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예술에 속하기 때문에 ‘격’을 요한다. 동양시법에도 ‘격’이 약하면 그 향기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문학창작에서 ‘격’이라 하면 문학성의 향기를 의미한다. 수필이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와 이해다. 인간의 삶에 대한 미학적 해석이며 인문학적 접근이라고 하겠다. 본 심사위원은 어떤 문학적 장치를 활용해서 메시지를 미적으로 형상화할 했는가를 기준으로 심사에 임했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데’목적이 있기 때문에, 수필도 예술적 기법으로 주제가 하나의 형상으로 드러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
등대문학상에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이 한결같이 높았다. 우리 수필이 이렇게 수준이 높아진 것은 이런 등대문학상 공모 제도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응모작의 무르익은 문학적 향내는 한국수필의 건강하게 지키고 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당선작 선정에 있어서 중점을 둔 것은 제재를 통해서 주제를 겨냥했느냐 여부다. 먼저 네 편의 우수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수필의 문학적 성취는 미적 진보, 그리고 치환의 원리를 통해 문학성을 견인했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수상작 네 편은 이런 관점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우수작인 <빨간 등대>는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라는 문학의 정의에 부합할 정도로 사상과 철학 같은 정신적인 요소가 문예미학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더하여 이 수필은 등대를 제재로 하고 있어, 문학상의 제정 취지에도 적합하였다. 수필의 최대 매력은 내면풍경을 문학적으로 묘사해서 보여주는 데 있다. 작가는 반성적 성찰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서 제재인 등대를 잘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과거를 잃고 묻힐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회상을 하는 가운데서 자신을 찾아 바로 세우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등대가 주는 교훈을 자신의 삶에 빗대고 견주고 해서 얻어낸 지혜를 ‘마음에 빨간 등대를 심자’는 다짐으로 잘 승화시켜 내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빨간 등대의 의미를 발견,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서, 주제의식을 빛나게 한 것이 돋보였다. ‘입상진의’를 통해서 삶을 바로 보고 그 과정을 문학화하는 데 있어서 붉은 색을 잘 활용한 것은 당선자의 문학적 기량이 남다르다는 걸 나타낸 것이다. 제재와 철학적인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표층, 체험을 수사로 문학화하는 표층, 메시지를 자기만의 언어로 의미화하는 담론층의 치밀한 설계를 거의 완벽하게 반영한 수필의 중층구조가 가진 그 가공할만한 힘 때문에 독자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수필을 읽고 감동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