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적 저장과 캐싱>
16-I. 오늘날 디지털환경의 인터넷 등과 관련하여 복제의 개념을 다시 정립(定立)할 필요가 있으며, 그 첫째는 임시적 저장이고, 둘째는 캐싱(caching)이다.
먼저 일시적 저장(temporary reproduction)이란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보를 송부하는 경우에 여러 차례의 중간적 복제(interim copies)가 이루어졌다가 일정한 시간이나 저장을 하지 않고 전원을 끈다면 소멸되는 복제인데, 예컨대 웹사이트로부터 그림을 다운로드받는 경우, 정보를 수령하거나 송부하는 컴퓨터의 모뎀, 루터 컴퓨터, RAM에 정보를 수령하는 컴퓨터 자체, 웹의 검색프로그램, 비디오 압축 칩(video decompression chip), 비디오 디스플레이 보드(video display board), 등 7회의 복제가 이루어지며, 만일 수령한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한다면 8회의 복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법상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베른협약의 제9조 제1항에서는 “어떠한 방법 혹은 형태로든 저작물의 복제를 허락할 배타적인 권리”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일시적 저장도 당연히 복제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며, 미국저작권법은 제117조 ⒜항 ⑴호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계와 함께 사용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제 및 개작에 대하여 컴퓨터프로그램이 가지는 복제권과 개작권을 면제시키고 있으므로, 일시적인 저장을 복제권의 개념에 포함하고 있고, 2001년 2월에 채택된 EU의 ‘정보화 사회에의 저작권 및 관련 권리의 조정에 관한 유럽공동체 지침’ 제2조에서도 복제권은 일시적 또는 영구적 복제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라고 하였으므로 일시적인 저장도 복제권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학자들의 논의는 견해가 나누어지고 있다. 즉 일부학자는 ‘저작물이 플로피 디스크나 컴퓨터 자체의 기억장치에 놓여 진 경우, 저작물이 디지털형태로 변형되어 파일상태로 놓여 진 경우, 어느 컴퓨터로부터 다른 컴퓨터로 전송된 경우 등의 일시적 저장은 사실상 복제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며, 다른 학자는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 램(RAM)에의 일시적 저장은 복제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고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복제에 해당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미국을 비롯하여 EU의 여러 국가들이 일시적 저장을 복제권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일시적 저장을 복제권에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16-J.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판례가 없으나, 일본의 판례에 의하면, 복제물이 장래 반복하여 사용될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RAM에의 축적은 저작권법상 복제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타결된 한⋅미 FTA협상에서는 미국이 P2P전송방식에서 일시적인 저장을 복제권의 내용에 포함하도록 요구하였으므로, 그렇게 된다면, 컴퓨터에 의한 공중송신 내지 전송에 있어서 일시적인 저장을 복제권으로 처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2006년에 개정된 “전송”의 개념에서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은 모두 복제에 포함되고, 오직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송신(자동송신)하는 것만이 남게 되어, 2006년 개정에서 입법자가 의도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부여한 ‘전송권’은 그 실체가 없게 되거나 유명무실화 될 것이다. 다만 공학적(工學的)인 견지에서 본다면 RAM에의 일시적 저장이나 혹은 RAM에의 반영구적인 복제(다운로드)라 하여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저작권법에서는 전자를 복제로 다룬다면 저작물 등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적용범위가 확대된 복제권에 대하여 그 제한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므로, 저작자 등의 권리자 보호와 이용자(최종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신중하게 연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2009년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컴퓨터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복제(제47조의 8)의 규정을 신설하여,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행하는 정보의 일시적 축적(일시적 저장)은 저작권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였다.
16-K. 다음은 캐싱(caching)인데, 캐싱이란 일반적으로 어느 웹사이트를 후에 다시 방문하는 경우에 이용하기 위하여 그 웹사이트의 자료를 복제하여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을 말하며, 그 유형으로는 이용자의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클라이언트 캐싱(client caching)과 네트워크 서버에 의한 프록시 캐싱(proxy caching)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국내 일부학자는 ‘캐싱의 저작권법에 대한 문제는 RAM에의 복제와 같이 일시적 저장의 문제와 다르다고 하며’, 일부학자는 ‘캐싱은 임시성을 가지는 RAM에의 저장이 아니라 하드디스크에의 저장이므로 그것이 비록 관련 프로그램에 의하여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복제의 개념으로 봄이 타당하고, 다만 캐싱기법의 사용은 웹브라우저의 일반적인 환경 하에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므로 웹사이트의 운영자들이 캐싱에 의한 복제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저작재산권 제한의 하나인 사적인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캐싱도 일시적인 복제와 같이 다루는 것이 문제를 단순화 하는 것으로 타당할 것이며, 저작권자가 아닌 웹사이트 운영자의 승낙이나,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의 해당여부는 복제권의 침해여부와 함께 다루어야 할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