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지우개
황베드로
내 맘속에
지우개 하나 챙겨놓았지.
섭섭하게 들린 말
가지려는 욕심
미루지 않고
싹싹 지우려고
내 맘속에
지우개 하나
꽁꽁
챙겨놓았지.
이 시에서 핵심 시어는 무엇일까요? 맞아요. 그것은 지우개이어요.
그럼 지우개는 어떨 때 쓸까요? 잘못 쓰거나 틀린 글씨를 지울 때 사용하지요.
시인은 마음속에 꽁꽁 지우개 하나 챙겨놓았다고 해요.
이때 지우개를 ‘넣어놓았다’ 하지 않고 ‘챙겨놓았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의지를 갖고 한 행동이라는 의미이지요.
시인이 이처럼 마음 속에 지우개 하나 챙겨놓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섭섭하게 들린 말”과 “가지려는 욕심”을 지우기 위해서라고 해요.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섭섭한 생각이 들 때가 있고,
친구가 가진 것을 갖고 싶을 때도 많아요. 이때 이런 마음을 얼른 지워버리려고
지우개를 준비해 놓았다는 거예요.
잘못된 일이 있으면 흔히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를 쓴 분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갖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기에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시지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황베드로 수녀님은 동시집 ‘달마당 우물’(2023)과 동시전집 ‘고향 마을’(2018) 등을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