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0대 초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아버지의 천주교 묘지 계약이 끝나고 있었다. 상이군인 아버지를 임실 현충원으로 이장하면서 어머니와 합장하기로 날을 잡았다. 아버지는 내가 수필가로 이름을 올리기 전에 돌아가셨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맏딸에게 절망했던 아버지에게 보상처럼 나의 책을 넣어두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정보다 발간이 늦어져서 이루지는 못했다.
《그대삶의 붉은 포도밭》 제목은 고흐의 붉은 포도밭(1888년 모스크바 푸쉬킨 박물관) 그림에서 힌트를 얻었다. 고흐는 아를에서 포도밭을 거닐다가 그림을 두 점 그렸는데 푸른 포도원과 붉은 포도밭이었다. 붉은 포도밭은 익어가는 포도밭에서의 추수 풍경이다.
붉은 포도를 인생의 정점에서 결실을 거두는 상징으로 잡고 제목을 결정했다. 264페이지 모두 칼라다. 책표지 뒤에는 책의 특성을 설명하는 문구도 넣었다.
나의 책들은 때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축복을 주거나 밋밋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작가의 꿈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ㅡ 「나를 키워 준 책」 중에서
ㅡ 권남희 수필집, 『다정함의 종말 에이!』, 소후, 2026.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