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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감성적 음료예요. 감성이 들어가는 순간 비로소 완성되죠. 커피업에서 로봇은 협업의 객체이지, 결코 인력을 통째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사람이 빠진 채 로봇이 전적으로 커피를 내린다면 그건 자판기나 다를 게 없죠."
로봇이 내린 커피의 맛은 과연 어떨까. 황 대표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더 맛있다'고 한다.
"행복한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바리스타 로봇을 보면 일단 사람들은 신기하고 즐거워해요. 그 상테에서 마시니 더 맛있을 수밖에요. 또 로봇 등은 과학 기술은 궁극적으로 이 공간의 본질인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더 맛있게 내리기 위해 로봇을 채용했으니 더 맛 있어야죠."
황 대표의 말에 김동진 로스터도 공감한다.
"드립커피를 잘 내릴 때까지 오랜 숙련 기간이 필요해요. 전문가일지라도 순간의 감정이 커피 맛을 좌우할 수 있고요. 반면 바리스타 로봇을 보세요. 신입이지만 제가 기본값을 입력한 만큼 저와 못지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일정하게 내릴 수도 있죠."
백문이 불여일음. 바리스타 로봇에게 커피를 맡겨봤다.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부어 린싱하더니 직원에게 건네받은 원두를 탈탈 털어 넣은 후 주전자를 들고 물을 따랐다. 그 동작이 어찌나 능수능란한 지 수십 년 해본 솜씨 같다. 커피 맛도 수준급이었다. 향과 맛이 다차원적이라고 할까. 그럴 법도 하다. 전문 로스터가 볶은 고품질의 스페설티 원두를 로봇이 입력된 값대로 한치의 오차 없이 내렸으니까.
KT가 새로운 요금제를 홍보하기 위해 문 연 'ON식당'은 초당 1.98원에 음식을 무제한 제공한다는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을 로봇이 이미 반조리된 호떡을 불판에 올려 뒤집기만 해도 즐거워했다. 한편, 라운지엑스에는 시식 빵을 들고 테이블을 도는 '팡셔틀' 서빙 로봇이 근무 중이다. 곧 피자가 출시되면 이를 서빙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외식업에서 로봇은 진입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 경제성, 기능성보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인식된다. 중국의 하이디라오처럼 로봇을 중심으로 주방을 아예 개편한 경우도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과연 당장 경제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푸드테크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스마트 식당 '스파이스(Spyce)'는 다양한 국적의 밥과 국수 요리를 로봇 주방장이 선보이는데, 이때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 MIT 공대생들이 개발한 원통형의 웍 로봇은 3분만에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 미쉐린 스타 셰프가 메뉴를 잡고 로봇 주방장이 인건비와 조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스파이스는 7.6달러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라운지랩이 운영하는 '산방돼지'는 단순히 조리 과정의 기계화를 넘어 인공지능을 접목했다. AI 에이징 룸이 바로 그것. 지금은 전국의 축산 장인이 숙성한 고기를 받아쓰지만, 그들의 에이징 기술을 분석한 AI가 머지 않아 스스로 고기를 숙성하리라고 황 대표는 기대한다. 영국의 ABI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은 2015년 9500만 달러에서 내년 10억 달러로 5년 새 10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만간 우리 일상에서 로봇이 파전을 굽고 치킨을 튀기며 파스타를 볶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이주연님의 글을 발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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