요. 또 사려고 줄 섰죠." 1인 2통만 판매하는 쿠키를 4통이나 산 두 사람은 "약간 시끄럽지만 무척 재미있는 곳이네요. 홍콩!"하고 손을 흔들었다.
■홍콩의 밤은 야해 홍콩의 밤은 여행자의 숙소 '란콰이퐁 호텔'에서 시작된다. 호텔은 소호 지역의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질 뿐아니라, 객실마다 스마트폰을 대여해 준다. 스마트폰은 시내 여행을 할 때 이동식 와이파이가 되는 셈. 덕분에 여행 내내 이메일과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SNS 문자에 시달려야 했지만, 무척 유용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PMQ(기혼경찰사택·Police Married Quarters)는 10년간 비어 있다가 예술 창작 공간이 된 곳. 소호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다.
영국의 마지막 총독이 홍콩을 떠나기 전에 들러 사 먹었다고 하는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 타르트를 먹었다. 노란 빵이 정겹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영국식 디너를 한다는 소호의 스텐톤스 와인 바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인 정통 영국식 크리스마스 디너(300홍콩달러 선)가 깔끔하다.
소호의 '불금'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젊은이들로 흥청댄다. 술을 좀체 먹지 않고, 잘 취하지도 않는 홍콩인들이지만, 불금의 소호 거리에 가면 만취한 이들을 볼 수 있다. 영국 유학을 다녀온 홍콩인들이 추억을 곱씹기 위해 찾는 곳도 이곳 소호란다.
젊음의 거리인 소호 못지 않게 전통 야시장도 좋다. 주룽반도의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은 각종 먹거리와 골동품, 작은 전자제품들로 빼곡하다. 내년 여름을 대비해 한껏 깎은 가격으로 탁상용 선풍기를 샀다. '야한' 홍콩의 밤을 뒤로 하는 귀국길이 무척 즐겁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녀 온 이번 홍콩 여행은 드래곤에어의 항공편을 이용했다.
드래곤에어는 캐세이패시픽의 자매 회사로 한국지사는 부산에 있다. 지난 2007년 1월 부산∼홍콩 노선 취항 때 한국지사가 설립되었고 현재 부산~홍콩을 매일 운항 중이다.
한국인 승무원과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죽을 제공하는 등 한국화 마케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면 당일 오전 10시 30분에 홍콩에 도착하며, 홍콩에서는 오전 2시 30분 출발하는 비행기가 부산 김해국제공항에는 오전 6시 40분 도착한다. 1시간의 시차 때문이다.
항공권 구매 사항은 캐세이패시픽 홈페이지(www.cathaypacific.com/kr)와 예약부(1644-8003)에서 알아볼 수 있다.
쇼핑 천국, 홍콩은 대폭 할인된 가격과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 보기 힘든 특별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
홍콩 최대 쇼핑 몰인 하버시티는 스텔라 맥카트니 키드 매장을 올해 처음 열었다. 겨울왕국 핀란드의 하마를 닮은 요정 '무민' 캐릭터 상품도 하버시티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무민은 너무 귀여워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겨울 요정으로 쇼핑객들을 부르고 있다.
이탈리아 여성 스키니 전문 브랜드인 칼지도니아의 일부 제품 등 홍콩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품'은 홍콩 여행의 또다른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홍콩 관광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홍콩관광청 한국홈페이지(www.discoverhongkong.com/kr)를 통하면 된다. 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