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만세전>
전체 출거리
동경 유학 중인 ‘나(이인화)’는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 전 해의 겨울, 아내가 위독하는 전보를 받는다.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아내인지라 답답한 심정이 ‘나’는 여러 술집을 전전하다가, 귀국을 위해 연락선을 탄다. 오는 도중에 ‘나’는 배 안에서 일본인이 조선인을 멸시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끼며, 부산에 도착하여 일본인 형사의 조사를 받을 때는 망국민으로서의 설움을 절감하게 된다. 서울로 가는 기차 속에서 ‘궁핍과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의 군상을 목격하고 분노가 치솟지만 ‘나’는 답답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서울에 와 보니 아내는 현대 의학을 외면한 채 재래식 치료를 받아 죽게 되었고, 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사회고, 집안이고 구더기가 들끓는 공묭 묘지 같은 답답한 환경, 그는 어서 이곳을 탈출하여 자유인이 되고 싶을 뿐이다. 마침내 그는 동경으로 떠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3.1 운동이 일어나기 직전(1910년대 말)의 서울과 동경을 배경으로, 한 지식인 청년의 눈에 비친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전체가 9장으로 되어 있으며, ‘아내의 위독함’을 계기로 주인공 이인화가 동경에서 서울에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여로형의 원점 회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여로형 구조는 주인공의 의식의 성장과 대응된다. 즉 원점에서 출발하여 다시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주인공의 의식은 개인적․자기중시먹 사고에서 사회 중심적 사고로 확대된다. 이 작품의 원제는 ‘묘지’로, 작가는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무덤으로 이닉하고 식민지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작품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식민지 조선의 총체적 실상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적 사회상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실주의 작가 정신이 매우 투철하게 반영되어 있다. 즉, 주인공 ‘나’가 동경과 서울을 오가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일제의 수탈, 무지한 민종의 모습 등 당시 우리 민족이 처했던 암담한 조선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당대 조선 사회의 총체적 실상이 드러나 있다.
둘째, 주인공 이인화의 의식 구조를 통해 당시의 민족적 현실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의식 구조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암담한 현실을 이해하고 울분을 느끼지만, 중간자적 입장에서 사실을 전달할 뿐 현실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무기력한 그 당시 지식인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전형적인 여로(旅路)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기차와 배, 또 기차로 이어지는 여로의 구조와 풍경은 ①당대 조선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동경에서 서울로 왔다고 동경으로 되돌아가는 여로형 구조를 취한 이 작품은 여행이 진행됨에 따라 ②주인공이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아를 각성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중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여로형 소설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배경 : 1918년 겨울(3.1운동 직전), 동경과 서울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지식인이 눈으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
특징
① 3.1 운동 직전 조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② ‘동경→서울→동경’의 여로형 구조를 사용하여 여행이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의 의식이 성장하는 구조를 보영줌.
③ 주인공 이인화의 의식 구조를 통해 당시의 민족적 현실을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의식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출전 : <신생활> 1922
작품 연구실 : ‘만세전’의 여로형 구조
주인공의 여정이 ‘동경 → 서울 → 동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원점 회귀형 여로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주인공이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아를 각성해 가는 과정과 연관이 있다.
동경에서 출발한 주인공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배틀 타고 부산으로 가는 과정에서 수탈당하고 억압받는 조선의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김천을 경유하여 서울로 향하는 과정에서 전근대적인 인식에 젖은 조선인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조선의 현실을 무덤으로 인식한다. 서울에 도착한 주인공인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진 조선의 현실에 절망감을 느끼고, 세상에 대한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시 동경으로 떠나게 된다.
작품 연구실 : ‘만세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효과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나’의 시선에 따라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는데, 특히 조선인을 대하는 일본인의 자세와 당시 조선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의 서술은 마치 자신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여 사건을 좀 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효과가 있다. 이 작품에는 때로 주인공 ‘나’의 객관적 관찰도 서술되는데 이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암울한 조선의 상황을 그대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