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림 지도 -영화처럼,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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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0.08. 11:55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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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 지도
영화처럼, 홍콩
[유리의 성]에서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를 가다
홍콩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사랑받는 빅토리아 피크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또한, 홍콩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확실히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다들 비슷한 데가 있다. 수많은 홍콩 영화의 장면으로 이곳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더라도 이곳의 풍광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홍콩이 자랑하는 야경이 바로 여기 있다. 센트럴의 남쪽에 있는 타이핑산의 정상.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홍콩섬은 물론이요, 침사추이의 야경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리의 성]에서 여명과 서기는 이곳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성월동화]에서 장국영과 다카코 도키와가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영웅본색]과 [도신]에서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빠뜨리지 않는다. [금지옥엽]에서 장국영과 원영의는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 데코’에 마주 앉는다. [메이드 인 홍콩]에서 이찬삼이 반대파의 두목을 총으로 쏜 후 뛰어내려 가는 계단은 피크 트램 레일을 따라 나 있다.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피크 트램은 홍콩의 또 다른 명물이다. 45도 급경사의 길 373m를 매달리듯 오르는 피크트램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지만, 안전성에 있어서는 믿을 만하다고.
[중경삼림]에서 청킹맨션(Chungking Mansion)을 보다
청킹맨션은 지금도 음습하고 활발하다.
왕가위 감독의 팬에게, 홍콩의 이미지는 ‘청킹맨션’이다. 금발 가발을 쓴 임청하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곳. 그러다 금성무와 만나 피곤한 머리를 가누며 술 한 잔 하는 곳. 그 시간에 어디에선가 살인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그런 곳. 이곳의 분위기를 좋아한 왕가위감독은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이곳에서 찍었다.
[중경삼림]은 [동사서독] 후반작업을 하던 중에 찍은 작품이다. 부담없이, 재미있자고 심심풀이로 2주 만에 만든 작품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청킹맨션에서 촬영허가를 받지 못한 왕가위 감독은 게릴라 방식으로 촬영을 감행했는데, 그 덕분인지 청킹맨션은 특유의 음험한 분위기를 영화 속에 잘 살릴 수 있었다.
처음 지어진 당시에는 부유층과 스타들이 살던 고급아파트였다는 청킹맨션은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위층의 닭장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싼 값에 묵으며 아래층 가게들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소란스럽고 낡은 건물로 전락했다. 심심찮게 토막살인사건과 실종자들의 소문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곳은, 여전히 ‘홍콩영화 같은’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희극지왕]에서 섹오(Shek O) 해변에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