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에 한 번씩 만나는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대전에서 교육자로 은퇴를 하고 충남 논산 볕이 잘 드는 양촌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지냅니다.
글을 쓰고(시인), 글씨를 쓰는(서예) 친구입니다.
한 사람은 서울에서 교육자로 있다 정년퇴직을 하고 낚시를 즐겨하면서 도시근교에 빈 땅을 얻어(아마도 몇십 평 정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에서 일년지소계( 一年之小計)로 농사를 짓습니다.
그 중간쯤에 내가 있습니다.
거리가 먼 관계로 자주 만나지 못하고 씨앗을 파종하는 봄과 가을 걷이할 가을에 한번씩 만나 환담을 합니다.
이번 가을에도 가을 햇살 가득한 날을 잡아 만남을 갖었습니다.
양촌에 가는 날이면 친구는 토종닭을 잡아 큰 솥에 갖은 약재를 다 넣고 푹 삶아 놓습니다.
정성으로 삶은 닭을 안주 삼아(술 없이 먹는 안주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사는 얘기, 손주들 얘기를 비롯해 건강얘기, 농사짓는 얘기까지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야기 중에 이리 와 보라고 침실과 화장실을 보여 줍니다.
침대 머리맡에 '독거노인 안심 벨'이 있습니다.
화장실에도 장치의 일부가 있고 손에 들고 다니는 벨이 있습니다.
독거노인 안심벨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화재나 가스누출, 활동여부 등을 24시간 관리해 주는 고독사 예방 안심서비스입니다.
뭔 독거노인?
그러고 보니 나이가 노인이고 집과 가족은 도시에 있지만 시골에 혼자 와서 살고 있으니 독거노인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독거노인이란 말이 와닿지가 않습니다. 내가 노인?
한 번은 친구가 가족이 있는 곳에 와 있는데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더랍니다.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전화했다면서요. 며칠 집을 비우니 걱정하지 말란 말을 해주었답니다. 참으로 좋은 세상입니다.
대한민국이 노인복지에 관한 정책이 참 잘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주름 가득한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바탕 웃고 말았습니다.
쌓인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 하루입니다.
헤어질 시간, 할아버지들 건강하게 잘들 지내다 내년 봄에 또 보세나... 또 웃음이 가득합니다.
얼굴엔 깊은 주름골이 가득합니다.
노인들의 굴곡진 삶이 그대로 담긴 주름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