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하천이 던진 물 폭탄
물망골 계곡수 유입된 군부대 내 하천 월류
지난 7월 11일 그린시티 상당초·중교와 동부·삼성아파트 사이, 신해운대역 앞 도로가 흙탕물로 넘실거렸다. 지나던 차량들도 불어난 물에 우왕좌왕했으며 어린이를 등에 업고 도로를 건너는 주민의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주민들 대부분은 홍수에 배수구가 막혀 발생한 현상으로 알았다. 하지만 배수구 문제가 아닌 하천 범람으로 인한 현상이란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린시티에 하천이라면 춘천(대천)이 있을 뿐인데 하천 범람이라니 도무지 무슨 말인가?
과거 본지 제511호(2020년 7월 30일 발행)에서 춘천의 원류가 어디인지를 두고 장산습지 쪽이 아닌 군부대 위쪽 물망골 계곡의 지류로 추정한 바 있다. 춘천의 또 다른 지류가 군부대에 가려 모습을 쉬 볼 수 없지만 그린시티 아래를 지나고 있다. 신시가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이 하천이 좌동 장자벌을 적시며 춘천과 합류했다.
이번 도로 침수 현상은 바로 하천의 상류인 물망골 계곡이 만들어냈다. 최근 물망골 앞으로 임도를 건설한 탓에 폭우로 각종 토사 및 나무가 떠내려와 군부대 안의 하천을 메운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군부대 안의 하천이 막히자 월류한 빗물이 우수저류조로 향하지 못하고 신해운대역과 군부대 앞을 거쳐 상당초 앞 도로로 흘렀던 것이다. 도로 침수가 하천 월류 때문이란 사실은 군부대 측도 알고 있었다.
◇ 떠밀려온 토사가 좁은 관거 막아
지난 18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던 옥숙표 장산습지보존위원장을 필두로 노현석 126여단장의 안내 하에 김성수 구청장 및 구청 관계자들, 그리고 좌4동 동장과 양근석 주민자치위원장이 등이 군부대 안 하천의 실태를 돌아보았다. 현장점검에서 드러난 사실은 하천복개 지점의 관거가 좁은 점과 더불어 떠내려 온 토사와 나무들이 관거(하수나 빗물이 흘러가도록 만든 관)를 메운 사실을 확인했다.
구청장까지 사태 원인을 확인한 터라 하천 월류를 방지할 대책이 수립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하천의 실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껏 방치된 사실이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재난 앞에는 민(民)도 군(軍)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군부대 안의 하천도 지역주민들의 안전에 직결된다면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군부대와 협조하여 관리해야만 한다. 드러나 있지 않아 모두들 간과하고 있던 이 하천은 지난 2011년에도 부흥초 부근 도로를 침수시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