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탈로치의 항변
-윤동재
우리나라에 꼭 한 번 와 봐야겠다고
벼르고 벼른 페스탈로치
우리나라에 온 지
두 달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오늘은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를 찾았지요
마침 그 학교에서는 2학기 개학을 하루 앞두고
몽골인 근로자들을 동원해
교실이며 복도며 화장실 청소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지요
그 모습을 보고
페스탈로치는 깜짝 놀랐지요
페스탈로치는 교장실로
교장 선생님을 찾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지요
교장 선생님은 내일이 개학이라
몽골인 근로자들에게 일당을 주고
전교 대청소를 시키고 있다고 했지요
페스탈로치는 교장 선생님께
학생들이 일하면서 배우도록 해야 하는데
일할 기회를 아예 빼앗아 버리면
학교에 나와도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항변했지요
막말로 쥐뿔도 모르고
교육하느냐고 했지요
교장 선생님은 화를 삭이는 데는 워낙 익숙해져
페스탈로치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나긋나긋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발달해
이제는 몽골인 근로자들에게 일당을 주고 청소를 시킬 수 있으며
학생들 보는 앞에 얼굴만 조금 찌푸려도 정서적 학대라 하는 통에
청소 일 시키는 건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고 했지요
페스탈로치는 교장 선생님의 말을 듣고
얼굴이 상기된 채 자리에서 일어서며 두 주먹 불끈 쥐고
학교가 죽었구나!
교육이 죽었구나!
전 국민에게 항변해야겠구나! 했지요
온 나라에 항변해야겠구나!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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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느 고등학교에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귀가하면 학급 담임 교사가 혼자 청소기 들고 교실 구석구석을 청소한다고 들었어요. 왜 그리 하냐 물으니 아이들이 어질러 놓고 치울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예가 한둘이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아이들이 빗자루질 걸레질을 해본 적이 없으니, 청소가 뭔지 소제를 왜 해야 하는지 도통 모릅니다. 전국적으로 학교 화장실과 복도 청소는 청소 용역 회사에 맡긴 지 아주 오래됐고요. 돈 많은 부자 나라가 되었으니 일자리 복지 정책도 펼 겸, 청소 같이 하찮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게 훌륭한 지도자를 기르는 첩경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쓰는 방 하나 청소할 줄 모르고, 자기가 덮고 잔 이부자리 하나 갤 줄 모르는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우리가 애써 이룩한 선진 조국의 단면입니다.
중용 선생님 감사합니다. 힘을 내어 더욱 열심히 습작해 보겠습니다. 중용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