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너에게 편지를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 문학실 우리말 스크랩 재미있는 우리 속담⑪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132 13.08.21 09: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재미있는 우리 속담⑪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처지에 따라 삶도 제각각 세상도 제각각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속담俗談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술 전승 문화의 하나이기에, 구전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민속 등과의 상호 교섭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등에 속담이 끼어 들어간 예도 많고 이야기나 민요 사설에서 속담이 만들어진 예도 많지요. 특히 여성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에 재미난 속담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동지섣달 맨발 벗고 물 길을 때 생각난다”라는 속담과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 놓고 생각난다”라는 속담이 생각나시는지요? 이들 속담은 경북 지역에서 전승되는 여성 민요에 유래를 둔 옛말입니다. 영덕 지방에서 전승되는 아라리조의 민요 사설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시아버님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포도자리 떨어지니 생각이 나네
      시어머님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보리방애 물 부어놓니 생각난다
      시동상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목맨 상지 따라가니 생각이 난다
      시누야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아새끼 낳아노니 생각이 난다

       
      <한국 민요 대전 경상북도 편> 영덕군 병곡면 원황 1리 문상우여, 1921년생 씨 연행 자료.

 
 

우리 속담에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 발음과 유사한 말을 차용해 말장난을 하면서,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사명, 혹은 주어진 행운과 복이 다 다름을 일컫는 속담입니다. 이 속담은 여성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 사설의 한 대목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바로 여성들끼리만 모여서 제의적인 놀이를 즐기는 가운데 불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액운애기>라는 노래가 그것이지요.

 

옛날 할머니들이 즐겨 부르던 <액운애기>는 경상도 밀양과 울산의 경계 주변에서만 연행, 전승되는 민요입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80대 이상의 할머니들만이 노래의 존재를 기억하거나 사설을 읊조릴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흔히 ‘왜 나이대로 죽지 않고 젊은 사람이 앞서 죽는 ‘소인小人 죽음’이 생겨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민요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이런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여러 사람의 말이 쇠도 녹인다.”라고 했는데《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紀異〉 제2 <수로부인水路夫人>. 故人有言, 衆口?金一然, 《三國遺事》 〈紀異 第二〉 〈水路夫人〉., 바로 노래에 그와 같은 주술적 힘이 있는 것으로 믿었던 것이지요.

 

<액운애기> 노래의 사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새 한 마리를 잡아 열두 반상을 갈라놓을 만큼 살림을 잘 살고 정성껏 시집 식구들을 봉양하던 ‘액운애기’라는 며느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승사자가 찾아오자 어린 자식 걱정 때문에 쉽게 따라가지 못하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의 순서로 자신 대신 저승사자를 따라갈 수 있냐고 묻습니다. 모두들 거절하자 저승사자를 따라나서는데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로 나이대로 죽지 않고 젊은 사람이 먼저 죽는 죽음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시댁 식구들이 ‘액운애기’ 대신 저승사자를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장면에서 “소뿔도 각각이고 염불도 몫몫이다”라는 속담이 나옵니다.

 
 

      애운애기 거동봐라 애리다고 시집으로 가니꺼네 -중략-
      애운애기 잘났다고 저승처사 거동봐라
      쇠도러깨 둘러미고 쇠방마치 둘러미고 날잡으러 오는구나
      저승처사 거동봐라 사랖에 들어서니 구틀장군 막아서고 -중략-
      시굼시굼 시아바님 이내대성 갈란기요
      야야야야 그말마라 소뿔도 각객이고 염불도 몫몫이다
      니대성은 니가가고 내대성은 내가가지
      시굼시굼 시어마님 이내대성 갈란기요
      니대성은 니가가고 내대성은 내가가지
      염불도 몫몫이고 소뿔도 각객인데 -후략-

 
      <한국 구비 문학 대계> 1-3, 울산 언양면 반곡리 진현 이맹희여, 당시 77세, 친정이 울산 상북면 씨 연행 자료

 
 

<액운애기> 노래 사설을 통해, 사람 살이에 주어진 저마다의 몫이 다 다름을 일컫는 의미로 전승되던 옛말이, 시집살이의 고단함과 모순을 드러내는 민요에 들어가서는 ‘며느리’의 역설적인 상황을 고발하는 사설로 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너도 우리 식구다’, ‘너도 내 자식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통쾌하게 고발하는 말로 쓰인 것이지요. 속담은 이처럼 놓이는 자리마다 조금씩 다른 빛깔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글_ 김영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구비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극적 구전 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 <한국 구전 서사 속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신경증 탐색>, <한국 구전 서사 속 '부친살해' 모티프의 역방향 변용 탐색> 등의 논문과 <구전 이야기의 현장>, <숲골마을의 구전 문화> 등의 저서가 있다.

최신기사

댓글 남기기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