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진평초등학교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
· 일시 : 7월 17일(수) 13시 50분 ~ 14시 30분
· 장소 : 진평초등학교 도서관
· 활동가 : 김경민
· 기록자 : 신은영
· 참여 어린이 : 3, 4학년 어린이 9명
· 읽은 쪽수 : 처음 ~ 끝까지
1시 30분 쯤 도서관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지애 혼자만 사서 선생님을 도와 연체도서 안내장을 정리하고 있다.
하나 둘씩 아이들이 들어오고 책 읽을 준비를 하는데 그동안 열심히 참석했던 세 친구가 갑자기 빠져서 아쉽다.
오늘은 아이들이 선택한 마지막 책인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를 읽는다.
예정대로 김경민 활동가가 읽기로 했다.
활동가 : '앵그리 병두' 많이 기다리지 않았나?
아이들 : 아니요~~
또 다른 아이들 : 네~~ 많이 기다렸어요~~
활동가 : 엄청 짧아.
아이들 : 엄청 짧아요? 그럼 애기들이 읽는 도리도리책이예요?
활동가 : 아니, 그건 아니야. 30분 정도 읽으면 끝날 것 같아.
<하나, 병두가 뿔났다!>
산타 할아버지가 매번 병두네 집을 빠뜨렸다는 대목에서 "나쁜 산타 할아버지다!" 하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누나와 아빠 , 꽃할매 이야기만 계속 나오니까 한 친구가 "엄마는요? 엄마는 왜 안나와요?" 한다.
꽃할매가 산타 할아버지를 흉보면서 "우리 그 영감탱이한테 복수할까?" 하자 아이들 중 한 명이 냉큼 "네!" 하고 대답한다.
"자기 집에 핵폭탄을 설치해서 복수하면 좋겠어요." 하는 친구도 있다.
한 친구가 예전에 산타 할아버지가 너무 궁금해서 걸려 넘어지라고 투명 테이프를 묶어 놓았는데 엄마가 대신 걸려 넘어져서 다리를 다쳐 병원에 간 적이 있다고 말하자, 다른 아이가 "넌 불효자야 불효자" 라고 한다.
옥상에 있는 할머니의 꽃밭 그림이 나오자 활동가 가까이에 앉아있던 친구들이 "여기가 꽃밭이예요?" 하고 묻는다.
<둘, 산타에게 복수하기>
독이 있는 물을 마시고 산타가 죽을 수도 있다는 문장을 읽자, "헉!" 하고 놀라는 아이가 있다.
"아, 제발 죽어라"
"야, 죽이면 경찰서 잡혀가야 돼"
"근데요 선생님, 저 산타 마을이라고 저 네이버에서 봤는데 진짜 있어요."
"가짜야."
"아니야. 진짜 수염 같은 거 기르고 막 한다고 들었어요."
"근데 선생님 산타 그거 부모님 아닌가요?"
"야! 동심 파괴하지 마"
"전 세 살 때 동심을 잃었어요. 엄마 아빠가 선물 놓는 걸 봤어요."
누나가 "사람이 죽으면 정말 별이 돼요?" 라고 묻는 문장을 읽자 한 친구가 "엄마가 죽었나 보다" 한다.
누나가 떨어진 고추를 주워 가마솥에 넣다가 꽃할매와 눈이 마주치자 누나의 볼이 발그레해졌다는 부분을 읽다가 활동가가 "왜 발그레해졌을까" 묻는다.
"할머니랑 친해져서요."
"떨어진 걸 줍는 걸 할머니가 봐서요."
"내 비밀을 들켜서..."
"우리 둘만의 비빌이예요, 이런 뜻 아닌가?"
"그림을 보니 누나가 아니라 병두 얼굴이 발그레하네요."
할매와 아이들이 매콤한 연기를 날리자 멀리서 재채기 소리와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나는 장면.
"누가 재채기를 했을까?"
"경찰"
"하느님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빠, 아빠!"
"만약 진짜 할아버지가 기침하고 코 훌쩍거리면 다른 집에 들어갈 때 다 들킬텐데..."
"집집마다 연기가 들어가서 다른 집 사람들이 기침하는 거 아닐까요?"
"근데 이거 동심파괴 책 같아요. 동생들 보여주면 안되겠어요. 산타 할아버지한테 복수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 줘요."
<셋, 꽃할매의 기막힌 선물>
"세 번째, 마지막 장"
"벌써 마지막이예요?"
"지금 몇 쪽인데요?"
"52쪽"
"전부 어디까지 있어요?"
"65쪽"
할매가 자두에게 쌀을 가져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자두? 자두가 누구였지?" 한 친구가 묻는다.
또 다른 친구가 "자두? 앵두의 누나" 라고 답한다.
"앵두? 병두의 누나잖아" 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자, 처음에 물었던 아이가 "아~~ 병두, 앵두, 자두, 헷갈려요."라고 한다.
꽃할매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궁둥이에 뽀뽀를 했다고 하자, "엄마 아니예요?" 한다.
아기 그림이 있는 삽화를 본 아이들이 "아, 변태~" 라고 외친다.
"아~ 남자 애기잖아요. 만약에 앞으로 보고 다리를 쫙 펴고 있으면 어쩌려고요. 거기가 다 보이잖아요. 아~~"
할매가 가마솥 뚜껑을 열면서 "귀를 막는 게 좋을 게다" 하자, "왜요? 방귀 뀌어?" "뿡!!" "눈 아니예요? 눈?" 하다가 먼저 문장을 본 친구가 "눈 맞네. 여기 '와! 눈이다!' 하고 쓰여 있어요."
다 읽고 나자 마지막 삽화를 보여달라는 친구도 있고, 이야기가 왠지 일기 같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별점>
· 5개 1명
· 4개 1명
· 3개 3명
· 3개 반 1명
· 2개 1명
· 1개 2명
<하고 싶은 한 마디>
- 재미있었고 할매가 신기했다
- 일기 같고 짧았지만 재미있었다
- 재미있었다
- 조금 짧았다
- 더 재미있고 길었으면 좋겠다
- 나도 말을 잘 들어야겠다
- 일기다, 100%
아이들이 선택한 세 작품을 전부 읽었다. 《앵그리 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는 내용이 짧아서 책을 다 읽고 별점카드를 쓰고도 시간이 남아서 오늘 참석한 친구들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 고르기'까지 받았다.
4월 초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서12번째 만남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짧은 시간 만났을 뿐이지만, 열 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의 성격이나 성향까지 읽히는 게 너무 신기하다. 아이들에게도 활동가들의 모습이 그렇게 비쳤을까. 끝인사를 나누고도 뒤를 졸졸 따라 나오더니 현관을 지나 교문 앞까지 팔짱을 끼고 따라나오는 두 친구가 있다. 오래오래 생각날 것 같다.
다음 주에는 종강 파티를 한다. 오늘 결석한 친구들까지 모두 와서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