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로 시작해서 정성으로 쓴다
- 안창호
지난겨울, 도서관 정기간행물 코너에서 월간 《좋은 생각》을 펼쳤다. 책 속에 있는 ‘생활문예대상’ 공모 안내문을 읽었다. 생활문예대상은 2006년부터 진행하는 좋은 생각 사람들의 대표 공모전이다. 매년 한해의 시작과 함께 열리며,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순간 가라앉아있던 기억 하나 뚱하고 떠올랐다. 아직도 피식 웃음이 나는 ‘증도’ 여행의 애피소드 하나가 수면 위로 부표처럼 흔들렸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기억에 따라 좌판 키를 두드렸다. 이야기는 증도 숙소를 예약할 때부터로 시작된다. 홈피에 안내되어 있는 대로 ‘해수테라피’도 함께 택했다. 예약하기 배너에서 인적 사항을 기재했다. 그런 후 ‘나에게 맞는 해수 찜을 선택하세요’ 칸의 선택사항에 레몬 그림과 함께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체험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 준다.”라는 효능 설명에 혹했다. 앞도 뒤도 견줄 것도 없이 확신에 찬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클릭했었다.
제날짜에 찾아간 해수 찜 탕 속에서 나는 그때 서야 알게 되었다. 아뿔싸! 레몬은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탕 물에 유황석 넣으면서 아로마와 함께 첨가하는 것이었다. 나만 두 달간 상큼한 레몬차 맛의 상상 나래를 펼쳤단 말인가. 혼자서 짝사랑을 했을 뿐이었다. 머리가 텅빈 듯 멍했다. 첫 도전이라 이런 내용이 담긴 응모 원고를 과감히 보냈다.
발표 날,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글을 투고한 여러분의 삶이 시시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장 뒤에 있는 삶은 모두 근사했다.”라는 심사위원 심사평을 읽는 순간 크게 위로를 받았다. 매년 수천 명 이상 응모하는 생활 문예대상에 채택되지 못한 사실은 굉장히 엄하게 내 마음속 용기가 되어 다가왔다.
나는 수학 전공자답게 “등단 횟수와 작품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이듯 “접근이 단순해야 해답도 명쾌하다.”란 참신한 아이디어를 하나 더 꿰어서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번 레몬 사건은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사실과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선택적 프레임’이 인지적 편향성을 일으킨다는 심리학 공부를 시켜 주었다.
봄을 맞아 수필 배움의 길을 찾아 여기저기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수필이라는 장르를 깊이 이해하며 나만의 글 스타일을 찾아가기 위해 수필 수업에 참여하겠다. 수필 지도는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작가들의 기존 작품을 읽고, 수강생 사이에도 과제 합평을 통해 피드백을 받을 요량이었다.
드디어 지성이면 감천으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문화강좌에서 수필가 J 선생님을 만났다. 첫 시간 수필의 원론에서 “수필은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이며 자기 고백의 문학이다. 아울러 유머와 위트의 문학이다.”라고 했다. 독자가 잔잔한 공감의 미소를 머금도록 수강생들이 단어 채집을 생활화하고 언어에 마술을 부려보라 주문하였다.
옳거니 기회다 싶어 온 마음 모아서 난 도전해보겠다.
“까짓것 인생 최고가 아니면 어때!” 열심히 습작을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언젠가 ‘등단’이란 목표에도 닿겠지.
덤으로, 내가 애쓰는 이런 모습은 입으로만 자식에게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항상 외치는 내 자식 놈한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글쓰기의 매력에 빠지는 그날까지 용기로 시작해서 정성으로 자신을 보듬어 쉼 없이 글을 쓰련다. 손주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와 같은 꿈을 키워나가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첫댓글 좋은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작가의 글에 대한 솔직한 인식과 도전의 뜻이 수학과 심리학으로 표출되고 있군요.
목표하는 그곳에 이르는 날이 빨리 오시기를 바랍니다.
잘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이미 여러 곳에서 좋은 글쓰기로 인정 받고 계시니,기성 작가의 수준입니다.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나아가시면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이어질 것입니다.
대성을 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