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리를 실제로 알게 되는 건, 오직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행동할 때이다.
인생의 중요한 진리라고 해서 거기에 특별히 심오한 신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이 이미 행복의 비결을 알고 있다. 오직 한 가지의 신비가 있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실을 거듭거듭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히려 남을 위해 살면 풍부한 보상을 받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진리를 실제로 알게 되는 건, 오직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행동할 때이다. 또 그와 같은 경우에 많은 기적들이 일어난다.
다음의 이야기는 정말로 기적과 같은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공동묘지 관리인이 고백한 이야기이다.
수년 동안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매주 키가 작고 온순한 이 사람에게 알지 못하는 여인으로부터 편지와 함께 우편환이 동봉되어 왔는데, 죽은 자기 아들의 무덤에 매주 신선한 꽃다발을 갖다 놓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사람은 직접 그 여인을 만나 볼 수가 있었다. 공동묘지 현관 쪽으로 자동차가 미끄러져 들어오더니 운전사가 급히 사무실로 뛰어와 한참 바쁘게 펜을 놀리고 있는 이 키 작은 관리인에게, “밖에 와 계신 부인께선 너무나도 병에 지친 몸이라서 걸어 나올 수가 없으니, 와서, 좀 도와주시오”라고 부탁했다.
차 안에는 병색이 완연한 늙은 부인 한 분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품안엔 아주 커다란 꽃다발 뭉치가 안겨져 있었다. 그 부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담스 부인입니다. 몇 해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당신에게 5달러의 우편환을 보낸 사람입니다.”
“꽃을 사라고 말씀이죠!”
관리인이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아들놈의 무덤 위에 놓아 달라구요.”
“한 번도 잊어버리거나 걸러 본 적이 없습니다.”
관리인의 말이었다.
아담스 부인이 조용히 말하기를, “오늘은 제가 직접 이곳에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가 앞으로 몇 주일을 더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해서 말입니다. 제게는 이젠 의 목표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죽기 전에 이곳까지 와서 직접 한번 보고 손수 꽃다발을 놓아 주고 싶었습니다.”
관리인은 말없이 그 여인을 쳐다보다가 드디어 결심한 듯이 비웃으며 말하기를,
“부인, 저는 꽃을 사라고 계속 돈을 부쳐 주시는 걸 보고 늘 유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유감이라니요?”
“유감이지요. 꽃은 잠시 동안만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어느 누구도 그 꽃을 보거나 그 꽃의 향내를 맡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정말 유감스런 일입니다.”
“당신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 그렇게 화내지는 마십시오. 저는 방문회(會)에 속한 사람입니다. 주립병원이나 정신병원 같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꽃을 볼 수도 있고 그 향내를 맡을 수도 있습니다. 부인, 그런 곳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무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도 그 꽃을 보거나, 그 향내를 즐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 부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깐 동안 앉은 채로 조용히 기도를 몇 번 반복하더니, 한 마디의 말도 없이 가 버리고 말았다. 이 관리인은 좀 걱정이 됐다. 혹시 그 부인이 마음에 어떤 충격이라도 받아서 더 빨리 죽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그러나 몇 달이 지난 후에 그는 다시 한 사람의 방문을 받고 몹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사실 이중으로 놀랐다. 이번에 온 차에는 운전사가 없다는 사실과, 또 하나는 그때 그 부인이 혼자서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고 왔다는 점이다.
“나는 손수 꽃다발을 다른 사람들에게 갖다 주었습니다.”
그 부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우면서 사실을 털어 놓았다.
“당신 말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그들은 몹시 기뻐하더군요. 그리고 저도 기뻐지고요……. 의사는 어떻게 해서 내가 이렇게 다시 건강해졌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생(生)의 목표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 여인은 우리들 대부분이 알고도 잊어버린 것을 발견하였다. 즉,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놀랍게도 그녀 자신을 도왔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생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로 하여금 하게끔 해주는 사람이다. 도와 달라고 하는 요청보다 더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