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59) 동오의 영매(令妹: 손상향) 귀환 계략
손권이 여몽을 수군 부도독으로 임명한 데는 젊은 장수들의 혈기를 이용하여 형주를 취하려 함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모후(母侯)가 아끼는 딸이자 자신의 누이인 상향이 형주에 있으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는 섣불리 군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권이 그 일로 인해 혼자 걱정에 잠겨 있노라니까, 장소(張昭)가 와서 말한다.
"주공의 뜻대로 형주를 취하려면 먼저, 상향 아가씨를 시상으로 불러들일 방법을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형주 공격을 시작한다면 국태(國太)께서는 크게 꾸지람을 하실 것입니다.
"누이를 불러들일 방도는 없겠소 ?"
"좋은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어떤 방도요 ?"
"장수 한 사람에게 군사를 백 여명 주어서 형주로 밀서를 보내되, 어머님 병환이 위독하시다고 하고, 아가씨를 오시도록 하십시오. 그때 영매(令妹)께서 유비의 외아들 아두(阿斗)를 데리고 오시기만 한다면, 우리는 아두를 인질(人質)로 붙잡아 두면 됩니다. 그때에는 애써 형주를 공격하지 아니하고도 형주와 아두를 교환하자고 교섭하면 될 것입니다."
"음 ... 그거 과연 명안이오. 그러면 그 일을 잘 할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소?"
"주선(周善)이 적임이옵니다."
"그러면 주선을 곧 부르시오."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즉석에서 주선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밀서를 써 주면서, 이튼날 아침에 길을 떠나도록 명하였다. 밀명을 받은 주선은 백 여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형주땅 지척에 이르자, 일부는 국경 부근에 대기시키고, 핵심 수행원은 제각기 장사꾼으로 가장한 뒤, 몸에는 무기를 감추고 속속 형주성으로 잠입하였다.
이렇게 형주에 도착한 주선은 손 부인을 만나,
"부인, 태부인의 서신입니다."
하고, 말하며, 밀서를 내밀었다. 그러자 상향은 의문에 싸인 어조로,
"태부인의 서신이라면 떳떳하게 가져오면 될 것인데, 어째서 남 몰래 은밀히 가져온 것이오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선이 아뢴다.
"그런게 아닙니다. 태부인께서 서신을 세 번이나 보내셨지만, 아가씨로부터 답신이 없자, 아가씨께선 틀림없이 서신을 못 보신거라 짐작하신 겁니다."
"뭐요 ? 서신을 세 번이나요 ?"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죠 ?"
"하 !...위독하십니다. 의원 말로는 아마..."
"아마, 뭐죠 ?..."
상향은 주선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란 눈으로 대답을 재촉하였다.
"올 가을을 못 넘기신답니다. 태부인께서 한번 만이라도 뵙고 싶다고 하시면서...."
상향은 그 말을 듣자, 주선에게 다가가서 서신을 빼앗다시피 받아들어 펼쳐 본다. 그리고,
"하 !... 병환이 이리 중하신데, 모두들 나를 속여왔다구 ?...당장 가야겠어요."
상향은 자신의 모친이 위독하다는 서신을 세 차례나 보냈지만, 형주에서 이를 자신에게 보여주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여봐라 ! 당장 제갈양을 불러와라 !"
하고, 화가 동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주선은 상향과 밖을 향하여 제제의 손짓을 해보인다.
"잠깐... 부인 ! ...절대 안됩니다. 제갈양이 태부인의 서신을 보게 되면, 아마, 부인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나는 유비의 아내이고, 제갈양은 그의 수하요. 어머니가 위독해 가겠다는데 어찌 막겠소 ?"
"아닙니다. 제갈양은 간사해서, 강제로 막지는 않아도 황숙의 동의없이 자신이 결정하지 못한다고 구실을 댈 것입니다. 황숙은 서천에 가 있으니, 서신이 오가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릴 텐데, 그러면 태부인을 못 뵙게 됩니다. 떠나시려면 은밀히 지금 떠나십시오. 수행할 군사들도 변장시켜, 마차 한 대와 함께 성내로 들어왔으며 국경에는 호위병사들까지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주선... 어머니 병세가 정말 심한가요 ? 거짓이면 안됩니다."
"하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 태부인께서 극심하게 야위셨습니다. 사흘에 한 끼도 못 드십니다."
"하 !... 하 !..."
상향이 혹시나 자신을 시상에 불러들이려는 동오의 계략인가 ? 생각되는 바가 있어, 주선에게 다그쳐 물었으나, 오히려 주선은 두 손을 맞잡고 상향의 앞에 부복하며 이렇게 아뢰니, 상향으로서는 어머니 위독 소식에 그만 넋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선 채로 흐느낀다.
"세상에 !.... 어머니 !...."
"부인, 고정하십시오. 주변 신료들이 듣게 되면 제갈양에게 들어가게 됩니다."
"알았어요. 그러면 서신 하나만 남기고 곧바로 떠나요."
상향은 즉석에서 한 장의 서신을 남기고 주선을 따라 형주성을 나와 시상으로 행했다.
얼마 뒤, 상향의 서신은 공명에게 보고되었다.
"군사, 반 나절 전에 부인께서 이 서신을 남기고 도련님과 함께 성밖으로 나가셨다고 합니다."
"어 ? 어디..."
급히 서신을 풀어 본 공명의 얼굴이 근심에 휩싸인다. 그리고 즉시,
"장군부에 누가 있나 ?"
하고, 물었다.
"조 장군이 잠시전에 순찰을 돌고 들어오셨습니다."
"어서 불러와라 !"
공명의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
...
한편, 성밖을 나온 주선은 상향과 아두가 타고있는 마차를 전속력으로 달리게 하였다.
마차가 형주성을 멀찍이 벗어나니, 백여명에 이르는 무장한 동오의 호위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을 호위하거라 !"
명령일하,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이 마차를 전후 좌우로 에워싸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얼마를 달리기 시작한 뒤,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마차를 멈추어라 ! 나는 조운이다 ! 멈추어라 !"
주선이 그 소리를 듣자, 뒤를 돌아다 본 뒤,수행원에게 명한다.
"너희들은 부인을 모시고 계속 가라 ! 여긴 내가 맡겠다 !"
"알겠습니다 !"
마차는 이렇게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고, 주선은 따르는 군사에게 명한다.
"조운을 막아라 !"
장창이 조자룡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막아섰다.
"막는 자는 죽음뿐이다 !"
조자룡은 상대로 나오는 병사가 동오 병사의 군복과 무장을 한 것과 함께, 공격의 형태를 갖추자 달려오며 소리쳤다.
"조운을 죽여라 !"
주선이 칼을 빼어 들고 소리쳤다.
"와아 !..."
동오의 병사들이 달려오는 조자룡을 향하여 창 끝을 겨누고 돌진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조자룡의 적수가 못 되었다. 조자룡은 일거에 길을 막는 동오의 병사들을 베어버리고 마차가 달리는 뒤를 쫒았다. 그리하여 장창을 달리는 마차 앞으로 집어 던지니, 놀란 말이 멈추는 바람에 저절로 마차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였다. 그 순간 상향의 측근 시종들이 마차를 에워싸며, 칼을 빼어 들고 다가오는 조자룡에 대항하기 위하여 진열을 갖추었다
마차가 불시에 멈추자, 상향이 휘장을 걷고 밖을 내다 본다.
"조운 ? 멈춰라 !"
상향은 호위 시종에게 명한 뒤에 아두를 데리고 마차에서 나왔다.
이것을 본 조자룡은 말에서 내려 상향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예를 표하며 묻는다.
"주모께서는 어디를 가십니까 ?"
"조장군, 무슨 일이오 ?"
"주모께서는 군사(軍師)에게 알리지도 않고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
조자룡은 재차 물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 하여 미처 알릴 사이도 없이 떠나는 길이오. "
"그러시다면 아두 도련님은 왜 데리고 떠나십니까 ? 도련님은 주공에 있어서나 우리 나라에 있어서나 두 분도 안 계신 귀하신 공자님이십니다. 소장이 조조의 대군과 장판교 싸움에서 적들을 물리치고 아두 도련님을 구출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 주모께서는 가시더라도 도련님을 제게 맡기고 떠나십시오."
"아두는 엄마도 없는데, 형주에 놔두면 누가 돌봄니까 ?"
"주공의 혈육이라곤 도련님 뿐이니 도련님을 어떤 경우라도 형주를 못 떠나십니다."
"조운 ? 장군은 어찌하여 가정사까지 관여합니까 ?"
상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조자룡의 대답은 보다 강경해졌다.
"소장이 가정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으나 도련님께선 형주의 안위와 유관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못 데려 가십니다."
"조운 ? 날 뭘로 보고 이러는 거요 !"
급기야 상향은 조자룡을 향하여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러나 조자룡은 전혀 기죽지 아니하고,
"용서하십시오. 제가 나중에 주공께 벌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절대 못 데려가십니다."
하고, 강경하게 대답한다.
"여봐라 !"
"옛 !"
상향이 조자룡의 대답에 크게 노하면서 측근 호위 시종을 불러댔다.
"조운을 잡아라 !"
"옛 !"
상향의 측근 시종은 이미 예전 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검술로 무장한 여무사(女武士)아니던가 ?
그녀들은 상향에 명에 따라 즉각 칼을 빼어들고 조자룡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자룡은 그녀들의 칼 끝은 피하면서 상향의 옆에 있던 아두를 순간적으로 나꿔채 품에 안았다.
그 순간 한꺼번에 자신을 향해 오던 상향 호위 시종의 칼 끝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어 엇 ?"
번개같은 조자룡의 움직임에 상향은 물론, 덤벼들던 호위 시종들이 어안이 벙벙한 때에, 아두를 품에 안은 조자룡이 검을 내리며 말한다.
"주모님, 청강검의 위력을 아실 겁니다. 저를 막으려다가 무정한 놈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그러자 조자룡의 무예 실력을 알고 있는 상향이 측근 시종에게 명한다.
"그만 하고 모두 칼을 거둬라."
그 말을 듣고 조자룡이 말한다.
"고맙습니다."
"조장군, 그럼 아두를 데려가서 주공곁에 머물도록 하세요."
상향이 이렇게 순순히 말하였다. 그 순간,
"그건 안 됩니다 ! 아두는 강동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
주선이 나서며 소리쳤다. 그러자 조자룡이 주선에게 소리친다.
"넌 누구냐 ?"
"헹 ! 나는 동오에서 온 주선이라는 장수다 ! 염려 마십시오. 저 앞이 우리 강동 관할지역 입니다."
주선은 조자룡과 상향을 번갈아 보고 말하였다. 그리고 칼을 들어 조자룡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조운 ? 너는 독 안에 든 쥐다. 도망갈 생각은 마라 !"
하고, 소리쳤다. 바로 그 순간,
"형수님 ! ~... 조카는 남기시오 ! ~..."
하는, 벼락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뒤이어 쫒아온 장비가 지르는 소리였다.
동오의 군사들은 이 순간, 달려오는 장비를 향하여 창을 겨누었다. 그리고 일동이 소리를 지르며 장비에게 달려들었다.
"이 야 !...."
"으, 윽 !...."
그러나 장비의 장팔사모는 그들을 비켜지나지 않았다. 먼저, 장비를 향해 덤벼들던 주선을 일격에 쓰러드렸다.
"횡 ~ 횡 ~..."
장비의 장팔 사모가 돌아갈 때 마다 동오의 군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장비는 곧바로 상향의 앞으로 달려왔다.
"시숙, 어찌 이리 무례합니까 ?"
상향이 걱정반 노여움 반으로 장비에게 소리쳤다.
"헹 ! 형님은 안중에도 없이, 형님 혈육까지 데리고 몰래 달아나려는 형수님이 무례하지 ! .."
하고, 장비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상향이 순간, 호위 시종의 칼을 빼앗아 자신의 목에 비껴 대었다.
"들어라 !"
"주모님, 안 됩니다 !"
조자룡이 손을 뻣어 상향을 말렸다. 그러자 장비도 놀라며,
"아니 ? 왜 이러십니까 ?"
하고, 말하니, 상향이 단호한 어조로 대꾸한다.
"어머니가 위독하셔 가는 길인데, 여기서 나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결해 버리고 말겠소 !"
"어, 엇 ?"
조자룡이 상향의 행동에 놀라며 장비를 제지한다.
"익덕, 주모님을 죽음으로 모는 건 도리가 아니오. "
마상의 장비가 그 소리를 듣고, 목소리가 누그러지며 말한다.
"형수님 ! 꼭 가시겠다고 하면, 굳이 막지는 않겠소. 형님은 황실의 황숙이니 그 점을 생각 하시고, 또, 형님의 정을 생각하시어 곧 돌아오도록 하시오. 그러나 조카는 두고 가시오. "
장비까지 나서서 이렇게 말을하니, 상향은 아두를 데리고 갈 수 없음을 깨닫고,
"가서 전하세요. 난 떠나니 부디 건강하시라고..."
하고, 말한다.
"알겠습니다."
"형수님 우린 가보겠소."
조자룡과 장비는 각각 이 말을 남기고, 아두를 데리고 말에 올랐다.
...
* 소주병이 각색하고 있는 삼국지...
이 글을 즐겨 보시는 이웃들은 아시겠지만 유비의 후취, 손부인에 대한 인물평은 이미 228편 절묘한 탈출 끝단에 써 놓았습니다. 이후로 손부인에 대한 구체적 언급과 사진이 없게 되겠기에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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